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화교의 구심점, 인도네시아의 중국사원(Chinese Temples) : 국교는 아니지만, 국민의 절대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의 중국사원(Chinese Temples)은 단순한 종교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조국에서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 전역에 정착한지 수백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향을 잊지 않은 인도네시아 화교의 구심점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중국어를 잊은 세대조차도 인도네시아 방방곡곡에서 크고 작은 중국사원을 즐겨 찾고, 향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말이죠. 전체 인구의 3~5%에 불과한 화교가 인도네시아 경제의 80%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사원은 인도네시아 현지인과 인도네시아 화교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문화적인 자긍심이자 정체성입니다.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원코스 인도네시아(1 Course Indonesia)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유불도(儒佛道)의 종교혼합주의(Ssyncretism), 트리다르마(삼교, 三教, Tridharma) : ▷ 인도네시아의 중국사원은 불교 4대 사원, 도교 4대 사원처럼 단일 종교를 강조하는 중국의 정통사원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관대합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숭배하는 불교(석가모니, 관음보살 등) 뿐 아니라 삼국지의 관우, 항해의 신 마주(媽祖) 등 불교, 유교, 도교와 민간신앙을 아우르는 방대한 범주의 신을 함께 모시고 있습니다. 이는 각기 다른 고향과 출신, 신앙의 ‘인도네시아 화교’를 중국사원이란 공간에서만큼은 ‘중국문화를 공유하는 중국인’으로 연대할 수 있는 정신적이자 문화적 토대가 됩니다. ▷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 속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중국사원은 동남아시아의 상좌불교(上座佛敎)와 달리 대승불교(大乘佛敎)의 특징을 뚜렷하게 보입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중국사원이 인접한 동남아시아(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가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중국인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정화가 아프리카 가기 전에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고?! 정화의 대원정(下西洋, 1405~1433) : ▷ 인도네시아 중국사원에서는 중국에서 오히려 저평가되고 있는 명나라 정화(鄭和, 1371~1434)와 같은 인물을 주신으로 모신 사찰도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의 역사에 영향을 미친 중국인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산신각이나 칠성각처럼 중국인에 의한 중국 불교가 인도네시아에 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일 것입니다. ▷ 정화는 아프리카로 향하는 대원정에서 현재의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아우르는 동남아시아의 해상 대제국 마자파힛 제국(Kemaharajaan Majapahit, Majapahit Empire, 1293~1517)의 수라바야(Surabaya), 스리위자야(Sriwijaya), 믈라카(Melaka)를 방문하였습니다. 정화는 힌두교를 믿는 제국을 약화시키기 위해 주변의 술탄국과 화교 무슬림을 전략적으로 지원하였는데, 결국 마자파힛 제국은 정화의 대원정 이후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 1527년 제국의 종언을 고하였습니다. 이후 정화는 화교 무슬림의 숭배를 받는 인물로써 그를 모신 이슬람 사원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여럿 설치되었습니다. ▷ 인도네시아 화교(Chinese Indonesian)는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3~5% 수준(약 1,300만 명)으로, 그 중에서 무슬림은 약 5%로 추정됩니다.
▶ 화교의 중국축제가 펼쳐지는 인도네시아 무대 : 인도네시아의 중국사원은 화교의 대표적인 명절인 음력 설(春節, Imlek)과 캡고메(Cap Go Meh) 등이 개최되는 축제의 장이기도 합니다. 사자춤부터 중국식 서커스 등의 문화축제를 비롯해 수십, 수백여 개의 푸드트럭이 즐비하게 들어서며, 이날만큼은 인도네시아 화교 뿐 아니라,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 등까지 함께 모여 국적과 종교에 관계없이 성대한 축제를 즐깁니다.
▶ 보고르(Bogor) 마하체트야 다나군 비하라(Mahacetya Dhanagun Vihara) : 마하체트야 다나군 비하라(Mahacetya Dhanagun Vihara)는 전통적인 중국의 종교 세 가지(유교, 불교, 도교)가 혼재되어 있는 인도네시아의 전형적인 중국사원으로써 자카르타에서 네덜란드 식민지 정부의 박해를 피해 보고르로 피난 온 보고르 화교의 구심점이자, 보고르의 중국 축제(음력 설 Imlek, Cap Go Meh Jemaat Vihara Dhanagun 등)의 장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식민지 통치의 일환으로 소수민족을 일정한 구역 내에서만 거주할 수 있도록 통제하였는데, 보고르의 차이나타운 또한 화교들만의 커뮤니티로써 보존되어 왔습니다.
▶ 반둥(Bandung) 사트야 부디 사원(Satya Budhi Temple) : ▷ 클렌텡 거리(Jl. Kelenteng)에 위치한 사트야 부디 사원(Satya Budhi Temple)은 1850년대에 설립된 창건 170여년에 달하는 유서 깊은 사원으로, 반둥에서 가장 큰 중국사원 중 하나로 꼽힙니다. 사원에서 2.5km 거리에 중국문화박물관(Museum Kebudayaan Tionghoa)이 있을 정도로, 반둥에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번외적으로 클렌텡이란 단어 자체가 중국의 중국사원, 특히 유교사원(Kelenteng)을 의미하는 인도네시아어입니다. ▷ 사트야 부디 사원(Satya Budhi Temple)은 정면의 사찰(Satya Budhi)을 중심으로 좌우에 사무드라 박티(Samudra Bhakti)와 부다가야(Buddhagaya) 제단이 있는 구조입니다. ▷ 사원의 정중앙에는 말을 타고,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관우(關羽)가 있습니다. 크기가 다소 작아서 위압적이라기보다는 귀엽네요. ▷ 화려하게 채색된 문과 기둥의 화려한 조각은 모두 백년 이전의 중국 화가가 그리고, 조각가가 새긴 예술품이니 꼼꼼하게 눈여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지붕의 푸른 색감과 양쪽으로 휘어 오른 처마선은 중국에서 이민 온 이들이 목숨을 걸고 통과해야만 했던 남중국해를 은유합니다.
▶ 인도네시아의 차이나타운(Chinatown in Indonesia) : ▷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7억 명으로, 아시아에서 3번째(인도, 중국)이자 전 세계에서도 4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인도, 중국, 미국)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 섬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섬’이기도 하지요. ▷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화교는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3~5%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 경제의 무려 8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크고 작은 중국인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차이나타운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문화적 공동체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 차이나타원에는 반드시 중국사원이 있으며, 중국사원은 인도네시아 화교와 인도네시아 현지인을 뚜렷하게 구분짓는 문화적인 자긍심이자 정체성으로 21세기 현재에도 존속되고 있습니다.
▶ 보고르(Bogor) 라왕 수리야켄카나(Lawang Suryakencana) : ▷ 인도네시아 전역에 화교가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화교는 전통적으로 하나의 거점에 모여 사는 것을 선호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차이나타운(Chinatown)이란 중심지가 형성됩니다. 즉 차이나타운이 세계 각지에 있다는 것은 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중국인은 어디에 살든 모여서 산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서로 모여 연대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중국인의 전통은 세계 각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국인의 강점인 동시에 현지 문화에 좀처럼 동화되지 않는 단점으로 비판받기도 합니다. ▷ 보고르 식물원 앞 라왕 수리야켄카나(Lawang Suryakencana)에 거대한 패루(牌樓)와 한쌍의 사자상이 있으며, 그 뒤편으로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만 다른 도시의 차이나타운에 비해 중국적인 색채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초입의 중국사원을 제외하면 딱히 중국식 식당, 찻집, 기념품샵 등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대로의 식당가와 좁은 골목의 노천시장 등은 별 다른 계획 없이 보고르를 방문한 관광객에게 충분히 눈길을 끌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