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이 책은 저자가 대학에서 20년 넘게 가르쳤던 ‘문학철학’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문학철학’ 강의는 철학 사상의 빛에서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학 작품을 매개로 하여 철학 사상을 이해하려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특히 실존철학에 비중을 두어, 11편의 문학작품과 실존철학의 주요 저술들을 각각 하나의 쌍으로 묶어 다루었다.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사르트르, 카뮈, 카잔차키스, 그레이엄 그린, 버지니아 울프 등 현대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키에르케고르, 칸트, 니체, 야스퍼스, 하이데거, 이리가라이 등 현대의 중요한 실존철학가들의 사상이 총 망라되어 있다.
철학 이론을 통해 문학 작품을 해석하고, 문학 속 구체적 내용을 통해 철학 사상을 이해하는 작업, 즉 철학과 문학의 상호적 조명이 이 책의 주요 목표이긴 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독자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과 ‘실존적 교제’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서, 단지 주인공의 삶을 감상하고 공감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실존으로서 그의 삶의 의미와 타당성에 대해 이성적으로 음미하고 따짐으로써 독자 또한 참된 자기 존재를 발견하고 각성하는 계기를 갖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이 분석하고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작품 속에서 현대인이 잃어버린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인생에 대한 낙관적인 신념들을 다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며, 사르트르나 카뮈의 작품들을 통해 인생의 허무함과 존재의 무의미성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카잔차키스나 그린의 작품들을 통해 현대인의 어두운 정신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정신성의 영역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며, 보부아르나 울프의 여주인공들을 보면서, 여성 억압적인 가부장제 사회 전통에 맞서는 여성들의 각성과 극복의 노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체험과 발견이 독자들에게 세계와 인생에 대한 사랑과 희망의 작은 불씨를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책 내용
이 책은 총 4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먼저 1부 ‘최고선으로서의 사랑’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톨스토이의 『부활』을 다루었다. 이 두 작품을 각각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과 칸트의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에 비추어보면서, 인간은 사랑을 통해 타락과 죄악에서 구원받을 수 있고, 비록 완전한 사랑의 이념을 실현할 수는 없지만, 신앙 안에서 자기의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완전한 사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두 작가의 긍정적 신념을 살펴본다.
제2부 ‘허무 앞에 선 실존’에서는 사르트르의 『구토』, 카뮈의 『페스트』, 카프카의 「선고」를 다루면서, 대표적인 실존철학자 사르트르의 영웅적 행동을 앞세우는 무신론적 휴머니즘, 부조리한 운명 앞에서 연대와 투쟁을 계속하는 카뮈의 능동적 숙명론, 인간 삶의 허무 앞에 절망하면서도 신에 대한 부조리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카프카의 유신론적 허무주의를 살펴본다.
제3부 ‘사랑과 희망의 형이상학’에서는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T. S. 엘리엇의 『칵테일 파티』,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을 각각 니체와 야스퍼스, 마르셀의 철학에 비추어 분석한다. 여기서는 특히, 인간 삶의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허무를 극복하고자 애쓰는 성실한 삶의 과정을 통해 신에 대한 사랑과 인생에 대한 희망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4부 ‘깨어진 여성, 깨어나는 여성’에서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에이미 탄의 『조이럭 클럽』 등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실존적 고통을 겪는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다룬다. 가부장적 문화와 관습에 의해 내면적 의식세계가 위축되고 황폐해지는 여주인공들을 모습을 분석하면서, 보부아르, 이리가라이 등의 여성 억압적 현실을 극복하고 각성과 투쟁 의지를 촉구하는 페미니즘 이론들을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