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에메랄드 섬(The Emerald Isle), 아일랜드(Ireland)로 떠나보겠습니다. 아일랜드란 국명은 켈트 신화 속 대지의 여신 '에이레(Éi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땅이 신화와 영혼이 깃든 '여신 에이레의 현신'임을 의미합니다. 아일랜드는 지리적으로 영국과 인접해 있으나, 앵글로색슨(Anglo-Saxon) 문화와는 뿌리부터 다른 켈트(Celtic) 문명의 적통을 잇는 국가입니다. 아일랜드는 영국은 물론 1707년 연합법(Acts of Union 1707)으로 영국의 일부가 된 스코틀랜드와 혼동하기 쉽지만! 무려 800년에 걸친 영국 지배를 종식하고, 1949년 독립을 쟁취한 공화국(Republic of Ireland)입니다. 아일랜드의 국가원수는 영국의 찰스 3세(Charles III, 1948~)가 아니라, 아일랜드인이 선출한 캐서린 코널리(Catherine Connolly. 1957~)이며, 스코틀랜드와 달리 위스키(Whisky)가 아니라, 위스키(Whisk‘e’y)를 마시죠! W.B.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부터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 그리고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1939~2013)까지……. 무려 4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성자와 학자의 섬(Island of Saints and Scholars)' 아일랜드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번외적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멜 깁슨(Mel Gibson, 1956~)의 브레이브하트(Braveheart, 1955)는 영국의 폭정에 시달리는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만, 영화의 주요 장면은 트림 성(Trim Castle)을 비롯한 아일랜드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멜 깁슨 또한 아일랜드계 미국인입니다.
▶ 5,000년 전,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Where Heaven and Earth Met, 5,000 Years Ago), 투아르(Tuar, a sign or omen) : 아일랜드의 독특함은 이 땅에 처음 정착했던 신석기 시대의 농부들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원시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우주와 시간의 흐름을 꿰뚫어 보았던 위대한 천문학자이자 건축가였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든 것이 아니라, 땅 전체를 거대한 시계이자 신성한 극장으로 설계했습니다. 하늘의 움직임, 즉 ‘투아르(Tuar)’는 그들에게 신의 계시이자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순환을 알려주는 장엄한 신호였죠.
▷ 시간의 지도를 다시 그리다: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오래된 땅(Redrawing the Map of Time: A Land Older Than the Pyramids of Egypt) :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약 40킬로미터 떨어진 보인(Boyne) 강 유역에는 ‘브루 나 보인(Brú na Bóinne, 보인 강의 궁전)’이라 불리는 거대한 고대 유적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뉴그레인지(Newgrange), 노우쓰(Knowth), 다우쓰(Dowth)라는 세 개의 거대한 고분(Passage Tomb)이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충격에 빠지는 이유는 바로 그 나이 때문입니다. 이 기념물들은 기원전 3200년경에 지어졌습니다. 이는 이집트의 기자 피라미드보다 약 500년, 영국의 스톤헨지보다는 무려 1,000년이나 앞선 것입니다. 유럽의 변방이라 여겨졌던 이 작은 섬에서 인류 최초의 거대 건축물 중 하나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던 역사의 연대표를 다시 쓰게 만듭니다.
▷ 17분의 기적: 태양을 붙잡은 고대의 건축가들(The 17-Minute Miracle: Ancient Architects Who Captured the Sun) : 브루 나 보인의 여러 유적 중에서도 뉴그레인지가 가장 신비로운 이유는 바로 ‘17분의 기적’ 때문입니다. 1년 중 가장 해가 짧은 날인 동지(Winter Solstice) 아침, 뉴그레인지에서는 5,200년 전 고대인들이 설계한 장엄한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무덤의 주 출입구 위에는 ‘루프 박스(roof-box)’라 불리는 작은 창이 있는데, 1년 내내 굳게 닫혀 있다가 오직 동지를 전후한 며칠(12월 19일~23일)의 아침에만 기적을 허락합니다. 동지 아침 해가 떠오르면, 한 줄기 빛이 정확하게 이 루프 박스를 통과해 19미터 길이의 좁고 긴 통로를 따라 들어옵니다. 빛은 서서히 안으로 나아가며 십자 형태의 중앙 석실 바닥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해가 점점 높이 떠오름에 따라 빛줄기는 점차 넓어져, 약 17분 동안 6미터 높이의 거대한 석실 전체를 황금빛으로 가득 채웁니다. 이윽고 빛은 들어왔던 길을 따라 서서히 물러나고, 석실은 다시 1년 동안의 어둠 속으로 잠깁니다.
▶ 세상의 끝에서 신을 향한 위대한 여정(A Grand Journey to God at the End of the World), 스피어라드(Spiorad, spirit or soul) : 아일랜드의 영혼, 즉 ‘스피어라드(Spiorad)’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초원을 잠시 떠나 거친 대서양의 바다로 나가야 합니다. 아일랜드의 정신적 독특성은 초기 켈트 기독교에서 탄생한 극단적인 금욕주의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안락한 수도원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끝,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점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신과 만나고자 했던 영적 투쟁에 가까웠습니다. 그 위대한 여정의 가장 극적인 증거가 바로 대서양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섬, 스켈리그 마이클(Skellig Michael)입니다.
▶ 돌에 새긴 영혼의 코드, 고대 예술의 루브르 박물관(The Soul's Code Etched in Stone, the Louvre of Ancient Art), 알라인(Ealaín, art or skill) : 아일랜드의 세 번째 독특함은 바로 이 땅이 유럽 선사 시대 예술의 심장부라는 사실입니다. 브루 나 보인 유적군의 또 다른 거대 고분인 노우쓰(Knowth)는 그 자체로 고대의 루브르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남겨진 방대한 양의 추상적인 거석 예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우주의 질서를 기록하고, 인간의 의식을 탐구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고안된 정교한 상징 언어, 즉 ‘알라인(Ealaín)’이었습니다.
▷ 영혼의 지문: 삼중 나선과 수수께끼의 기호들(Fingerprints of the Soul: The Triskele and the Enigmatic Symbols) : 노우쓰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거의 완벽하게 추상적이라는 점입니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나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처럼 사실적인 동물이나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돌의 표면은 소용돌이(spiral), 갈매기 무늬(chevron), 마름모(lozenge), 뱀 모양의 구불구불한 선(serpentiform)과 같은 기하학적 문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문양들이 달의 위상 변화를 기록한 달력이나, 복잡한 태양력을 나타내는 도표일 수도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문양은 바로 ‘트리스켈(Triskele)’이라 불리는 삼중 나선입니다. 그리스어로 ‘세 개의 다리’를 의미하는 이 문양은 켈트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세 개의 나선이 한 점에서 뻗어 나가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은 순환, 진보, 그리고 ‘3’이라는 숫자가 가진 신성한 의미, 즉 삶-죽음-부활, 과거-현재-미래, 정신-육체-영혼과 같은 삼위일체의 개념을 상징합니다. 뉴그레인지의 입구석에 새겨진 장엄한 트리스켈은 이 사상의 가장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 아일랜드 여행은 이처럼 과거로의 깊은 시간 여행을 동반합니다. 5,200년 전 농부들이 동지의 태양에서 읽어냈던 우주의 신호(Tuar), 대서양의 폭풍 속에서 신을 향해 나아갔던 수도사들의 강인한 영혼(Spiorad), 그리고 영원을 향한 메시지를 돌에 새겼던 고대 예술가들의 위대한 솜씨(Ealaín)는 오늘날까지도 아일랜드 땅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유산들은 모두 엄청난 노력과 공동체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일랜드의 오래된 속담 하나가 이들의 위업을 잘 말해줍니다. “Ní neart go cur le chéile(Unity is strength)”, 즉 ‘함께하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들의 굳건한 연대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독자 여러분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Go n-éirí an bóthar leat(May the road be good to you.)” 당신의 여행길에 축복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