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아프리카의 심장(Heart of Africa),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콩고라는 국명은 이웃한 콩고공화국(Republic of the Congo)과 마찬가지로 바콩고(Bakongo) 부족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프랑스 식민지배(1885~1960)를 받은 콩고공화국과 달리 콩고민주공화국은 ‘손목국’ 벨기에 국왕의 사유지로 착취 당했습니다. 벨기에 제2대 국왕 레오폴드 2세(Léopold II, 1835~1909)가 왜 ‘인류 역사상 최악의 폭군’인지 이해하시려면 콩고공화국을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잔혹한 식민 지배와 참혹한 내전의 역사를 딛고 일어난 콩고민주공화국은 200여 개가 넘는 민족과 언어만큼이나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합니다. 유네스코 자연유산 비룽가 국립공원(Virunga National Park, 1979)은 멸종 위기에 처한 마운틴고릴라(Mountain Gorilla)의 안식처이자 아프리카 생태계의 보물창고죠.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 1857~1924)의 소설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 1899)’을 옆구리에 끼고, 아프리카의 심장으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대자연의 성소이자 생명의 요람, 잠바(Zamba: Sanctuary of nature and cradle of life) : 잠바(Zamba)는 링갈라어로 울창한 숲 혹은 대자연을 의미합니다. 콩고민주공화국 영토의 절반 이상을 덮고 있는 콩고 분지(Congo Basin)는 남미의 아마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으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지구의 두 번째 허파(Earth's second lung)입니다.
▷ 지구의 숨결을 조율하는 거대한 녹색 심장(A giant green heart tuning the breath of the Earth) : 약 37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콩고 분지는 지구 전체의 기후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거대한 숲은 지상과 지하를 합쳐 약 650억 톤(GtC)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기온 상승과 잦은 가뭄 속에서도 매년 약 2억 6천만 톤에서 5억 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탄소 흡수원(Carbon Sink, 炭素吸收源)으로 기능합니다. 콩고 분지의 생태계는 고도로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유지됩니다. 예컨대 대규모 사바나(Savanna, 열대 초원)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Biomass, 生物量) 연소는 적도를 가로지르는 바람을 타고 콩고 분지의 숲으로 인과 질소 같은 필수 영양분을 공급하며, 숲의 왕성한 증발산(Evapotranspiration, 蒸發散) 작용은 아프리카 전역의 강우 패턴을 형성해 멀리 사헬(Sahel) 지대에까지 생명의 물을 공급합니다. 특히 콩고 분지 중심부에 위치한 쿠베트 상트랄(Cuvette Centrale) 이탄습지(Peat Bog, 泥炭濕地)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지하에 가두어두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핵심 구역입니다.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이 늪지대 숲의 면적은 14%나 확장되었으며, 비록 메탄 배출량은 증가했으나 습지 확장을 통해 매년 약 200만 톤의 이산화탄소 환산 배출량을 감축시키는 놀라운 자정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상처 입은 유인원들을 품어낸 최후의 안식처(The last sanctuary embracing wounded apes) : 비룽가와 더불어 콩고민주공화국의 대자연을 대표하는 또 다른 축은 북동부 남수단 국경지대에 위치한 가람바 국립공원(Garamba National Park)과 동부의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Kahuzi-Biega National Park)입니다.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가람바 국립공원은 수단-기니 사바나(Sudano-Guinean savanna)와 기니-콩고 숲(Guinea-Congolian forest)이 교차하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한때 북부흰코뿔소(Northern White Rhinoceros)의 세계 최대 야생 서식지였으나, 수십 년에 걸친 반군 세력의 활동과 상업적 밀렵으로 인해 코뿔소 개체군이 사실상 멸종에 이르는 뼈아픈 비극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아프리칸 파크(African Parks)'와 콩고 자연보전연구소(ICCN)가 공동 관리를 시작하며 강력한 밀렵 단속을 시행한 결과, 코르도판 기린(Kordofan Giraffe)과 코끼리 개체수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특히 2023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남부흰코뿔소(Southern White Rhino)를 성공적으로 도입하여 2025년 첫 야생 출산을 기록하는 등 대자연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恢復彈力性)을 전 세계에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1980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은 동부저지대고릴라(Eastern Lowland Gorilla)로 널리 알려진 그라우어고릴라(Grauer's Gorilla)의 지구상 가장 거대한 서식처입니다. 벨기에 출신의 헌신적인 사진가이자 자연보호가인 아드리앙 데슈라이버(Adrien Deschryver)의 주도로 1970년에 설립된 이 공원은 사화산인 카후지산과 비에가산 일대의 고산림부터 저지대 열대우림까지 완벽한 식생의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불행히도 공원 설립 과정에서 원주민인 바트와(Batwa, 콩고 지역의 수렵채집 민족)족이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비극이 발생했으며, 내전 중에는 무장 단체의 불법 채굴과 밀렵으로 고릴라 개체수가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야생동물보존협회(WCS)가 공원 관리에 참여하며 원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지역 사회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인권 기반의 보전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자연 보호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 영혼을 위로하는 리듬의 마법, 은쿰바(Nkumba: The magic of rhythm comforting the soul) : 은쿰바(Nkumba)는 콩고 지역의 언어로 배꼽 또는 허리를 뜻합니다. 과거 콩고인들이 마을의 경사나 의식 때 배꼽을 맞대고 허리를 격렬하게 흔들며 추던 이 전통 춤의 리듬은 오늘날 콩고민주공화국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콩고 룸바(Congolese Rumba)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 대서양의 파도를 넘어 귀환한 자유의 멜로디(The melody of freedom returned across Atlantic waves) : 콩고 룸바의 궤적을 좇아가다 보면 15세기 찬란했던 콩고 왕국(Kingdom of Kongo)의 역사와 마주하게 됩니다. 당시 왕국을 통치하던 군주 므벰바 아 은징가(Mvemba a Nzinga, 1456~1543)는 포르투갈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가톨릭을 수용하고 자신의 이름을 아폰소 1세(Afonso I)로 개명하는 등 왕국의 근대화를 도모했습니다. 그러나 우호적이었던 교류는 곧 유럽 열강의 탐욕스러운 노예무역으로 변질되었습니다. 1526년 아폰소 1세가 포르투갈의 주앙 3세(João III)에게 노예무역을 즉각 중단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는 서신을 보냈을 정도로 상황은 참혹했습니다. 결국 수많은 콩고인들이 결박당한 채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갔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네갈의 고레 섬(Island of Goree)이 노예들이 겪은 끔찍한 고통과 비극을 증언하는 차가운 건축물이라면, 이들이 가슴속에 품고 간 은쿰바의 리듬은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는 뜨거운 유산이었습니다. 가혹한 플랜테이션 노동 속에서도 콩고인들은 고향의 리듬을 잃지 않았고, 이 리듬은 쿠바 등지에서 서양의 악기와 융합하여 아프로 쿠반(Afro-Cuban) 음악으로 진화했습니다. 1930년대, 상업용 음반인 GV 레코드 시리즈를 통해 이 매혹적인 선율이 아프리카 대륙으로 다시 유입되었고, 킨샤사와 브라자빌(Brazzaville)의 음악가들이 이를 현지의 전통 리듬 및 프랑스 샹송, 재즈와 결합하면서 비로소 현대적인 콩고 룸바가 탄생하게 됩니다.
▶ 절망을 딛고 피어난 미학적 저항, 키텐디(Kitendi: Aesthetic resistance blooming from despair) : 키텐디(Kitendi)는 링갈라어로 천이나 화려한 옷감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 빈곤율이 높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옷차림은 생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콩고인들에게 키텐디는 단순히 신체를 보호하는 도구를 넘어, 자아의 존엄성을 증명하고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 맞서는 강력한 철학적 무기이자 종교적 신념에 가깝습니다.
▷ 식민주의의 시선을 전복시킨 우아하고 치명적인 반란(An elegant and fatal rebellion subverting the colonial gaze) : 키텐디의 철학은 콩고 특유의 하위문화인 사프(La Sape)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프랑스어로 '우아하고 멋진 사람들의 모임(Société des Ambianceurs et des Personnes Élégantes)'을 뜻하는 사프는 1920년대 프랑스와 벨기에의 식민 지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백인 식민 지배자들은 서구식 양복을 문명과 권력의 상징으로 독점하며 원주민들의 복장을 통제했습니다. 이에 저항하여 콩고의 젊은이들은 식민 지배자들의 버려진 헌 옷을 수선하거나, 해외 노동에서 번 돈으로 최고급 파리 디자이너의 슈트를 구입해 입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을 사푸르(Sapeur)라 부른 이들은 단순히 백인들의 복식을 맹목적으로 모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유럽의 얌전한 기성복에 아프리카 특유의 폭발적인 원색과 과장된 실루엣, 그리고 극도로 과시적인 걷는 방식을 결합함으로써 억압적인 식민주의의 위계질서를 교묘하게 비틀고 조롱했습니다. 사푸르에게 완벽하게 재단된 옷을 입는 행위는 사폴로지(Sapologie, 사프의 철학과 원리)의 실천이며, 사회적, 경제적으로 배제된 흑인이 스스로를 존귀한 존재로 격상시키는 가장 평화롭고 치명적인 미학적 반란이었습니다.
▷ 대지에 내리는 비는 멈추지 않는다(The rain falling on the earth never stops) : 콩고민주공화국은 수백 년에 걸친 서구 열강의 무자비한 자원 수탈과 억압적인 식민 지배, 그리고 수십 년을 끌어온 참혹한 내전의 굴레 속에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밀렵과 파괴의 위협 속에서도 강인하게 생명력을 복원해 내는 대자연 잠바(Zamba), 노예선의 차가운 쇠사슬을 끊어내고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로 묶어낸 구원의 리듬 은쿰바(Nkumba), 그리고 절망의 진흙탕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 화려한 옷을 차려입는 미학적 투쟁 키텐디(Kitendi)의 철학은 이 나라와 국민들이 지닌 위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 恢復彈力性)을 고스란히 증명합니다.
Ata butu eyindi, ntongo ekotana.
No matter how dark the night, the morning will come.
밤이 아무리 어두워도, 반드시 아침은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