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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22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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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UCI
I410-ECN-0102-2018-800-002583089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작품 정보
여행길에서 만난 하늘의 별들에게 읽어준 인간의 시 한 편.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곽재구 시인이 별밭을 바라보던 유년시절의 마음과 지상의 시를 엮어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쉼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시인 78인의 시 80편을 수록하였으며, 시 한 편, 한 편마다 곽재구 시인만의 감성이 깃든 해설을 덧붙인 이 책은 일상에서 잊고 지낸 정서를 되새기고 싶은 독자와 향수에 젖고자 하는 독자에게 가슴이 따스해지는 추억거리를 제공한다. 양장.
작가 소개
저자소개 >>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했고, 신동엽 창작기금과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아리랑>>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등과 기행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동화집 <<아기 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이 있다.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갈대와 억새 지천으로 꽃 핀 863번 지방도로.
와온과 달천 궁항을 지나 여수 바다에 이르는 작은 갯마을 길 위에서 한 사내가 고개를 우러러 하늘의 별밭을 본다. 별밭에도 길이 있고 마을이 있고 홀로 서성이는 사내가 있다. 마을의 불빛들에서는 잘 구운 옥수수 냄새가 나고 따뜻하게 끓어오르는 된장국 냄새가 난다. 창 틈으로 새어나온 불빛들이 하늘의 깊은 어둠에 이르는 동안 마을의 지붕 위에 수북수북 별빛이 쌓이고 별빛보다 하얀 파도소리가 쌓인다.
길 위에서 오랫동안 사내는 생각했다. 시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시를 쓰는가. 바람이 불어오고 눈보라가 몰아치고 꽃향기가 펄펄 날리는 지상의 길 위에서 사내는 그 질문들과 함께 행복했다. 어느 날엔 별밭 속의 물이랑 위에 조각배 하나를 띄우고 생의 시간 속을 천천히 흐르며 지상 위의 길과 마을과 시장, 사막들과 산맥들, 호수들, 영화관과 악기점과 고서점, 엽서와 꽃과 인형을 파는 가게들을 둘러보기도 하였다. 사내는 사내가 만난 모든 풍경들이 자신의 꿈과 사랑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를, 노래를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살아가는 동안 서로 웃고, 울며, 어깨를 어루 만져주며, 술 마시고, 볼 비비며, 사랑하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봄날의 새 이파리와 같은 싱싱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한 사내는 길 위에서 단 한 순간도 쓸쓸하지 않았다.
여기 모인 시편들은 내가 863번 지방도로 곁에 머무는 동안 읽은 시들이다. 찰나였지만 이 시들 사이의 행간에 조각배를 띄우고 흘러가는 동안 내 마음은 온유하여지고, 내가 만난 지상의 언어들이 색색의 솜사탕 하나씩을 들고 어두운 하늘의 계단을 따뜻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어찌 별밭이라 이르지 않겠는가. 슬퍼하고 기뻐하고 아파하고 함께 어울리지 못했던 모든 시간들이여,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가 당선.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했고, 신동엽 창작기금과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아리랑>> <<서울 세노야>> <<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등과 기행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동화집 <<아기 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이 있다.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갈대와 억새 지천으로 꽃 핀 863번 지방도로.
와온과 달천 궁항을 지나 여수 바다에 이르는 작은 갯마을 길 위에서 한 사내가 고개를 우러러 하늘의 별밭을 본다. 별밭에도 길이 있고 마을이 있고 홀로 서성이는 사내가 있다. 마을의 불빛들에서는 잘 구운 옥수수 냄새가 나고 따뜻하게 끓어오르는 된장국 냄새가 난다. 창 틈으로 새어나온 불빛들이 하늘의 깊은 어둠에 이르는 동안 마을의 지붕 위에 수북수북 별빛이 쌓이고 별빛보다 하얀 파도소리가 쌓인다.
길 위에서 오랫동안 사내는 생각했다. 시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시를 쓰는가. 바람이 불어오고 눈보라가 몰아치고 꽃향기가 펄펄 날리는 지상의 길 위에서 사내는 그 질문들과 함께 행복했다. 어느 날엔 별밭 속의 물이랑 위에 조각배 하나를 띄우고 생의 시간 속을 천천히 흐르며 지상 위의 길과 마을과 시장, 사막들과 산맥들, 호수들, 영화관과 악기점과 고서점, 엽서와 꽃과 인형을 파는 가게들을 둘러보기도 하였다. 사내는 사내가 만난 모든 풍경들이 자신의 꿈과 사랑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를, 노래를 지니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살아가는 동안 서로 웃고, 울며, 어깨를 어루 만져주며, 술 마시고, 볼 비비며, 사랑하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봄날의 새 이파리와 같은 싱싱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한 사내는 길 위에서 단 한 순간도 쓸쓸하지 않았다.
여기 모인 시편들은 내가 863번 지방도로 곁에 머무는 동안 읽은 시들이다. 찰나였지만 이 시들 사이의 행간에 조각배를 띄우고 흘러가는 동안 내 마음은 온유하여지고, 내가 만난 지상의 언어들이 색색의 솜사탕 하나씩을 들고 어두운 하늘의 계단을 따뜻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어찌 별밭이라 이르지 않겠는가. 슬퍼하고 기뻐하고 아파하고 함께 어울리지 못했던 모든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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