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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에 관하여 상세페이지

체호프에 관하여

먼곳의 자유

  • 관심 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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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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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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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0원
출간 정보
  • 2025.02.03 전자책 출간
  • 2025.01.27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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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6.4만 자
  • 25.2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69093545
ECN
-
체호프에 관하여

작품 정보

체호프의 인물들은
삶을 감각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거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진 책
작가는 뉘앙스를 인식하는 사람

2021년 『픽션의 가장자리』에서 스탕달, 발자크, 포크너 등을 다룬 랑시에르가 2024년 체호프로 돌아왔다. 오직 체호프만으로 책 한권을 썼다. 이 작은 책은 체호프의 단편처럼 힘 있고 크다. 특히 상상력과 작품 해석의 여백이 광활하다. 정치와 미학의 관계를 파고들며 급진적 사상을 구축해온 랑시에르는 이 책에서 체호프의 소설을 통해 ‘자유’를 고찰한다. 다만 문학을 도구화하지는 않는다. 랑시에르는 작품을 자기 관점에 끼워 맞추지 않고, 자신이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작가의 임무는 먼 곳에 있는 자유의 파열을 예속의 시대 속에 새겨넣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랑시에르는 이를 실현한 작가로 체호프를 꼽는다. 체호프는 러시아 혁명의 전조가 사회를 둘러쌀 때 직접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사회가 얼마나 예속 상태인가를 인식·진단하는 데에만 힘을 쏟았다. 창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채.
총 아홉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앞 장의 결론이 뒤 장의 서두로 이어지면서 책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 된다. 저자는 특히 시간에 주목한다. 시간의 무심함, 시간의 비밀, 시간의 사용…… 시간을 관습적으로 반복하고 진지한 일에만 쏟는 것은 복종이다. 벼락같은 변화는 ‘순간’을 통해 도래한다. 이러한 시간관념은 하이데거가 논한 ‘카이로스의 시간’(일종의 결단, 균열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랑시에르는 「꿈」에서 경찰들이 본인 임무를 잊은 채 유랑자와 함께 시베리아의 광활한 공간을 바라보는 데서 시간의 균열을 포착한다. 「어느 이름 없는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하인이 자기 직업을 포기할 때 혁명적 시간이 도래한다고 해석한다. 랑시에르는 동일하지 않고 반복적이지 않은 시간에서 미래를 향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체호프의 소설에서 경찰이나 관료들은 협박과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꿈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랑시에르가 체호프의 「꿈」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이유다. 예속은 공권력에 굴복하는 상황을 일컫는 게 아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모든 것이 지속되고, 반복되는 동일한 상황에 대중이 순응하는 것’이다. 라프체프라는 인물이 이렇게 산다. “모든 것을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라프체프는 랑시에르가 볼 때 전형적으로 예속 상태에 놓여 있다.
체호프는 영리하게도 등장인물을 앞서가는 법이 없고 자신과 등장인물을 동일시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흐르는 향방을 쫓으면서 시간이 멈출 때 그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는 관조하는 사람이다. 단편소설이 고골에게 감각적 세계를 펼치는 순간이었다면, 체호프에게는 어떤 장소에서 멈춰 서는 순간이라는 게 랑시에르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자유라는 주제를 다루기에 알맞은 나라다. 게다가 19세기에 러시아 문학은 하나의 세계적 현상이었다. 당대에 체호프가 직면한 비판은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고 현실에 ‘무관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학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를 탐구하는 랑시에르는 “작가란 낱말의 다의성과 표현의 미묘한 뉘앙스를 인식하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예컨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레닌과 체호프에게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레닌은 여러 모순적 대안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반면, 작가에게는 모순 자체가 질문의 핵심이 된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몸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추상적 미래를 보여주는 것을 해내는 데 그 역할이 있다.

오이절임을 만드는 삶과의 작별
감각과 사고가 반복되는 인물에게 안겨주는 새로운 어조

작가는 변증법론자가 아니다! 이것이 문학과 정치 혹은 문학과 철학의 차이다. 뚜렷한 인과관계와 결말을 설정하지 않고, 창문은 늘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인과관계로 꽉 짜인 소설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과 역사,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라면 미래에 대해 냉소하는 법 없이 체호프처럼 물어야 한다. 이를테면 「산다는 것은」의 클레오파트라는 개인적 유혹이나 쾌락을 뛰어넘어 냉소적 논리를 부수고 삶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다. 그녀가 실현하는 사랑은 오이절임을 만드는 데 구속받고 자유를 두려워하는 삶 전체와 작별하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독자가 동일한 중심축을 향하여 형성되는 사랑의 에피소드에서 자기 운명을 직시하는 한순간을 포착해낸다. 특히 선택에 직면한 두 주인공을 묘사할 때 ‘그러나’라는 접속사 대신 ‘그리고’를 쓴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러나’는 대립인 반면, ‘그리고’는 앞엣것이 뒤로 연장되며 희망과 불확실성 속에서 시간이 자유를 향해 열려 있음을 암시한다. 랑시에르는 “확실한 삶이 아직 멀리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때 우리는 끈기 있게 새로운 시작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체호프 소설 속에서는 ‘민요의 시간’이 두드러진다. 그는 이 선율 속에 감각, 감정, 권태, 기대, 향수, 꿈을 응축시켜 감정을 자아내면서 직선의 시간 속에서 틈입을 만들어낸다. 가령 「나의 인생」의 주인공 루치나는 불행의 원인을 설명하거나 독자들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행동하도록 촉구하지 않는다. 체호프는 그녀에게 “슬픔이 중대하다”는 문장을 안겨줌으로써 글이 음악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이 쫓는 것은 체호프 소설 속 주인공들이 먼 곳에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그들이 불행한 근본 원인은 예속 때문인데, 예속은 감각과 사고를 계속 재생산한다. 랑시에르가 생각하는 작가의 임무란 사람들이 감각하고 느끼는 “정서의 혁명”을 이루는 것이다. 「학생」에서 눈물과 기쁨이 교차하는 서사가 바로 이런 변화를 이뤄낸다. 그것은 감정의 직접적 드러냄보다 묘사로 나타나는데, 즉 부서지는 빛, 사각대는 낙엽, 환상의 구름, 갈대숲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랑시에르는 자연에 대한 체호프의 깊은 애착이 민중을 외면하다기보다 오히려 그 고통을 직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텝』이 한 가지 예시다. 이 소설에 대해 일부 비평가가 ‘멈춰 있다’ ‘무심하다’라는 비판을 가하자 랑시에르는 ‘사람들이 감각적 사건을 경험하는 여정이 어조를 확립시키고, 이것이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맞선다.
혁명가들은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겠다고 외치지만, 이것은 추상적이다. 체호프는 문을 쾅쾅 두드리듯 큰소리로 외치지 않은 채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어디서나 울리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스텝』 속 해오라기의 소리로 무심함을 드러내면서 매 순간 삶이 더 아름다워지도록 만든다.
체호프는 새로운 삶의 부름에 응답할지에 대해 윤리적 선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등장인물이 한발 내딛기만 하면 삶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약혼녀」의 나자가 새로운 선택을 하는 순간을 포착하면서 ‘무언가’와 ‘아무것도 아님’ 사이에서 경계를 따라 나가는 여정에 함께해준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감각을 분위기로 드러내고, 주변의 자연 풍광들로 표현한다. 그 안에 시대와 삶의 방식을 응축한 하나의 총체적 현실이 담겨 있다. 랑시에르는 “자유에 측정할 수 없는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 체호프 작품의 탁월성이라고 평가하며, 이것이 바로 “문학의 정치”라고 말한다.

작가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
출생
1940년
경력
파리 8대학 명예교수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1940년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다. 파리 8대학에서 1969년부터 2000년까지 미학과 철학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청년기의 랑시에르는 루이 알튀세르와 만나면서 발리바르, 마슈레, 에스타블레 등과 더불어 『『자본론』 읽기』(1965)의 공동 저자로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68혁명을 경과하며 노동계급의 진정한 과학임을 자임하는 마르크스주의 담론과의 단절을 모색하게 되고 1974년 『알튀세르의 교훈』을 출간, 알튀세르주의와의 관계를 논쟁적으로 청산한다. 그후 랑시에르는 랭보의 시 「민주주의」의 한 구절에서 이름을 딴 저널 『논리적 반역Rèvoltes logiques』 창간에 합류하면서 그만의 독창적 연구를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논리적 반역』은 반역적 주체의 논리/역사적 탐구를 향한 집단 작업의 장이었고, 19세기 노동자들의 편지와 저널 등에 관한 아카이브를 파고들며 노동계급 해방의 다양한 형상들을 조사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성과는 『프롤레타리아의 밤』(1981)으로 집약된다. 랑시에르는 이 작업을 노동자의 말하기parole에 ‘사유의 지위’를 부여하는 시도였다고 규정하며 인민주의적 입론으로 곡해되는 것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후 랑시에르는 대문자적 주체가 아닌 이단적 주체들의 형상에 대한 철학적·역사적·시학적 탐구를 본격적으로 전개해나갔다. 지배 담론 안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단적 주체들을 대신하거나 또는 대표해 이들의 목소리를 찾고 이를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닌, 그들의 침묵하는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하고, 이 목소리를 유통시키려는 것이 랑시에르의 기획이다.
지은 책으로는 『알튀세르의 교훈』 『철학자와 그 빈자들』 『무지한 스승』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불화』 『역사의 이름들』 『무언의 말』 『말의 살』 『감성의 분할』 『이미지의 운명』 『미학의 불만』 『해방된 관객』 『역사의 형상들』 등이 있다.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체호프에 관하여 (자크 랑시에르, 유재홍)
  • 픽션의 가장자리 (자크 랑시에르, 최의연)
  • 프롤레타리아의 밤 (자크 랑시에르, 안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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