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 몸의 철학 마음의 건강

마음을 다스려 얻는 건강한 삶의 꿈, 사상의학
건강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에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체질에 따라 병을 다스리는 ‘사상의학’이다. 그러나 사상의학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흔히 태양인, 소양인 등으로 체질을 구별하여 예방과 치료를 달리하는 건강 관리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본격적인 한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이제마가 주창한 사상의학은 ‘의학적 도덕관’이라 부를 만큼 그 철학적 바탕이 매우 중요하다. 그는 건강과 장수가 도덕(선함)이라는 개념과 병행해야만 성취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사상의학, 몸의 철학 마음의 건강》은 그동안 의학적 실효성의 측면에서만 주로 연구되었던 사상의학의 철학적 측면과 유가 사상과의 관계를 통해 사상의학이 의학의 차원을 넘어선 사상임을, 그리고 걷고 말하고 숨쉬고 생각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의 목적은 도덕을 달성하여 건강한 몸과 참다운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라는 이제마의 사상을 이해하고 진정한 건강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바르게 살아야 건강하다
이제마가 사상의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이가 성인이 되어 요순의 나라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제마는 인간이 성인이 되어야 하는 존재임을 의학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심장[心]을 오장육부에서 독립시켜 논의하며 마음을 우주 만물의 근원인 태극(太極)으로 보고 마음, 즉 심장을 모든 변화의 근원이라 여겼다. 또한 맹자의 〈사단론〉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의예지를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기본덕목으로 보고 정신적 차원과 인체라는 물질의 차원이 교섭하여 또 하나의 작은 우주인 인간을 이룬다고 여겼다. 사상인에 대한 연구에서도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장부에 영향을 미쳐 건강을 좌우한다고 했다. 이제마에게 있어 체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장부와 감정의 교섭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후천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감정, 즉 마음을 다스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장부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고 나아가 건강한 체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배경을 토대로 이제마는 인간의 가장 큰 바람이자 행복인 건강과 장수를 이루기 위해서는 성인의 덕목을 갖추어야 함을 의학적으로 논증한다. 그에 따르면 바르고 선한 마음이 심장의 중용을 지킴으로써 신체가 편안해져 결국 건강을 누릴 수 있다. 이렇듯 이제마는 바르게 살아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마의 인간학을 만나다
이제마의 사상과 의학의 철학적 배경을 쉽게 전달하고자 씌어진《사상의학, 몸의 철학 마음의 건강》은 먼저 이제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제마의 생애와 그가 살았던 조선 후기의 시대적, 학문적 상황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제마의 인체 생리학의 핵심인 〈장부론〉을 분석하고 있는데, 맹자의 〈사단론〉을 전제로 한 〈장부론〉은 이제마가 깊은 관심을 갖고 세상 이치를 인식하는 틀로 삼았던 숫자 4의 구조에 입각하여 인체의 생리학적 구도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공자와 맹자의 근본 유학 정신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을 마음으로 규정한 이제마의 유가 사상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기존의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이제마의 철학 세계를 접할 수 있다. 더불어 사상인 구별법과 각 사상인의 특성과 윤리와 도덕이 어떻게 개인의 재능과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통해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함께 읽어볼 만한 책들
김종덕 외,《이제마 평전》(한국방송출판, 2002)
이제마의 일생과 관직 생활, 사상과 의학 등을 총망라한 가장 최근에 나온 평전이다. 이제마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한자리에 묶어놓았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현재로서는 이제마에 대해 가장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이다. 일반 대중의 시선에 맞추어서 쉽고 재미있다.

김창민/류순섭《사상체질의학》(아카데미서적, 2002)
이제마의《동의수세보원》을 옮기고 주해한 것을 근간으로 해 이제마의 사상을 설명한 책이다. 가장 최근 번역본이고 장별로 사상의학의 주제를 뽑아 친절한 해설을 달았다. 주해 내용이 풍부하다.

박대식 역주,《격치고》(청계, 2000)
《격치고》는 이제마가 14년 동안 수시로 적어놓은 단편적인 사색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최근 번역이면서 주석을 많이 달아 이해를 돕고 있으며 번역어에서도 가급적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다. 이제마의 악명 높은 문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격치고》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