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모든 신비 속에서 퀴어스럽다
나는 털투성이, 퀴어 인간, 만지면 따듯하고 부드러운 존재
어떻게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싶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함께 반짝거릴 방법을 새롭게 발명할 것이다
퀴어, 혼혈, 넌바이너리, 과학 저널리스트가
장르를 재창조한 매혹적이고도 도발적인 데뷔작
2022 《타임》 《피플》 선정 최고의 논픽션
2022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과학기술 부문) 수상작
2022 《반스앤노블》 《셸프어웨어니스》 《와이어드》 선정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사이언스》《뉴요커》《워싱턴포스트》《사이언티픽아메리칸》 주요 매체 극찬
◎ 도서 소개
생존과 적응, 성장과 정체성 사이
휘청거리는 자아를 돌보는 우아한 탐색
퀴어, 혼혈, 넌바이너리, 과학 저널리스트가
장르를 재창조한 매혹적이고도 도발적인 데뷔작
중국계 미국인 작가 사브리나 임블러의 데뷔작이자, “과학책과 회고록 사이에서 두 장르 모두를 아름답게 재창조”(뉴욕타임스 최고의 책)했다는 극찬을 받은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열 가지 바다 생물로 본 삶(How Far the Light Reaches)』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고, 이 책의 출간으로 에드 용, 사이 몽고메리, 메가 마줌다르 등 유수의 기성 작가들이 한목소리로 “놀라운 작가가 등장했다” “세대를 대표하는 재능을 지녔다” “기적적이고 초월적이다”라며 극찬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애틀랜틱》《캐터펄트》 등 다양한 매체에 에세이와 르포를 발표했다. 백인 남성 중심의 과학 및 환경보호 분야에서 활동하며 기존의 연구, 서사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퀴어, 혼혈, 넌바이너리로서의 정체성과, 이민자 가정의 배경을 지니고 바닷속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며, 다층적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이 책에서 특히 적대적이거나 외딴 환경에 사는 열 가지 바다 생물(금붕어, 문어, 철갑상어, 향유고래, 설인게, 왕털갯지렁이, 나비고기, 살파, 갑오징어, 불사해파리)을 중심에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엮는다.
해양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묘사하며, 가족, 공동체, 돌봄의 급진적인 모델을 발견한다. 해양생물은 우리가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지만, 그것은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다. 심해의 설인게(yeti crab)는 수심 2000미터에 작용하는 약 200기압이 넘는 압력에도 짓눌리지 않는다. 영원히 어둠에 잠겨 빛이 스미지 않는, 바다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무광층의 지대에서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깊고 차가운 물속에 그렇게 풍요로운 생명이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100쪽) 태양으로부터 수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심해의 바위에 빽빽하게 붙어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연구한 끝에, 과학자들은 세균을 비롯한 여러 미생물이 ‘분출공의 화학에너지[저자의 표현으로는, 지구 내부의 열과 화학]’를 흡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사실에 적잖이 혼란스러워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태양광을 이용한 직간접적 에너지 생산’이라는 과학의 통념과 ‘생명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관한 핵심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풀과 삼나무가 햇빛을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듯이 심해 세균은 유독한 기체의 에너지를 자신만의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다”(101쪽)라고 말하며, “생명은 늘 새롭게 시작할 장소를 찾아낸다”라는 발견을 공유한다. 저자의 깨달음은, 위기에 처한 공동체는 늘 서로를 찾아내고 “어둠 속에서 함께 반짝거릴 방법을 새롭게 발명할 것”(112쪽)이라는 성찰로 나아간다.
과학적 기록과 자기 고백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이 책은, 당신만의 빛을 발견하는 여정을 선사할 것이다. 혹은 우리 각자가 지닌 어둠과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변형)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찾게 할 수도 있다. 레이철 E. 그로스(『버자이너』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은 분명 “촉수로 당신을 움켜쥐고 새로운 깊이로 끌어당길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변화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 책 속에서
문어는 분명 배고팠을 것이다. 문어는 자신이 사냥하거나, 먹거나,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불침번 장소를 벗어났다가는 새끼들이 부화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았을까? 이것이 의인화임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의식을 가진 생명체가 희망과 비슷한 무엇 없이 4년 반을 굶을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_36쪽
어머니가 백인이 되고 싶어 하면서 자랐다면, 나는 날씬해지고 싶어 하면서 자랐다. 가끔은 만약 내가 반만 중국인이 아니라 전부 중국인이었다면 날씬함은 자연히 따라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이 집착을 병이라고 여긴 적은 없었다. 섭식장애는 백인 여성의 문제라는 것이 모든 영화와 잡지와 임상 논문이 말하는 바였으니까. 나는 내 뼈가 얼마나 굵은지 보려고 거울 앞에서 허벅지 뒤쪽 살을 움켜잡았고, 내 뼈가 어머니 뼈보다 굵으면 내 백인성을 탓했다. _40~41쪽
설인게의 환경이 우리에게는 살 수 없는 곳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우리가 딱하게 여길 일이 전혀 아니다. 압력은 게를 짓누르지 않고, 어둠은 게를 숨 막히게 하지 않는다. 설령 그 삶이 우리에게는 이상하거나 불쾌해 보이더라도 설인게는 자신이 사는 삶에 딱 어울린다. 눈 없는 게에게 태양이 무슨 소용인가? 게는 필요한 것을 다 갖고 있다. _95쪽
화학합성이라는 알맞은 이름이 붙은 이 과정은 해저에서 화학물질을 뿜어내는 용암의 갈라진 틈이 어떻게 그곳 생명의 독자적인 생존 양식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해 준다. 풀과 삼나무가 햇빛을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듯이 심해 세균은 유독한 기체의 에너지를 자신만의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다.
열수분출공은 생명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관한 과학의 핵심 개념 중 많은 것을 혁신했다. 해저의 희한한 생물들이 해수면 근처에서 죽은 물고기의 살점, 즉 태양과 접촉하는 사회의 찌꺼기를 먹고 산다고 보았던 과학자들의 가정은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 생물들은 그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 냈다. _101쪽
2019년, 해양학자 킴 마티니(Kim Martini)는 가요의 사연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하도록 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로레나〉를 시청한 뒤에 그 여성과 그 벌레의 관련성을 즉각 알아차렸다. 마티니는 해양과학자들이 보는 블로그 딥 시 뉴스(Deep Sea News)에 글을 써서 그 이름을 재고하자고 요청했다. “보빗은 강간과 가정폭력을 저지른 범죄자의 이름으로 그런 이름이 어디에서든 불멸로 남아선 안 됩니다.” 마티니는 이렇게 말하며 왕털갯지렁이의 덜 알려진 별명 중 하나인 ‘모래 공격자’라는 이름을 쓰자고 제안했다. _125~126쪽
아니, 나는 그 남자들을 비난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통제를 넘어선 체제에 의해 주입된 것이라고 봄으로써 그들을 용서해 주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소속된 거의 모든 체제는 잔인하다. 그 속에서 우리의 의무는 너무 자주 잘못을 저지르는 제멋대로의 법 체제로부터 독립된 도덕적 중추를 갖추고 스스로 그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복잡한 뇌를 가진 생물로서 물려받은 숙제다. 복잡한 뇌에는 사랑이나 섹스나 차에서 더듬는 것 같은 불가해한 즐거움이 따르지만 또한 감정이입의 의무, 누가 비틀거리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의무도 따른다. _137~138쪽
나는 소속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는 데는 관심 없다. 어쩌면 이것은 성인기에 두 번 커밍아웃 한 부작용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스스로에 대해 무언가 해결되었다고 느끼기를 바라지 않는다. 혼혈로서 내 경험은 고정된 게 아니라 늘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중국인과 백인 사이에서, 갈망과 짜증 사이에서, 자긍심과 죄책감 사이에서. 나는 혼혈인 내가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존재할지 상상하고 싶다. 나의 혼혈성을 명사가 아니라 동명사로 생각하고 싶다. 내가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싶다. _147쪽
살파는 환상적인 생물이다. 충분히 깊게 잠수해서 보면 어떤 살파는 심지어 빛난다. 해변에서 살파는 투명 젤리로 된 구슬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약동하는 사슬 형태로 존재하는데, 그 사슬은 뱀처럼 구불거리거나 달팽이 껍데기처럼 비비 꼬일 수 있다. 사슬은 동일한 살파 수백 개가 한 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다. 클론 하나하나가 서로 구분되는 원통형 개체이지만, 그래도 클론들이 모인 군체 전체가 하나로 붙어서 하나로 움직이는 하나의 살파인 셈이다. 많은 사슬이 최대 6미터까지 자라고, 거대한 석영 팔찌처럼 바닷속을 떠다닌다. 따라서 살파에게 개체의 정체성이란 혼란스러운 것이니, 살파는 자아 개념이 복수로만 존재하는 생물이다. _169쪽
그것은 일종의 소통일까? 만약 그렇다면 뭐라고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과학자들은 암컷 갑오징어가 다른 개체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것, 그래서 팔을 휘두르다가도 특정 신호를 받으면 멈춘다는 것, 그 특정 신호가 스플라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스플라치가 다른 개체의 공격을 예방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고, 마치 게이들끼리의 묵례처럼 안전과 동질성을 확인하는 물리적 신호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것을 일종의 사랑 언어로 본다. 네가 스플라치 한다면 나도 스플라치 할게. _197~198쪽
해파리 생물학자 리베카 헬름(Rebecca Helm)은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커튼원양해파리 같은 몇몇 해파리를 찢어발기는 것은 도리어 산란을 촉진하는 짓이라는 것이다. 해파리 대학살을 꾀한 조치가 오히려 육신 없는 난교를 일으킬 수 있으니 해파리의 알과 정자가 회오리처럼 동시에 죄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 모든 생식세포가 만나서 배아가 되고, 배아는 가라앉아서 바닥에 자리 잡은 뒤 폴립으로 자라며, 폴립은 수백 마리의 클론을 생산하고, 그 클론 각각이 또 수백 마리의 해파리를 생산한다. _232~233쪽
이성애자 여성으로 살(려고 노력하)다가 자신이 퀴어임을 깨닫고 “두 번째 사춘기”를 겪었다는 임블러는 더 나아가 넌바이너리(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성 구별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로 자신을 정체화한다[그래서 이 책의 원서에서는 자신을 “그녀(she/her)”라는 대명사 대신 “그들(they/them)”로써 지칭한다]. 많은 혼란과 실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 속 위치를 알아 가는 과정이 삶의 큰 줄기였던 만큼 해양생물들에게서도 어떻게 그들이 적대적 환경에서 자신을 바꾸고 적응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_옮긴이의 말, 241쪽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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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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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이 시대 새로운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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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자연의 재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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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인류학의 권위자 도나 해러웨이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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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저항을 위한 실천적 지침, 지성주의와 행동주의의 유쾌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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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랑은 노동: 산업혁명부터 데이팅 앱까지, 데이트의 사회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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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쓴 사랑·섹스·구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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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랑과 차별과 우정과 LGBTQ+: 경계와 편견을 넘어 무지를 메워 온 말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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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에 LGBTQ+ 소식을 전한 성소수자 언론인의 퀴어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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