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꿈의 사회를 지배하는 유대인 창의력의 비밀을 파헤친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꿈을 파는 유대인들
올해도 어김없이 유대인이 노벨상을 휩쓸었다. 1901년 노벨상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그들은 특히 경제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약 42%의 수상자가 유대인이라 한다. 그밖에도 의학 분야 28%, 물리학 분야 26%, 화약 분야 20%, 문학 분야 12%로 사실상 전 분야에서 골고루 수상자를 배출했다. 유대인의 노벨상 독점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그들은 이제 ‘유대인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네시스(창세기)상’을 만들어 ‘탁월한 업적을 통해 유대인들의 근본 가치를 실현시킨 비범한 인물’을 자체적으로 시상하기에 이르렀을 정도다.
현재 유대인은 정치계, 법조계, 경제계, 금융계, 언론계, 예술계, 교육계 등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지만, 정작 우리에게는 금융 서비스 산업으로 일군 부와 《탈무드》로 대변되는 유대식 교육으로 그들의 존재를 각인시켜왔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정부가 화두로 꺼내든 ‘창조경제’의 모티브를 창업국가 이스라엘에서 빌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유대인의 창조적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추적해볼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한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깊숙하게 들여다본다. 전 세계인의 삶 구석구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 IT 산업의 선두주자들과 영화 산업의 거장들, 관광 산업의 업적들을 낱낱이 짚어보고, 그 문화적이고 창조적인 두뇌의 비밀을 풀기 위해 그들의 교육 시스템과 독특한 정신세계 그리고 문화적 환경을 면밀하게 탐구한다.
이들 분야에서의 유대인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상상력을 무기로 창의성을 펼쳐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창의적인 분야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슈퍼 엘리트 집단 유대인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들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유대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민족은 아니다. 그들은 디아스포라(離散)로 인해 세계 각지를 유랑하며 다양한 민족과 접촉했고 갖가지 피가 섞였기에 인종적으로는 혼혈민족이라고 함이 옳다. 형질상 다수의 유대인이 백인이긴 하지만 유색인도 있고, 외형적으로 구별될 만한 어떤 특징적인 모습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렇기에 사실 유대인에 대해 정의를 내리자면, 단적으로는 엄마가 유대인이거나 유대교로 개종한 경우라 할 수 있으며, 좀 더 넓은 의미로는 자신을 유대인이라 생각하고 유대교의 가르침을 지키고 믿으며 유대인의 문화를 이어받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겉으로만 봐서는 이렇게 다양한 민족이 섞여 있고 오랜 세월을 지리적 구심점 없이 떠돌아다니며 지금도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이 어떻게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독서, 질문과 토론, 융합과 통섭, 수평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 문화’가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모든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유대교는 기본적으로 배움의 종교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배움이란 신앙생활의 하나이며 평생에 걸쳐 행해야 할 의무이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습관과도 같기 때문에 평생 동안 공부하기를 즐긴다.
그들은 자신이 만나는 많은 선생님들 중에 가장 영향력 있고 위대한 선생님으로 단연 부모를 꼽는다. 그러므로 그들의 창의성과 특별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부모들의 가정교육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대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자녀교육에서 가장 특징적인 면은 자녀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다. 그들은 자녀를 13살 성인식 때까지 하느님이 맡긴 선물이라 믿기 때문에, 아이라고 할지라도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긴다.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가 많아지고, 자신들의 굴곡진 역사와 정체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한 독서와 토론 문화가 생활화되어 있다. 특히 유대인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서 만나는 첫 교육자이며, 아이가 한 명의 온전한 유대인으로 크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는 엄마가 유대인인지 여부가 유대인 판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유대인 부모들은 또한 자식이 최고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하느님이 개개인에게 남과 다른 독특한 달란트(Talent)를 주셨다고 믿기 때문에 자기 자녀가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살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베스트(Best)’는 단 한 명뿐이지만 ‘유니크(Unique)’는 모든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모든 유대인 부모의 신념이 유대인을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민족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창조경제를 위해 유대인에게 배울 점
《제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을 창시한 짐 데이토는 정보화사회 다음엔 ‘꿈의 사회(Dream Society)’가 해일처럼 밀려온다고 했다. ‘꿈의 사회’는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를 말한다. 경제의 주력 엔진이 정보에서 이미지와 스토리로 넘어가고, 상상력과 창조성이 핵심 국가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교육 방식과 문화적 배경은 이러한 꿈의 사회에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창의성은 특별한 사람의 유전자에 각인된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므로, 어릴 때부터 독서와 토론을 통해 창의성과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훈련을 받아온 유대인들이 결국 다방면에서 우수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장기불황에 대한 해법으로 ‘창조경제’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지만 실행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창조경제는 추진력보다는 창의성이 주도하는 경제를 뜻한다. 창의적인 상상력과 꿈이 경제동력이 되어 수십, 수천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경제가 창조경제다.
이 책은 발아 단계에 있는 우리의 창조경제를 위한 여러 제언도 담고 있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를 제대로 배워 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과, 금융, 관광, 교육, 의료, 법률, 유통, 영상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문화 산업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풀어 자율과 개방의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독서, 질문과 토론, 융합과 통섭, 수평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충고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창의적 인간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지만 창의적 사회는 다양한 융합과 통섭을 통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저자는 본다. 이 책에 소개한 유대인 창의성의 원천들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그들의 교육 문화와 융합과 통섭의 사고를 벤치마킹한다면, 우리가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하고 창조적인 산업 강국이 되는 데 있어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