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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어렵게 돈키호테를 다 읽었으니, 내용 잊어버리기 전에 내가 읽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건지 확인해 볼 요량으로 책을 번역하신 안영옥 교수님이 집필하신 해설서를 함께 읽었다. 두꺼운 책 처음 읽기시작하면서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읽었던 서문에서부터, 사건과 사건 사이를 연결해주는 포인트들을 되짚어보는데 큰 도움이 됐다. 돈키호테 1편과 2편 사이에 10년이라는 간극이 있었다는 점도 이번에 알았다. 세르판테스가 돈키호테를 쓰기 전 살아왔던 과정, 당시의 사회와 출판계의 분위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완역본 <돈키호테>의 번역가이자 연구자인 안영옥(고려대학교 스페인어문학과) 교수가 쓴 가장 종합적인 <돈키호테> 해설서이다. <돈키호테를 읽다>는 <돈키호테> 완역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저술로, 번역하면서 달은 840개의 각주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돈키호테>의 숨은 메시지를 모두 담았다. 세르반테스의 삶과 시대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패러디와 암시 속에 가려진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미학까지 깊숙이 파고든다. 레판토 해전에서 왼팔을 잃고, 귀환 중 터키 해적에 붙잡혀 5년간의 포로 생활을 경험한 세르반테스. 서른세 살에 귀환한 조국은 그에게 숨 막히고 두려운 공간이었다. 중남미로 보내 달라는 두 차례 청원도 거절당하고, 징발관으로 복무 중 교회의 밀을 징발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한다. 심지어 가족의 일에 연루돼 무고하게 옥살이까지 한다. 저자는 말한다. <당시 목숨을 부지하려면 모순에 눈감은 채 주어진 체제에 순응하며 동조하든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스페인을 떠나면 되었다. 이 두 가지조차 불가능하다면 유일한 돌파구인 위장술만이 남는다.> 세르반테스는 이런 화려한 제국 뒤에 감춰진 비참한 현실을 글로 담아내고자 했다. 결국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패러디였고, 진실과 우롱, 광기와 제정신, 희극과 비극 간의 끊임없는 역설로 당대의 현실을 녹여 냈다. 20세기 스페인의 지성 호세 오르테가가 <영웅적인 위선>이라 평한 것처럼, 자기 양심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종교 재판의 검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작가는 『돈키호테』에 감쪽같은 가면을 씌운 것이다. _______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았던 세르반테스는 결코 감상적 휴머니즘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제만을 제기하는 문인도 아니다. 인간의 선한 본성이 사회의 힘에 휘둘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여 함께 타락할 수 있음을 그는 인정한다. 인간이 제아무리 날뛰어도 환경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음도 받아들인다. 이상적 영웅주의도, 이상주의도 불가능함을 수긍한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세상은 그럴 수 있지만, 당신만큼은 환경에 휘둘리지 말라고. 스스로의 영혼을 제대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삶을 살라고. 당신의 존재와 당신이 원하는 환경을 억압하는 사회에 맞서 투쟁하여 자신을 찾고, 미래 지향적인 세계를 열어 가라고. 계급과 소외와 불평등과 불의가 없는 자유의 왕국을 건설하라고. 그것이 삶이라고 일러 준다. 그것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임무라고 설득한다. 위로의 문학이나 도피의 문학이 아닌, 거역하기 힘든 설득력과 재미로써 진정한 현재의 삶과 미래에의 희망을 촉구하는 작품이다. 돈키호테를 읽다 | 안영옥 저 #돈키호테를읽다 #안영옥 #열린책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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