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자유의 땅(Land of Liberty)’,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으로 떠나보겠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200여 개의 수많은 국가 중에서 미국만큼 독특한 건국 배경과 국가적 정체성을 가진 나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미국은 단일한 혈통이나 수천 년에 걸친 역사에 기반하여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난 전통적인 형태의 국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은 자유(自由), 평등(平等), 개인주의(個人主義), 그리고 법치주의(法治主義)라는 명확하고도 보편적인 정치적 이념(Ideology)과 철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엘리트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기획되고 '발명된 국가(Invented country)'에 가깝습니다.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 1898~1987)이 미국의 정체성을 '아메리칸 크리드(American Creed)'라고 설명했듯, 인종이나 언어에 상관없이 누구든 미국인이 될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은, 미국을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가장 독특하고 예외적인 위치에 올려놓았습니다. 기회의 땅(Land of Opportunity), 미국으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당신의 뱀은 당신이 처단하라(Kill Your Own Snakes) : 미국인들의 심벌과도 같은 첫 번째 고유한 특징은 바로 지독하리만치 강렬한 '개인주의(個人主義, Individualism)'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남에게 기대지 않는 '자립심(自立心, Self-reliance)'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륙의 서부를 향해 나아가며 거친 야생의 자연과 맞서 싸우고, 스스로의 생명과 재산을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만 했던 초창기 미국 개척민들의 척박한 삶을 떠올려 보십시오. 늪지대를 지나는 좁은 배 안에서 맹독을 품은 뱀이 갑자기 발밑에 떨어졌다면? 위원회를 소집해 그 뱀의 학명을 토론하거나, 누군가 나타나 대신 치워주기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즉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뱀을 내리쳐 죽여야만 자신과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 강렬한 관용구는 관료주의나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직면한 문제는 자신이 직접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 특유의 강인한 자립 정신과 즉각적인 행동력을 완벽하게 대변하는 문화적 은유입니다.
▷ 인디펜던스 홀에 깃든 국가적 자립(National Independence Embodied in Independence Hall) : 이러한 개인의 자립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이념이 한 개인의 삶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의 위대한 물리적 건축물로 승화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인디펜던스 홀(Independence Hall, 독립기념관)'입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1732년부터 1753년에 걸쳐 지어진 조지안 양식(Georgian architecture, 18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유행한 대칭미와 고전적 비례를 강조하는 붉은 벽돌 건축 양식)의 단아한 건물 그 이상의 거대한 역사적 중량감을 지닙니다.
1776년 7월 4일,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을 비롯한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들은 바로 이 건물의 의회실에 모여, 대영제국의 불합리한 세금과 억압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뱀'을 스스로의 손으로 처단하기 위해 역사적인 독립선언서(Declaration of Independence)를 채택했습니다. 토머스 제퍼슨은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를 비롯한 유럽 계몽주의(啓蒙主義, Enlightenment) 사상가들의 깊은 영향을 받아, 정부라는 것은 오직 피지배자의 동의에 의해서만 그 정당성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창조주로부터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빼앗길 수 없는 자연권(自然權, Natural rights)을 부여받았다고 주창했습니다.
▶ 엉뚱한 나무를 향해 짖어라(Barking Up the Wrong Tree) : 미국이라는 복잡한 국가를 설명하는 두 번째 고유한 특징은 전통적인 권위나 고상한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부딪혀보는 행동주의적 '실용주의(實用主義, Pragmatism)'와 그 끊임없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파괴적인 '혁신(革新, Innovation)'입니다. 1800년대 초기 미국 개척 시대, 사냥꾼들은 캄캄한 밤이 되면 사냥개를 풀어 숲속에서 너구리(Raccoon)를 쫓았습니다. 생존 본능이 뛰어난 영악한 너구리들은 개를 속이기 위해 이 나무 저 나무로 교묘하게 옮겨 다녔고, 사냥개들은 종종 너구리가 이미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없는 텅 빈 엉뚱한 나무 밑에 주저앉아 밤새 목청껏 짖어대곤 했습니다.
현대 영어에서 이 표현은 '상황을 완전히 오판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헛수고를 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관용구의 기저에는, 정답이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도 두려움 없이 일단 행동에 나서고 수많은 시행착오(Trial and error)를 겪으며 결국 가장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고야 마는 미국인들의 혁신적 DNA가 고스란히 숨어있습니다. 체면과 완벽을 중시하는 오래된 문화권에서는 엉뚱한 나무를 향해 짖는 행위 자체를 큰 실패와 부끄러움으로 여기며 시도조차 두려워하겠지만, 미국인들에게 진정한 혁신이란 수백 번 엉뚱한 나무에 짖어보는 과감한 시도와 실패의 축적 끝에 비로소 얻어지는 값진 실용적 결과물입니다.
▷ 옐로스톤, 보존이라는 위대한 제도의 발명(Yellowstone, the Invention of the Great System of Preservation) :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미국의 실용주의적 혁신은 세계 최초라는 눈부신 역사를 썼습니다. 1978년 미국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1872년, 남북전쟁의 영웅이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율리시스 S. 그랜트(Hiram Ulysses Grant, 1822~1885)의 서명으로 지정된 이곳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국립공원(National Park)'입니다. 거대한 마그마가 끓어오르는 화산 칼데라(Caldera, 화산 폭발 후 중심부가 함몰되어 생긴 솥 모양의 분지) 위에 위치하여 무려 1만여 개의 지열 지대와 300개가 넘는 간헐천(Geyser)이 쉴 새 없이 끓어오르는 이 광활하고 기이한 땅을, 미국은 국가가 선제적으로 개입하여 영구적인 보호구역으로 묶어버렸습니다.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당시, 숲의 나무를 베어 팔고 광산을 파헤치며 자연을 단순히 착취와 일회성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던 기존의 시대적 관념에서 본다면, 이 엄청난 면적의 땅(약 220만 에이커)을 그대로 방치하다시피 보존하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자 엉뚱한 짓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하고 희귀한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보존하여 후대와 대중이 함께 향유하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와 인류에게 훨씬 더 큰 공공의 이익과 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미국의 고도의 실용주의적 판단이 개입된 것입니다.
▶ 피 묻은 도끼를 땅에 묻어라(Bury the Hatchet) : 미국이라는 거대한 연방을 흔들림 없이 지탱하는 마지막 세 번째 특징은 다채로운 이질성과 첨예한 갈등을 하나의 더 큰 목표 아래 모아내는 '다양성 속의 통합'입니다. 미국 건국의 기초가 된 위대한 국장(Great Seal of the United States)에 뚜렷하게 새겨진 라틴어 모토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E pluribus unum)'는 이 이민자 국가가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숙명적인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가 뒤섞이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과 유혈의 역사를 딛고 이 통합의 지난한 과정을 시각적이고도 강렬하게 묘사하는 관용구가 있습니다. 바로 "손도끼를 땅에 묻다(Bury the hatchet)"입니다.
이 매력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의 기원은 유럽인들이 도래하기 전 북미 대륙의 원주민(Native Americans)들의 오래된 관습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초창기 정착민과 원주민, 혹은 원주민 부족들 간에 벌어진 끔찍한 유혈 분쟁을 끝내고 평화 협정을 맺을 때, 그들은 단순히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전투에서 사용하던 무기인 손도끼(Hatchet), 칼, 곤봉 등을 모아 문자 그대로 땅 깊은 곳에 묻어버리는 엄숙한 의식을 치렀습니다. 피 묻은 무기를 영원히 접근할 수 없는 땅속에 묻음으로써, 폭력적이고 원한으로 얼룩진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한 땅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숭고한 화해와 통합의 메타포인 것입니다.
▷ 자유의 여신상, 이민자를 품은 포용의 횃불(Statue of Liberty, A Torch of Inclusion Embracing Immigrants) : 미국이 지리적 국경을 허물어 거대한 생태학적 통합을 이뤄냈다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의 다양성을 정신적으로 통합해 낸 미국의 가장 상징적이고 낭만적인 아이콘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일 것입니다.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가 우정의 징표로 선물한 이 거대한 구리 여신상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뉴욕항으로 배를 타고 들어오는 수백만 명의 가난하고 지친 이민자들에게 환하게 횃불을 치켜들고 새로운 기회의 땅을 비춰주는 희망의 등대였습니다. 구대륙에서 서로 총칼을 겨누고 반목했던 뼈아픈 갈등의 도끼를 깊은 바다에 던져 묻어버리고, 인종과 언어, 종교의 두꺼운 벽을 허물어 전 세계의 고단한 자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은 보편적인 인류애와 관용의 상징. 이 장엄한 유산이야말로 갈등을 넘어 하나가 되려는 미국의 이념적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 거대한 나무의 밑동을 바라보며(Looking at the Bottom of the Great Tree) : 지금까지 우리는 '스스로 뱀을 죽이는' 강인한 개척과 자립의 정신, 체면을 구기더라도 '엉뚱한 나무를 향해 짖기를' 주저하지 않는 맹렬한 실용주의와 혁신, 그리고 '피 묻은 손도끼를 기꺼이 땅에 묻고' 서로를 넓게 껴안는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세 가지 흥미로운 관용구 키워드를 통해 미국의 뼈대를 이루는 문화적 정체성을 심도 있게 탐험해 보았습니다. 자유를 선언했던 인디펜던스 홀의 붉은 벽돌과 공간의 혁명을 이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실험적인 유기적 건축물들, 지구의 맥박이 광활하게 끓어오르는 옐로스톤과 인위적인 국경을 대자연의 품으로 지워버린 워터턴 글레이셔 국제평화공원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유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전진하게 만드는 살아 숨 쉬는 심장 박동과도 같습니다.
A people without the knowledge of their past history, origin and culture is like a tree without roots.
역사, 기원, 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민족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