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연애 시장에 뛰어든 모두가 바라는 장기 계약직이라면,
데이트는 가장 불안정한 형태의 무급 인턴십이다.”
★ ‘사랑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 여성학자 정희진, 김주희 추천! ★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쓴 사랑·섹스·구애의 역사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해 온 현대 데이트 문화의 모든 것
➸ 사랑에 대한 담론에서 종종 누락되는 권력과 돈에 관한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우아하게 썼고, 재밌고, 읽기 쉽다.
─ 알랭 드 보통(철학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
➸ 이 책의 특별함은 저자가 꼽은 데이트를 구성하는 10개 키워드에 있다.
사랑에 대한 기발한, 퀴어하고 계급적인 페미니스트 이정표를 만나려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김주희(페미니스트 정치경제학 연구자, 덕성여자대학교 교수)
➸ 사랑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랑에 관해 공부하자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의 대표적인 영역이며, 『사랑은 노동』은 사랑에 대한 최고의 교과서다. 사랑은 노동이다. 잊지 말기를!
─ 정희진(문학·여성학 연구자,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 도서 소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쓴 사랑·섹스·구애의 역사
소비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해 온 현대 데이트 문화의 모든 것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해 온 현대 데이트 문화를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다룬 책, 『사랑은 노동』이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 열한 번째 도서로 출간되었다. 하버드대학교 비교문학과의 신진 교수 모이라 와이글은 사적이고 주변적이라 오해받는 낭만적 의례, 데이트에 얽힌 경제•사회적 이해관계를 탐구한다.
첫 책이자 대표작인 『사랑은 노동』에서 와이글은 10개 키워드를 통해 데이트가 기본적으로 산업혁명의 발명품이며, 자유시장 안에서 자본주의와 공진화해 왔고, 한 사회의 생산•소비•기술•생활 양식으로부터 역사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이로써 우리가 자발적인 ‘사랑’이라 여기는 모든 행위는 만들어진 ‘노동’이며, 그 노동은 여성과 남성에게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왔음을 밝힌다.
또한 20세기 사회문화사를 종횡무진하며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유일한 사랑의 모습(일부일처제적, 이성애적, 결혼 및 출산 지향적 사랑)을 비판하고, 우리가 ‘사랑하기의 노동’으로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 책 속에서
그런데 ‘남자가 저녁을 사 줬다는 이유로 그와 잔다’와 ‘그 저녁에 해당하는 돈을 줬다는 이유로 그와 잔다’가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데이트는 돈과 성관계를 맞바꾸는 거래와 다르다고들 할 때의 바로 그 모호함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 그 남자는 날 좋아하는 걸까? 그 여자는 단지 날 이용하는 걸까? 상대가 정말로는 뭘 위해 데이트할까? 궁금해한 적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39쪽. 〈1장. 속임수: 데이트의 탄생, 혹은 모호한 거래〉
어떤 사람이 어떻게 브런치 요리나 욕실 셀피를 찍느냐를 보면 필요한 것은 다 알 수 있다는 발상의 논리적 결말은, 무엇을 좋아하느냐를 통해 어떤 사람이냐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필터를 고르고 짧은 설명을 쓰는 것과 같은 심미적 선택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성격을 더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어떻게 가장 사소해 보이는 심미적 결정이, 누가 여러분을 좋아하느냐를 결국 정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기도 한다.
─ 61쪽. 〈2장. 애호: 취향으로 상대를 유혹한 사람들〉
일하고 사랑할 때 우리는, 우리가 팔고 있는 것을 팔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판다. 우리가 보이고 싶은 모습이 되려고 씨름한다. 이제 우리는 모두 여성 판매원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최초의 여성 판매원들이 즐겼던 쾌락을 만끽하고, 그들이 무릅썼던 위험을 감수한다. 요컨대 우리의 노력은 구애보다는 소비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한다.
─ 79쪽. 〈2장. 애호: 취향으로 상대를 유혹한 사람들〉
우리가 “밖”이라 부르는 공간들은 여전히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트랜스젠더를 미국 일반 대중이 더욱 크게 수용하고 있다는 징후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데이트인들은 적대감과 폭력으로 계속 위협받고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은 매력을 느껴 다가오는 바로 그 남성의 표적—그와 같은 매혹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혼란스러움과 자기혐오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 117쪽. 〈3장. 밖: 바깥 데이트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공학 대학 교육의 발흥은 데이트의 부상을 이끌었다. 1890년에서 1920년 사이 미국의 대학 재학생 수는 세 배가 됐다. 1927년이 되자 대학 대다수가 공학으로 바뀌기도 했다. 고등교육은 오랫동안 미국인의 관심사였는데, 이는 자기계발에 대한 미국인의 믿음 때문이었다. 여기에 공학은 성적 매력을 살짝 가미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전국적으로 대중매체와 연예 산업이 성장하면서 대학 열풍을 부채질했다. 새롭게 대두한 광고 산업은 부유한 학생 이미지를 활용해 신상품을 홍보했다. 새 의류브랜드들이 대중 의류 품목을 “대학 스타일”이라며 시장에 내놓았다. 소설, 비소설 가릴 것 없이 더 폭넓은 대중에게 어떻게 대학의 구애 양상을 모방하느냐를 이야기하는 작가군이 나타났다. 이런 작가들은 남자 대학생(the College Man)과 공학 여학생(the Coed)이라는, 등장인물의 두 전형을 창조했다.
─ 160~161쪽. 〈4장. 학교: 페팅부터 훅업까지, 대학 데이트의 역사〉
하지만 오래 사귀기를 하는 사람들은 상황이 달랐다. 오래 사귀기 상대는 여러분이 데이트한 어떤 사람보다도 여러분에게 의미가 클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사교생활의 큰 부분은 둘씩 짝지어 연애하는 일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므로, 이별은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잃는 것 이상을 의미했다. 요컨대, 이는 소외된다는 뜻이었다. 전 애인을 잊어야 함을 잊은 최초의 연인들은 이별이 힘든 일임을 알게 됐다.
─ 188쪽. 〈5장. 오래 사귀기: 일대일 독점연애의 부상〉
오늘날 보수주의자들은 종종 성 혁명이 여성들을 속여 여성 자신이 실제로 원하지도 않은 자유를 움켜쥐게 했다고 말한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다. 성 혁명은 상황을 그리 급진적으로 바꾸지 않았다. 충분히 멀리까지 밀고 가지 않았다. 이상주의자들이 큰소리쳤듯 모든 사람이 자유로워지기 위해 필요한 만큼 극적으로 젠더 역할과 낭만적 관계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성 혁명은 벽을 허물었지만 어떤 신세계를 건설하지는 않았다.
─ 252쪽. 〈6장. 자유: 기울어진 채 외친 성적 자유의 함정〉
중상류층의 삶을 유지하는 것에 너무도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여피*가 애써 여피 이외의 사람과 데이트할 생각을 한다면 제정신이 아닐 터였다. 아닌 게 아니라 1980년대 미국에서는 데이트의 여명기 이래 최초로 선별적 짝짓기(assortative mating) 경향이 발생했다. [*여피(yuppies): 1980년대에 대학을 나와 도시에서 고소득 지적 노동에 종사하며 신자유주의 지향적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의 복식과 탈권위주의 개인주의, 취미활동 등으로 자신을 드러낸 젊은층]
─ 273쪽. 〈7장. 틈새시장: 비즈니스가 된 데이트〉
솔직해지자. 우리는 컴퓨터와 그 외의 기기로 애정이 가는 상대를 스토킹하느라 여전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딱 한 번 만난 적 있는 사람의 계정을 들여다보는 행동이 지난주에 함께 사이버섹스팅을 한 닉네임이 나타나길 바라며 채팅방에 로그인하는 행동보다 덜 한심하지는 않다. 덜 외롭지도 않다. 그저 덜 낙인찍혔을 뿐이다. 지금의 경제는 이러한 부류의 감정을 연료 삼아 굴러가기 때문이다.
─ 337쪽. 〈8장. 소통 규약: 에이즈와 인터넷 채팅이 바꾼 것〉
육아휴직을 대체로 의무화하지 않고, 보육 지원도 전혀 하지 않는 국가에서, 어머니가 되기로 선택한 여성이 평등하게 경제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하다. 생물학적 시계 히스테리는 시한폭탄의 이미지를 모든 여성의 난소에 쏘아 박아, 각 여성이 그와 같은 불이익을 개인적으로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만들었다. 동시에 대중매체는 모성을 강조함으로써 직업여성에게 생물학적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은 치명적 실수라고 말했다.
─ 367쪽. 〈9장. 계획: 연애를 인생 계획의 일부로 생각하라?〉
이와 같은 젠더화된 노동 분업은 여성을 정서적 과로 상태, 남성을 정서적 무능 상태로 만든다. 동시에 남성에게 성적, 낭만적 관계에 관한 결정을 내리도록 전적인 책임을 지운다. 「전화 통화」에서 파커가 포착한 부류의 여성이 미칠 것 같은 침묵 속에서 안달복달하듯, 자신에게 남겨진 결정의 중압감에 점점 압도당하는 남성을 쉽게 그려 볼 수 있다. 흔히 이와 같은 이야기에서 남자들은 힘차게 출발하고, 망설이며 주저하다가, 희미하게 사라지고 만다.
─ 416쪽. 〈10장. 조언: 연애 자기계발서가 모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