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아프리카의 심장(Heart of Africa), 중앙아프리카공화국(Central African Republic)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국명은 말 그대로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 자리 잡은 지리적 위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1889~1960)에는 이 땅을 유유히 흐르는 두 줄기 거대한 물줄기인 우방기강(Ubangi River)과 샤리강(Chari River)의 이름을 딴 ‘우방기샤리(Oubangui-Chari)’라 불렸습니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적도의 울창한 열대우림과 광활한 사바나가 교차하는 자연의 경이입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마노보-군다 생 플로리스 국립공원(Manovo-Gounda St Floris National Park, 1988)과 카메룬·콩고공화국과 국경을 맞댄 상가 삼국 유산(Sangha Trinational, 2012)은 서부저지대고릴라(Western lowland gorilla)와 아프리카코끼리가 자유롭게 거니는 대자연의 요람이죠! 아카 피그미족(Aka people)과 함께 아프리카의 내륙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인간 존엄을 향한 끝없는 외침, 조 퀘 조(Zo Kwe Zo: The endless cry for human dignity) :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적·정치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국가의 국장(國章, Coat of arms) 최상단과 헌법에 당당히 새겨져 있는 숭고한 문구, 바로 ‘조 퀘 조(Zo Kwe Zo)’입니다. 이를 직역하면 "모든 사람은 사람이다(All people are people)" 혹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관점에서는 자명하게 들리는 이 평범한 문장이 한 국가의 가장 숭고한 철학이자 절대적인 지향점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온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뼈아픈 식민 지배의 참혹한 역사와 한 위대한 정치적 지도자의 처절한 희생이 깊게 서려 있습니다.
▷ 바르텔레미 보간다와 숭고한 인권 선언(Barthélemy Boganda and the Noble Declaration of Human Rights) : 이 위대한 평등의 철학을 역사상 처음으로 주창한 인물은 오늘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정치인이자 성직자, 바르텔레미 보간다(Barthélemy Boganda, 1910~1959)입니다. 1910년, 과거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French Equatorial Africa) 시절 우방기-샤리(Oubangui-Chari)라 불렸던 지역의 척박한 농촌 마을 보방기(Bobangui)에서 태어난 그는 가혹한 식민 통치 체제 속에서 비극적인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식민 당국과 거대 자본 기업들은 고무와 상아를 채취하기 위해 현지인들을 무자비한 강제 노역에 동원했습니다. 보간다의 아버지는 이러한 강제 노역 정책에 결연히 저항하다가 결국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목숨을 끊으며 그는 불과 6세의 나이에 고아가 되었습니다. 가톨릭 선교사들의 손에 거두어져 양육된 보간다는 훗날 1938년, 우방기-샤리 출신으로는 역사상 첫 번째 현지인 로마 가톨릭 신부로 서품을 받는 놀라운 성취를 이룹니다.
그러나 그는 종교적 테두리 안에서의 평온한 삶에 결코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 프랑스 국민의회(National Assembly) 의원으로 선출되며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보간다는, 제국주의적 인종차별과 식민 치하에서 자행되는 강제 노역, 그리고 민중에 대한 구조적 착취에 맞서 맹렬하고도 타협 없는 정치적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바로 이 치열한 투쟁의 시기, 보간다는 동족들을 정신적으로 일깨우고 결속시키기 위해 산고어 구호인 '조 퀘 조(Zo Kwe Zo)'의 기치를 높이 들었습니다. 이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제국주의 지배자든 억압받는 피지배자든,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그 어떤 조건과도 상관없이 온전히 동등한 존엄성을 지닌다는 아프리카 민중의 굳건하고도 처절한 인권 선언이었습니다.
▷ 폭정의 시대와 조 퀘 조의 부활(The Era of Tyranny and the Resurrection of Zo Kwe Zo) : 보간다의 죽음 직후인 1960년 8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마침내 염원하던 독립을 쟁취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피를 토하며 부르짖었던 '조 퀘 조'의 고결한 철학은 곧이어 등장한 잔혹한 군사 독재자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는 끔찍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맞이합니다. 그 참극의 장본인은 보간다의 친척이자 군 참모총장이었던 장베델 보카사(Jean-Bédel Bokassa, 1921~1996)입니다. 1966년 자행된 '성 실베스트르 쿠데타(Saint-Sylvestre coup d'état)'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보카사는, 이후 14년 동안 헌법을 폐지하고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하며 인권을 철저히 말살했습니다. 권력욕의 화신이 된 그는 1976년 국가 명칭을 독단적으로 중앙아프리카 제국(Central African Empire)으로 바꾸었고, 스스로를 보카사 1세(Bokassa I)로 칭하며 시대착오적인 전제 군주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를 광적으로 흠모했던 보카사 1세는 1977년 거행된 자신의 황제 대관식에 국가 전체 1년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무려 2천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국부를 순식간에 탕진해 버렸습니다. 그가 거대한 황금 독수리 모양의 왕좌에 앉아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무거운 왕관을 머리에 쓰는 등 극도의 비정상적인 사치를 부리는 동안, 대다수의 선량한 중앙아프리카 민중들은 극심한 질병과 굶주림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갔습니다. 결국 1979년, 보카사 황제는 자신의 부인이 소유한 공장에서 생산된 값비싼 교복을 전국의 학생들에게 강제로 구매하게 한 조치에 반발하던 어린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 유혈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고, 마침내 프랑스군의 개입(Operation Caban)으로 보카사는 권좌에서 비참하게 축출되었습니다.
가혹한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국부 보간다가 남긴 숭고한 철학을 결코 마음속에서 지우지 않았습니다. 보카사 정권이 축출되고 공화정이 복원되면서, '조 퀘 조'라는 외침은 국가 공식 국장 최상단의 모토로, 그리고 국가의 지향점을 밝히는 헌법 전문의 핵심 가치로 다시금 찬란하게 부활했습니다. 이는 오랜 식민 지배의 상흔과 극단적인 독재의 트라우마를 민중의 힘으로 극복하고 인간 본연의 권리를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입니다.
▶ 원시 대자연이 숨 쉬는 생명의 요람, 베아프리카(Bêafrîka: The cradle of life where primeval nature breathes) :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두 번째 지리적, 생태적 정체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키워드는 바로 ‘베아프리카(Bêafrîka)’입니다. 이 단어는 '아프리카(Afrîka)'라는 명칭에 중심 혹은 심장을 뜻하는 산고어 접두사 '베(Bê)'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고유 명사로, "아프리카의 심장(Heart of Africa)"이라는 뜻을 명징하게 담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국가의 공식 명칭 역시 산고어로는 ‘Ködörösêse tî Bêafrîka(베아프리카 공화국)’로 불립니다. 이 국가는 아프리카 대륙의 동서남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심장부이자 지리적 교차로에 굳건히 위치해 있습니다.
▶ 다성음악과 언어가 빚어낸 화합의 연대, 송고(Söngö: Solidarity of harmony forged by polyphony and language) : 질곡의 역사적 시련과 상상을 초월하는 지리적 경이로움을 넉넉히 품어낸 국토를 넘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의 삶의 양식과 내밀한 예술의 심층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는 세 번째 키워드는 바로 ‘송고(Söngö)’입니다. 산고어에서 송고는 타인과의 친분을 넘어, ‘서로에 대한 깊은 형제애, 공동체 전체의 조화, 이타적인 관계 맺음, 그리고 그로 인해 발현되는 끈끈한 유대감’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깊은 철학적 개념입니다. 무려 80여 개에 달하는 서로 다른 언어와 부족적 정체성을 지닌 집단들이 파국 없이 하나의 국가 아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이유는, 이 '송고'라는 정신적 가치가 일상 저변에 뿌리 깊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 민중의 언어, 산고어와 구전 문화의 힘(The Language of the People, Sango, and the Power of Oral Culture) : 오늘날 국민 대다수가 자유롭게 구사하는 산고어(Sango)는 식민 지배 계층이 강압적으로 이식한 억압의 언어가 아닙니다. 19세기 말, 우방기 강을 따라 교역하던 평범한 민중들의 절실한 소통의 필요에 의해 강가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크리올어(Creole language)입니다. 토착어인 응반디어(Ngbandi)의 문법적 뼈대 위에 프랑스어 등 외래 어휘가 융합되며 유연하게 진화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구조를 지닌 산고어는 출신 부족이나 피부색이 만들어내는 인위적인 장벽을 허물고, 국가 내의 모든 이를 형제(Söngö)로 묶어내는 마법 같은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수행해 냈습니다.
▶ 조용히 흐르는 우방기 강처럼 영원할 지혜(Wisdom that will be eternal like the quietly flowing Ubangi River) : 지금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척추이자 생명의 근원인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감추어진 속살을 세 개의 거대하고도 섬세한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폭력적인 제국주의 억압에 온몸으로 맞서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평등하다'고 외쳤던 숭고한 인권의 철학적 뼈대 '조 퀘 조(Zo Kwe Zo)', 거추장스러운 국경선을 뛰어넘어 폭발적인 야생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생태적 진화의 요람 '베아프리카(Bêafrîka)', 그리고 거창한 문자의 기록이나 악보 없이도 80여 개에 달하는 부족들을 다성음악이라는 화음의 끈으로 단단히 직조해 낸 화합의 정신 '송고(Söngö)'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별해 온 이 나라는 피상적이고 지정학적인 편견 이면에, 인류가 문명사회로서 본원적으로 추구해야 할 타인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전 지구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존하고 있는 기적 같은 공간입니다.
식민주의 열강의 거친 착취와 독재자의 피비린내 나는 폭정, 그리고 영토를 갈라놓은 수많은 내전의 쓰라린 상처를 견뎌내면서도 이 나라의 민중들이 결코 내일을 향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근원적인 이유는, 그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언어와 원시 대자연 속에 켜켜이 배어 있는 묵직한 지혜가 국가의 토대를 지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역사는 권력자들이 대리석에 새긴 승전보가 아니라, 흙바닥에 앉아 숲의 정령을 부르던 평범한 이들의 노랫소리로 이어져 왔습니다.
성직자 보간다가 뜨겁게 주창했던 인간 존엄의 토대와, 깊은 숲속에서 아카 족이 입을 모아 노래했던 상생의 토대가 우리 인류 전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올곧게 세워질 때, 비로소 세상이라는 거대한 공동체는 그 어떤 폭풍우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우방기 강물처럼 영원토록 도도하게 흘러갈 것입니다.
Maboko oko a lingbi ti pika kuku pepee.
One hand cannot clap.
한 손으로는 결코 박수를 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