여행으로 세상을 바꾼다?
언뜻 황당해보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미 이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공정한 여행으로 세상에 희망을 주고 모두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그 어렵고 고된 여정을 임영신 대표는 힘차게 걷고 있다.
과연 여행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책속으로>
전공을 선택하면서는 아이들을 위한 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세상이 평면적이지 않다는 걸 배웠고, 사람들의 삶의 높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러면서 아주 작은 힘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사회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면, 경계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대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 가장 낮은 바닥은 어디인지 그늘은 어디인지 늘 묻는 마음이 있었어요. 저에게도 누군가 찾아와줬고, 제 마음의 창을 열어줬으니까요. 저도 누군가의 어둠에 그런 창을 열어주는 사람, 빛과 어둠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큰 아이는 꿈이 계속 바뀌어요. 그래서 저도 계속 바꾸라고 그랬어요. 커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는 우리 둘 다 모르는 일이니까요. 수학이나 과학을 잘 못하는 아이는 늘 낮은 점수의 성적표를 가지고 와요. 하지만 저는 이 아이의 감수성과 창의성은 성적표의 점수로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성적이 조금 못 나와도 위축되지 말고 하고 싶은 꿈을 계속 꿔나가라고 이야기해줘요. 그 말은, 제가 이 아이의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제 삶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도 답이 없었고, 막막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시간들을 지나왔지만 지금은 제가 걷고 싶은 길을 걷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거든요.
딸이 학교에서 시험을 봤는데 문제가 '다음 중 가장 중요한 산업이 뭐냐?'였대요. 보기로는 중공업, 경공업, 농업 등이 나왔고요. 그래서 농업이라고 적었더니 틀렸다는 거예요. 딸아이가 '농업이 중요하지, 왜 중공업이 중요하냐?'고 묻더라고요. ‘그 말도 맞다’고 그랬죠. ‘생명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농업이 더 중요한 일인데, 지금 네가 배우는 교육 체계에서는 중공업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몇 년이 지나면 그 답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 중요한 건 농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네 마음이다.’ 라고 이야기해줬어요.
경계에 설 때 열리는 새로운 시선, 그것이 세상을 새롭게 보고, 새로운 틈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해요. 결국, 어디를 여행하느냐 보다 어떻게 여행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죠. 여행을 하면 할수록 얼마나 많은 곳을 여행하느냐 보다 얼마나 깊은 여행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처럼…….
짐싸는 노하우요? 첫째 나에게 뭐가 필요한지가 아니라 무엇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지를 보고 덜어내는 것. 둘째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내가 힘이 있을 때가 아니라 가장 지쳤을 때에도 혼자서 이 가방을 메고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
삶의 방향에 대해서 물어볼 시기가 있고, 묻더라도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시기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어야 할 때 묻고 바꿀 수 있을 때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겠죠. 그런 사람의 여정(journey)이 모일 때 그것이 새로운 길이 되고, 그가 지닌 한 조각 희망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