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아프리카의 지붕(Roof of Africa)이자 예가체프의 고향(The Birthplace of Yirgacheffe), 에티오피아(Ethiopia)로 떠나보겠습니다. ‘에티오피아’란 국명은 고대 그리스어 ‘태양에 그을린 얼굴의 사람들’이란 뜻의 ‘아이티오프스(Aithiops)’에서 유래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문자(게에즈 문자)와 역법을 지켜낸 문명국으로, 원인(猿人) 루시(Lucy)가 발견된 아와시 강 하류 계곡(Lower Valley of the Awash, 1980)은 인류 기원의 비밀을 품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유이(唯二)한 한국전쟁 참전국! 강뉴 부대의 나라(The country of the Kangnyu unit) 에티오피아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경이로운 인류의 요람, 딘키네시(Dinkinesh: The marvelous cradle of humanity) : 에티오피아라는 심오하고도 거대한 세계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쥐어야 할 열쇠는 '당신은 놀랍도록 경이롭다'라는 뜻을 품고 있는 암하라어 '딘키네시'입니다. 전 세계의 저명한 역사학자와 고생물학계 전문가들을 열광하게 만든 이 아름다운 고유명사는, 1974년 에티오피아 아와시 계곡 하류(Lower Valley of the Awash)에서 기적처럼 발굴된 320만 년 전 초기 고인류 '루시(Lucy)'를 향해 현지인들이 깊은 애정과 자긍심을 담아 바친 숭고한 헌사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이곳 하류 지대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 계통인 딘키네시를 비롯해 무려 440만 년 전이라는 까마득한 과거를 증언하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의 유해까지 쏟아져 나온 고인류학계의 진정한 성소입니다.
딘키네시 화석의 발견은 인류 조상이 뇌 용적이 획기적으로 팽창하기 이전 시점부터 이미 직립 보행(Bipedalism) 체계를 확립했음을 확고하게 입증해 주었으며, 그토록 척박했던 환경 조건 속에서 어떻게 생존의 기틀을 다졌는지에 관한 기존 학계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현지인들에게 딘키네시는 그저 박물관 진열장에 놓인 건조한 골격 표본이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의 조국이 전 인류의 영적, 육체적 기원임을 강렬하게 웅변하는 살아있는 상징물인 동시에, 인류 진화라는 거대한 역사적 퍼즐의 핵심 조각을 수백만 년 동안 묵묵히 간직해 왔다는 대지의 자부심 그 자체입니다.
▶ 공존을 껴안은 이슬람 성벽, 주골(Jugol: The Islamic walls embracing coexistence) : 에티오피아의 깊은 내면세계를 통찰하기 위한 두 번째 중요 키워드는 동부 하라리(Harari) 주에 자리한 전설적인 성곽 도시의 장벽을 지칭하는 고유어 '주골(Jugol)'입니다. 다수의 이슬람 학자 및 신도들로부터 이슬람 제4대 성지로까지 열렬히 추앙받는 경이로운 요새 도시 '하라르 주골(Harar Jugol, the Fortified Historic Town)'은, 그 압도적인 문화사적 중요성을 널리 인정받아 지난 200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되었습니다. 13세기 무렵부터 16세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축조된 이 웅장한 방어벽 내측으로는, 자그마치 82개소에 달하는 유서 깊은 모스크(이 가운데 3곳은 10세기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갑니다)와 102개소의 성스러운 묘역들이 좁고 복잡한 미로형 골목과 맞물려 한 폭의 정교한 직물처럼 밀집해 있습니다.
16세기 아달 술탄국(Adal Sultanate)을 통치하던 걸출한 이슬람 군주 누르 이븐 무자히드(Nur ibn Mujahid) 재위기에 이르러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철벽 요새의 외형을 갖추게 된 주골은, 아프리카 내륙 깊숙한 곳과 홍해, 나아가 아라비아 반도 일대를 촘촘하게 이어주는 대상 무역의 최우선 교차로로 기능했습니다. 아울러 수많은 무역상과 시인, 지식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이슬람 기반의 학문 및 문화 예술을 찬란하게 만개시킨 동아프리카 최고의 지적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 토착 건축의 특징인 진흙 구조물에 인도 및 아랍권의 화려한 타일 장식, 정교한 목공예 기법 등 다국적 양식이 환상적으로 혼재된 이곳의 독특한 주거 형태는, 이질적인 문명과 종교가 척박한 지형의 한정된 성벽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화롭게 융화되어 독보적인 생활 경관을 창출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뛰어난 예술적 성취라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하라르 주골이 전 세계에 산재한 숱한 고성곽 도시 중에서도 유별나게 낭만적이고 독보적인 가치를 뿜어내는 까닭은, 단순히 고대의 종교 시설들이 빽빽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 도시는 인간과 거친 야생 생태계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동화처럼 기적적인 교감과 공존을 이룩해 낸 경이로운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하라르의 성벽 일대에서는 수백 년 동안 매일 어둠이 짙게 깔릴 무렵이면, 야생 점박이 하이에나 무리들이 경계심 없이 성문 안팎으로 다가와 주민들이 직접 건네주거나 입에 물고 있는 나뭇가지를 통해 날고기를 받아먹는 아슬아슬하고도 신비로운 의식이 펼쳐집니다. 이는 과거 참혹했던 전쟁과 기근의 시대에 성곽 주변에 방치된 시체나 오물들을 하이에나들이 깨끗하게 처리해 줌으로써 치명적인 전염병의 창궐을 막아주었던 은혜를 잊지 않고, 야생 맹수들과 일종의 영적인 평화 조약을 체결한 하라르 지역민들만의 고유한 민속 전통입니다. 고도로 통제된 인공적인 도시 문명 속에서도 거칠고 위험천만한 자연의 포식자를 맹목적으로 배제하거나 살육하지 않은 채, 오히려 매일의 일상을 나누는 친근한 이웃으로 품어 안은 이 경이로운 사례는 인류 생태학 차원에서 무한한 포용의 가치를 시사합니다.
▶ 숲속에서 잉태된 민주주의, 가다(Gadaa: The democracy conceived in the forest) : 에티오피아라는 국가의 정신적 중추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세 번째이자 가장 지성적이고 진일보한 열쇠는, 국가 내 최대 인구 비중을 차지하는 오로모(Oromo) 족이 아득한 수백 년 전부터 자생적으로 꽃피운 완벽한 형태의 토착 민주주의 사회·정치 지배 구조인 '가다(Gadaa)' 체제입니다. 인류 문명사에 기여한 지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이 경이로운 가다 제도는 최소 16세기 이전, 아니 그보다 훨씬 까마득한 옛날부터 쉼 없이 계승되어 온 것으로 분석되며, 서구 유럽 사회가 근대 민주주의 이념을 태동시키기 수백 년 전부터 이미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던 아프리카 고유의 독창적 자치 헌법 시스템입니다.
가다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오로모 공동체의 모든 남성들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혈통의 뿌리와 연령을 기준으로 '루바(Luba)'라고 칭하는 엄격하고도 정교한 동세대 그룹으로 편입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11개의 세대별 단위 조직은 정확하게 8년 주기를 거치며 다음 위계로 승급을 거듭하고, 그에 합당한 정치적, 군사적, 사회적 책임과 권리를 부여받으며 순환적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 제도가 품고 있는 가장 경이로운 본질은 특정한 개인이나 소수 가문이 권력을 영구적으로 독점하는 부작용을 제도적 차원에서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로모 사람들은 8년의 주기가 찾아올 때마다 잎이 무성하게 우거진 거대한 '오다(Odaa)' 나무, 즉 커다란 시커모어(Sycamore) 무화과나무의 시원한 그늘 아래 수많은 대중이 운집하여 현대의 입법 기관에 해당하는 웅장한 '가다 총회(Gumi gayo)'를 엽니다.
이 거대한 광장에서 공동체의 일원들은 지칠 줄 모르는 끈질긴 토론과 거의 만장일치에 도달할 때까지 이어지는 합의 과정을 통해 낡은 법을 고치거나 새로운 규율을 제정하며, 향후 8년간 공동체의 앞날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최고 행정 및 정치 수반인 '아바 가다(Abbaa Gadaa)'를 철저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해 냅니다. 선출된 권력자는 예외 없이 정확히 8년의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권위의 상징물인 타조 깃털 장식의 지휘봉 '보쿠(Bokkuu)'를 미련 없이 평화롭게 다음 세대에게 양도해야 할 엄중한 의무를 지닙니다. 설령 임기 중에 있는 지도자라 할지라도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거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부정부패를 일삼아 공동체의 평화와 안녕을 위협할 경우에는, 즉시 비상 총회를 소집하여 그를 탄핵하고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오는 고도의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 메커니즘을 제도 내부에 단단히 이식해 두었습니다.
▷ 아프리카의 지혜, 전 세계의 헌법이 되다(Africa's wisdom becomes the constitution of the world) : 에티오피아의 가다 체계가 양피지 조각이나 종이에 기록을 남긴 명문화된 성문 헌법의 형태를 단 한 줄도 갖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부족 원로들과 역대 지도층의 비상한 암기력과 구술에만 의지한 채 한 치의 오차나 왜곡 없이 후대에 전수되며 수백 년의 세월 동안 거대한 사회를 단단히 지탱해 왔다는 사실은, 유네스코가 지정하고 보호하는 무형문화유산이 내포한 '구비 전승'의 폭발적인 힘을 가장 극적으로 방증하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구전 지식이 지닌 신성함과 놀라운 사회적 결속력은 저 멀리 아프리카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기니(Guinea)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소소 발라의 문화 공간(Cultural space of Sosso-Bala)'에서도 눈물겹고 아름다운 선율로 변주됩니다.
소소 발라는 13세기 초반 서아프리카 일대를 강력하게 호령했던 전설적 군주 수마오로 칸테가 최초로 연주했다고 널리 알려진 신성한 나무 타악기 발라폰(Balafon)입니다. 이 성스러운 악기는 장구한 세월 동안 기니 북부의 니아가솔라 마을에 뿌리를 둔 특별한 세습 음악가 집안, 도칼라 쿠야테 가문의 계승자들에 의해 비밀스럽고도 가혹한 전수 방식을 거치며 대를 이어 지켜져 왔습니다. 단 하나의 악보 조각이나 문서 기록조차 남겨두지 않은 위대한 말리 제국의 건국자 순자타 케이타를 기리는 서사시와 영광으로 가득했던 옛 제국의 찬란한 역사는, 오직 이 악기에서 튕겨 나오는 맑고 신비한 선율과 7세 무렵부터 혹독한 도제식 훈련을 거친 예술가들 그리오(Griots)의 초인적인 암기력에 의지하여 오늘날까지 아프리카 민중들의 구심점과 문화적 자긍심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거대한 끈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유산이 우리에게 남긴 위대한 질문(The great question the heritage has left us) : 인류의 까마득한 최고령 조상 딘키네시가 기나긴 영면을 취하고 있는 아와시 계곡 하류의 거대하고 경이로운 대지의 풍광부터, 종교적 신념과 민족성의 간극, 나아가 자연의 거칠고 위협적인 야성이라는 극단적 이질성마저 폭력적 통제가 아닌 지혜로운 공존의 법칙으로 따뜻하게 감싸 안은 장엄한 성벽 도시 주골, 그리고 권력의 분산과 세대를 넘나드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약속을 제도적으로 완벽히 안착시킨 아프리카 숲속의 숭고한 민주주의 시스템 가다 체제에 이르기까지…….
에티오피아의 이 세 가지 고유한 언어적 키워드는, 단순히 한 나라가 누렸던 화려한 과거의 영광을 수식하기 위해 박물관 벽면을 장식하는 먼지 쌓인 훈장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끊이지 않는 자원 쟁탈전과 치명적인 생태계 파괴의 위협, 그리고 도무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념과 세대 간의 극단적 양극화로 인해 깊이 신음하고 있는 21세기 현대 인류 모두를 향해, 에티오피아가 던지는 가장 장엄하고도 뼈아픈 철학적 경고장입니다.
ሐምሳ ሎሚ ለአንድ ሰው ሸክም ለሐምሳ ሰው ጌጥ ነው.
Fifty lemons are a burden for one, but an ornament for fifty.
한 사람에게 쉰 개의 레몬은 무거운 짐이지만, 쉰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장식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