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 속 꽃핀 외교와 내치의 기술
제왕학 불멸의 고전으로 배우는
지혜로 천하를 얻는 법
“뛰어난 리더라도 때를 만들 수는 없지만
때가 이르면 놓치지 않는다”
권선징악의 교훈은 없는 비정하지만 현실적인 책략
제왕들이 사랑한 수사(修辭)와 처세(處世)의 정석
◎ 도서 소개
혼돈의 국제 질서와 전쟁의 시대
『전국책(戰國策)』을 다시 소환하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생존과 번영을 이어갈 수 있을까? 전 세계 국가 공통의 관심사이다. 전쟁 위기의 고조와 실제 전쟁의 발발 등 불안한 세계 정세 속에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으로 국제 질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국의 외교적 선택에 대해 내부의 의견은 엇갈리며 갈등과 대립을 형성한다. 외교와 내치에서 냉철한 판단과 탁월한 리더십이 절실한 때이다. 2500년 전 고전인 『전국책(戰國策)』의 통찰을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시대(戰國時代)는 주나라의 권위가 해체되면서 진(秦)을 비롯한 초(楚), 연(燕), 제(齊), 한(韓), 위(魏), 조(趙) 등의 나라가 중국의 패권을 다투던 시기를 말한다. 이름 그대로 전란((戰亂)이 끝이지 않던 혼란기였다. 이 전국시대의 상징이 『전국책』이다. 전국시대라는 이름이 전국책에서 유래하였을 정도다.
전국책은 이 시대의 책략가인 종횡가(縱橫家), 유세가(遊說家)들이 각국의 생존을 위한 제안인 언설과 국책, 헌책 등을 담았다. 문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데, 책사들이 연설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화려하고 유창한 문장과 치밀한 논리를 구사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정치적 상황, 군사적 갈등, 외교적 협상 등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다채롭고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독자들을 역사의 현장에 깊이 끌어들인다. 편년체나 기전체의 기존 역사서와는 달리 나라별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각국의 흥망성쇠와 책사들의 활약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여느 대하소설 못지않다. 이렇듯 문학적 탁월함을 지닌 『전국책』이 『사기』, 『한서(漢書)』와 같은 역사서뿐 아닌 소설과 희곡 등 문학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국책은 시대를 거치며 학자들의 주석이 붙어 더욱 풍부해졌다. 유향(劉向)이 엮은 후 후한의 고유(高誘)가 최초의 주석을 달았고, 북송의 증공(曾鞏), 남송의 요굉(姚宏), 포표(鮑彪), 원나라 오사도(吳師道), 청나라 황비열(黃丕烈)이 주석을 덧붙였다.
홍기용이 옮긴 『전국책』(전 2권, 21세기북스 펴냄)은 요굉본을 저본으로 하여 고유의 주와 속주(續注)를 구분하면서 포표와 오사도의 주석을 더했다. 직해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뜻이 통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특유의 역사성과 문학성을 살리면서도 더 쉽고 흥미진진하게 『전국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이 중 상(上)권은 동주(東周), 서주(西周), 진(秦), 제(齊), 초(楚) 다섯 나라의 치열한 생존 투쟁을 다룬다.
◎ 본문 중에서
전국(戰國)의 시절은 임금의 다움이 낮고 엷어서 모책을 만드는 자들이 형세로 말미암아 밑천을 만들고 때에 의지하여 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모책은 위급한 일을 떠받치고 기울어진 것을 붙잡는 것이어서, 모든 권세를 행해도 비록 나라에 임하여 가르침으로 바꿀 수는 없었지만 전쟁으로 급한 형세를 구원하기는 했습니다. 모두 높은 재주가 있는 훌륭한 선비로, 당시 임금이 능히 할 수 있는 바를 헤아려 기이한 책략과 남다른 지혜를 내어서 위태로움을 바꾸어 편안케 하였고 망할 것을 움직여 남아있게 하였으니, 정말로 기쁘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모두 볼만합니다.
【유향의 서록[劉向書錄] ? 20쪽】
이들 모두 후원하는 나라를 곁에서 모시면서 가까이 있는 적을 가벼이 여겼습니다. 지금 임금께서는 한나라와 위나라를 가까이 모시면서 진나라를 가벼이 여기시니, 나라가 상할까 두렵습니다. 임금께서 차라리 사신으로 주최를 보내어 몰래 조나라와 연합해서 진나라에 대비하는 것만 못하니, 그러게 하면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제1장 동주와 서주 ? 79쪽】
천하에 일찍이 일이 없었던 적이 없으니, 합종이 아니면 연횡입니다. 연횡이 이루어지면 곧 진나라가 천하의 왕[帝]이 될 것이고, 합종이 이루어지면 초나라가 왕 노릇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진나라가 천하의 왕이 되면 곧 천하가 받들어 모시겠지만[恭養], 초나라가 왕 노릇을 하게 되면 곧 왕에게 비록 만금이 있다 해도 사사로이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제2장 진(秦)나라 ? 223쪽】
조나라의 연나라와 제나라에 대한 관계는 가려주고 숨겨주는 관계입니다. 이(齒)에는 입술이 있으니,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립니다(脣亡齒寒). 오늘 조나라가 망하게 되면 바로 내일 제나라와 초나라에 미치게 될 것입니다. 또 무릇 조나라를 구하는 데 힘쓰는 것은, 그 당연함이 마치 물이 새는 항아리를 틀어막는 것과 같고 달아오른 솥에 물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제3장 제나라 ? 319~320쪽】
진나라에게 해를 입힐 곳[所害]으로는 천하에서 초나라만한 나라가 없습니다. 초나라가 강해지면 진나라는 약해지고 초나라가 약해지면 진나라가 강해지니, 이는 그 세력이 둘 다 설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왕실을 위해 계책을 내자면 합종을 가까이하여 진나라를 외롭게 만드는 것만한 바가 없습니다. 대왕께서 합종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진나라는 반드시 2개의 군대를 일으켜서, 1개 군은 무관(武關)을 나서고 (다른) 1개 군은 검중(黔中)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제4장 초나라 ? 4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