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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작품 정보
잃어버린 사물의 신비를 일깨우고 세계를 팽창시키는 힘
숨 쉬라: 너 보이지 않는 시여! 완성하라
우리 자신의 본질과 우주의
교환을. 너 평형추여
거기서 내가 운율적으로 생겨나는.
단 하나의 파도―움직임, 그게
점차 바다가 된 것이 나인;
너, 우리의 모든 바다 중에 제일 포용적이니―
공간에서 자라난 따뜻함.
공간의 얼마나 많은 영역이 이미
내 속에 있는가. 내 헤매는 아들 같은
바람이 있다.
공기여, 너는 내가 흡수되었던 장소들로 가득 찬 나를 아는가?
너는 부드러운 나무껍질,
둥긂, 그리고 내 말들의 잎이니.
-「2부 Ⅰ」전문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릴케의 시 「가을날」을 비롯해, 평소 정현종 시인이 좋아하고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릴케 시 20편이 담겨 있다. 대개 시인의 눈과 가슴으로 감탄하고 감동한 시편들이다. 또한 시 여행을 하는 데 있어 좀 더 깊이 있고, 분명한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는 해설은 시인의 50년 시력 인생의 농축된 정수라 할 만하다. 정현종 시인은 오래전 처음 릴케의 작품을 읽었을 때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숨결이 돌풍처럼 불어왔노라고 그 감동을 소회한다. 그리고 그 감동은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정현종 시인은 “숨을 통해 우주나 만물과 내통하며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정현종 시인에게 숨이란 생명, 우주, 자연, 공기, 바람 같은 말들과 동의어이다. 시 쓰기는 곧 숨쉬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 릴케의 시에서 한 우주가 숨결로 축소되는 것을 느낀다. 작은 숨결이 우주를 삼켜버리는 신비로운 감동, 그것을 정현종 시인은 희귀한 돌풍이라고 표현한다.
‘오렌지를 춤추라’(ⅩⅤ)는 한 구절 속에서도 정현종 시인은 오렌지의 맛과 향과 빛깔과 그것들이 열려 있는 공간이 그야말로 즙처럼 응축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 언어의 즙은 시인이 온몸으로 짜낸 것이다. 춤춘다는 표현은 사물과 내가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 사과밭에 가서 사과를 춤춘 적이 있고, 사과를 좋아하는 나머지 아침마다 사과를 춤춘다고 한다. 릴케라는 대시인 앞에서 정현종 시인은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하며 겸손하다. 그는 릴케의 시를 감탄하고 찬양하는 중에 자신의 여린 마음을 드러낸다. 릴케의 시들을 보고 있는데 정현종 시인의 시가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은 릴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기꺼이 독자들을 안내한다. 독자들은 낯설고 광활한 신비로움과 더불어 릴케의 시가 한없이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