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Kilimanjaro, 5,895m)’와 ‘지구상 최대의 단일 화구 응고롱고로(Ngorongoro)’를 품은 탄자니아 연합 공화국(United Republic of Tanzania)으로 떠나보겠습니다. 탄자니아는 1964년 대륙부 '탕가니카(Tanganyika)'와 인도양섬 '잔지바르(Zanzibar)'를 합쳐서 만든 합성어입니다. 아프리카 동부의 탄자니아는 인도양의 에메랄드빛 해변부터 세렝게티(Serengeti)의 사바나, 그리고 만년설까지 아프리카 대륙의 정수를 품은 '대자연의 종합 선물 세트'로, 특히 잔지바르의 스톤 타운(Stone Town of Zanzibar, 2000)은 수세기에 걸쳐 아랍, 스와힐리, 유럽의 문화가 융합된 ‘인도양의 푸른 보석’입니다. 킬리만자로의 눈(The Snows of Kilimanjaro, 1936)을 옆구리에 끼고, 킬리만자로로 떠나보시겠습니까?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눈 덮인 킬리만자로의/그 표범이고 싶다♬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언어와 연대로 쌓아 올린 국가, 우자마(Ujamaa: A nation built on language and solidarity) : 탄자니아의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첫 번째 열쇠는 가족 공동체, 형제애, 혹은 아프리카적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스와힐리어 '우자마(Ujamaa)'입니다. 1961년 영국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한 탕가니카(1964년 잔지바르와 병합하여 현재의 탄자니아로 출범)는 다른 아프리카 신생국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내부 파편화의 위기를 마주했습니다. 120여 개에 달하는 토착 부족이 각기 다른 니제르콩고어족(Niger-Congo Languages), 나일사하라어족, 아프리카아시아어족의 언어와 문화를 향유하고 있었기에 단일한 소속감을 빚어내는 일은 지난한 과제였습니다. 이때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줄리어스 니에레레(Julius Kambarage Nyerere, 1922~1999)는 서구의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맹신하는 대신, 아프리카 전통 사회의 상호 부조와 대가족 중심주의에 근간을 둔 우자마 철학을 국가 발전의 중추적 기조로 채택했습니다. 이 철학이 일회성 정치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일상과 정신세계에 깊숙이 스며들 수 있었던 결정적 원동력은 스와힐리어의 전면적인 도입이었습니다. 식민 잔재인 영어나 특정 거대 부족의 언어를 국어로 삼을 경우 필연적으로 수반될 언어적 소외와 문화적 배제를 원천 봉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탄자니아 정부는 오랜 세월 동아프리카 해안 지대의 교역어이자 부족 간 소통 매개체로 통용되던 스와힐리어를 국어 및 공식 언어로 격상시켰습니다.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상업적 교류 과정에서 자연스레 배태된 중립적 언어를 통해 온 국민이 평등하게 소통하며 우자마의 가치를 내재화하도록 이끈 탁월한 언어 사회학적 결단이었습니다.
▶ 수백만 년을 품어온 생명의 기록, 하라카(Haraka: The record of life embracing millions of years) : 탄자니아가 지닌 웅숭깊은 시간의 지층을 이해하기 위한 두 번째 키워드는 동아프리카 전역에서 통용되는 명언, "서두름에는 축복이 없다.(Haraka haraka haina baraka.)"입니다. 눈앞의 단기적 이익이나 성급한 결단을 단호히 경계하고 인내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현지의 고유 철학을 함의합니다. 맹목적인 속도전이 지배하는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다소 더디게 느껴질 여지가 있으나, 이 속담에 내재된 장기적 안목과 순응의 미학이야말로 탄자니아의 장대한 고인류학적·지질학적 유산이 훼손 없이 발굴되고 보전될 수 있었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2010년 인류 진화사의 중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복합유산(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기준을 동시 충족)으로 승격된 응고롱고로 보전지역(Ngorongoro Conservation Area)은 이 유구한 시간의 궤적을 목격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입니다. 거대한 화산 폭발 후 중심부가 함몰되며 형성된 이 칼데라(Caldera) 지형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검은코뿔소를 비롯한 수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독자적이고 완벽한 생태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생명의 방주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에 자리한 올두파이 협곡(Olduvai Gorge, 마사이족 언어로 야생 사이잘 식물을 지칭하는 '올두파이'에서 유래)은 인류의 아득한 기원을 탐구하는 데 있어 전 세계 고인류학계의 최전선이자 성지입니다. 약 48킬로미터 길이로 뻗어 나간 이 가파른 협곡의 단면은 약 210만 년 전부터 1만 5천 년 전까지의 지질학적 변화상을 층서학(Stratigraphy)적으로 완벽히 보존하고 있습니다. 최하단부인 제1지층(Bed I)부터 제4지층(Bed IV), 그리고 마섹 지층(Masek Beds)에 이르기까지, 화산재 퇴적과 단층 운동이 교차하며 빚어낸 이 섬세한 시간의 결은 초기 인류가 척박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묵묵히 증언합니다. 이곳에서 이룩한 학문적 금자탑 역시 속도전을 철저히 배제한 지난한 인내의 결실이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고인류학자 메리 리키(Mary Douglas Leakey, 1913~1996)와 루이스 리키(Louis Seymour Bazett Leakey, 1903~1972) 부부는 1930년대부터 이 건조한 협곡에서 수십 년간 흙먼지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1959년, 마침내 메리 리키가 제1지층에서 175만 년 전의 튼튼한 턱뼈를 지닌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Paranthropus boisei)의 두개골을 발견했고, 이듬해에는 도구 사용의 흔적이 뚜렷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의 화석과 최초의 석기 형태인 올도완(Oldowan) 도구들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 기념비적인 발굴은 현생 인류의 진정한 요람이 아프리카 대륙임을 세계 학계에 명확히 각인시킨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 바위벽에 스며든 수렵채집인들의 물활론적 서사(The animistic narrative of hunter-gatherers seeped into the rock walls) :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느릿하게 축적된 시간의 축복은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콘도아 암각화 유적(Kondoa Rock-Art Sites)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탄자니아 중부,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의 서단(西端)을 따라 융기한 마사이 대초원의 화강암 절벽에는 150개에서 450개에 이르는 바위 그늘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 바위 면면에는 선사 시대 수렵채집인들이 붉고 흰 안료를 활용해 그려낸 과장된 인물 군상, 기린과 영양 등의 야생 동물, 그리고 역동적인 수렵 및 주술 의식이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유적이 지닌 가장 경이로운 특징은 과거의 멈춰진 박물관이 아니라, 수만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까지 단절 없이 계승되고 있는 살아 숨 쉬는 문화적 성소라는 점입니다. 특히 이 일대에 거주하는 산다웨족(Sandawe people)은 혀를 차는 듯한 고유의 흡착음(Click Consonants) 언어를 구사하며, 유전적·언어학적으로 남아프리카 코이산(Khoisan) 계통 수렵채집인의 직계 후손으로 파악됩니다. 이들은 기우제나 질병 치유를 목적으로 고유의 애니미즘(Animism, 물활론) 의식인 심보(Simbó)를 거행할 때, 선조들이 남긴 바위 그늘을 여전히 신성한 제단으로 삼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 무렵까지도 산다웨족 남성들이 사냥의 만선을 기원하며 새로운 암각화를 덧그리는 모습이 학계에 보고된 바 있습니다.
지질학과 고고학이 교차하는 키세세 2호(Kisese II) 바위 그늘의 두터운 층위는 이 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방증합니다. 1950년대 루이스 리키 부부에 의해 최초 발굴된 이래 최근까지 이어진 심층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적은 무려 4만 년을 상회하는 빽빽한 고고학적 지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출토된 타조 알껍데기 구슬(Ostrich eggshell beads)의 최신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는 약 4만 6천 년에서 4만 2천 년 전으로 소급됩니다. 이는 중기 구석기(MSA)에서 후기 구석기(LSA)로 전환되는 인류의 인지적, 기술적 진화 과정과 상징적 사고의 발현을 추적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핵심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 산호풍화석에 새겨진 문명, 우타마두니(Utamaduni: Civilization carved in coral rag stone) : 탄자니아의 본질을 구성하는 마지막 스와힐리어 키워드는 문화, 도회성, 혹은 문명을 포괄하는 세련된 개념인 '우타마두니(Utamaduni)'입니다. '도시를 건설하다'라는 뜻의 아랍어 타마둔(Tamaddun)에서 파생된 이 어휘는, 아프리카 내륙의 고유한 토착성이 인도양의 무역풍을 타고 밀려온 아랍, 페르시아, 인도, 포르투갈 등 외래 문명과 수백 년에 걸쳐 역동적으로 충돌하고 융화하며 빚어낸 독창적인 해양 문명의 실체를 오롯이 응축하고 있습니다.
동아프리카 해양 문명이 이룩한 눈부신 경제적, 문화적 번영을 가장 명징하게 입증하는 고고학적 지표는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킬와 키시와니와 송고 음나라 유적(Ruins of Kilwa Kisiwani and Ruins of Songo Mnara)입니다. 탄자니아 남부 린디(Lindi) 지역 연안, 울창한 맹그로브 숲으로 둘러싸인 이 두 개의 작은 산호섬은 13세기부터 16세기 초반 포르투갈 제국이 침공하기 전까지 인도양 해상 무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황금의 제국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내륙 심층부에서 채굴된 엄청난 양의 황금과 상아는 이곳의 항구를 거쳐 중동의 향수 및 진주, 인도의 정교한 유리 공예품, 중국 명나라의 청화백자 등과 활발히 교환되며 글로벌 경제의 혈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심지어 11세기에서 14세기 사이에는 독자적인 주화를 직접 주조하여 유통할 만큼 고도화된 경제 시스템을 영위했습니다.
전성기를 누렸던 킬와 제국의 막강한 권세와 탁월한 미학은 그들이 남긴 장엄한 석조 건축물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산호석과 석회 모르타르를 배합해 축조한 킬와 대모스크(Great Mosque of Kilwa)는 19세기 이전까지 동아프리카 해안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던 이슬람 사원이었습니다. 16개의 우아한 돔과 정교한 곡선의 천장을 지탱하는 웅장한 열주실(Hypostyle hall) 구조는 당시 스와힐리 석공들의 경이로운 건축 공학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울러 섬 북단의 해안 절벽 위에 요새처럼 자리 잡은 14세기의 거대 궁전 후수니 쿠브와(Husuni Kubwa)는 수백 개에 달하는 방, 복잡하게 얽힌 층계, 팔각형의 프라이빗 욕장, 그리고 섬세한 조각 장식을 통해 킬와 술탄들의 호화롭고 우아한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1331년경 이곳에 머물렀던 모로코 출신의 전설적 무슬림 여행가 이븐 바투타(Ibn Battuta, 1304~1368)가 킬와를 향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게 건축된 도시 중 하나"라고 남긴 찬사는 결코 과장된 헌사가 아니었습니다.
▶ 탄자니아, 인류의 웅대한 서사를 품다(Tanzania, embracing humanity's grand epic) : 인류의 가장 아득하고 오래된 발자국을 고스란히 품어낸 거대한 지질학적 성지에서부터, 인도양의 몬순을 타고 유입된 다채로운 문명의 실타래를 눈부시게 직조해 낸 연안의 상업 도시에 이르기까지 탄자니아가 묵묵히 개척해 온 궤적은 실로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다원화된 민족 구성과 언어적 파편화라는 맹점을 극복하고 평등한 소통의 언어로 서로를 뜨겁게 포용한 우자마의 연대 의식, 성급한 개발의 유혹을 물리치고 대자연과 선사 시대의 지층을 온전히 보전해 낸 하라카의 기다림의 철학, 그리고 이질적인 외부 문화를 기꺼이 수용하여 완전히 새롭고 세련된 스와힐리의 고유성을 창조한 우타마두니의 넉넉한 포용력은 탄자니아를 단순한 아프리카의 지리적 공간 그 이상의 위대한 인류 문명 박물관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스와힐리어라는 고유의 언어적 프리즘과 탄자니아의 진면목은, 오늘날 극심한 이념적 양극화와 배타주의, 그리고 자연을 무자비하게 훼손하는 맹목적인 속도전에 매몰된 전 세계인에게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성찰의 메시지를 건냅니다.
Haba na haba, hujaza kibaba.
Little by little fills the measure.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항아리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