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읽었던 소설에 환생했지만,
아무 역할도 없는 단역이라 별생각 없이 살던 후작 영애 에스텔은
남녀공학이 된 왕립마법학교에 입학하던 날 엄청난 사실에 놀라게 된다.
바로 소설에서 제일 좋아하던 레안드로가 교사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는 사실!
소설 설정 그대로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와 태도에 모두가 무서워하지만
유일하게 그런 레안드로를 좋아하며 졸졸 쫓아다니는 에스텔의 모습에
처음에 당혹스러워하던 레안드로의 마음은 어느새 얼음이 녹듯 점점 풀리지만,
여섯 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여전히 에스텔에게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는데…….
로맨틱 코미디 <환생한 남장 왕녀는 결혼 상대를 찾지 않아>의 두 번째 후속작,
<환생한 후작 영애는 시니컬한 교사를 사랑한다>!
#가상시대물 #판타지물 #서양풍 #학원물
#전생/환생 #초능력 #왕족/귀족 #오해 #사제지간 #소유욕/독점욕/질투
#능력남 #까칠남 #냉정남 #오만남 #존댓말남 #츤데레남 #직진녀 #다정녀 #순정녀
#로맨틱코미디 #TL소설 #TL삽화
<본문 중에서>
레안드로는 벽에 손을 짚고 얼굴을 아슬아슬할 정도로 가까이 들이밀었다. 레안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에스텔은 혼란스러웠지만 그저 레안드로를 쳐다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몸이 움츠러들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서, 선생님…….”
숨결이 얼굴에 닿자 에스텔의 얼굴은 한층 더 빨개졌다. 마치 키스라도 받을 것 같은 거리였다.
실제로 얼굴을 조금만 기울이면 입술이 닿을 것 같아서, 에스텔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
‘어, 어라?’
시간이 꽤 지났지만 입술이 닿는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차가운 눈이 에스텔을 보고 있었다.
“……눈을 감다니. 설마 키스라도 할 줄 알았습니까?”
“윽!”
돌직구 발언에 에스텔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눈을 크게 뜨고 레안드로를 응시했다. 그는 희미하게 웃고는 몸을 뗐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안경을 눌렀다.
“조금 놀려본 건데 예상보다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는군요. 이건 충고인데, 라비아타 양, 라비아타 양은 좀 더 경계심을 갖는 게 좋겠습니다. 저니까 물러났지, 다른 남자들도 이렇게 물러나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전혀 몰랐다 같은 어쭙잖은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죄…… 죄송해요.”
자신이 무의식중에 기대했다는 걸 들키자, 에스텔은 수치스러워서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었다.
레안드로를 연애 상대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자신이 한 반응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한심한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에스텔은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에게 레안드로가 한 마디 덧붙였다.
“라비아타 양의 기대에 응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것만은 분명하게 말해 두죠. 제 연애 대상은 남자입니다. 라비아타 양에게…… 아니, 여성에게는 관심 없습니다.”
”……네.”
“응? 놀라지 않는군요. 뭐, 테오와의 일을 오해했던 라비아타 양이라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요.”
그게 아니다.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반사적으로 레안드로의 말을 끊을 뻔했지만, 에스텔은 간신히 참았다.
“그러니 다음 공연 감상에도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그걸 충분히 이해하고 오도록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잘 알았…… 습니다.”
재차 하는 충고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레안드로는 시계를 힐끔 확인했다.
“좋아요. 그럼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세요. 저는 문단속을 하고 갈 테니.”
“네…….”
대답한 에스텔은 천천히 연습장에서 나왔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멈춘 에스텔은 헛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한 거지? 혹시 칼데론 선생님에게 너무 접근했나? 아니면 너무 선을 넘었나? ……모르겠어, 정말.”
레안드로는 놀라울 만큼 성실한 교사다. 그래서 수업을 못 따라가는 에스텔을 내치지 못했을 거다. 그건 안다.
하지만 아무리 에스텔이 성가시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분명하게 선언할 건 또 뭐람. 호의를 가진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는 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아…… 그렇구나, 나 어느새…….”
에스텔은 멈추어 선 채 아무 의미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흘러 떨어졌다. 방금 자신은 자연스럽게 레안드로에게 호의를 가졌음을 인정하고 말았다. 그래, 마치 숨 쉬듯이 당연하게.
“하하하…… 결국 셰라 선생님이랑 르쿠레티아 님 말대로 되고 말았네…….”
그래서 재차 못을 박은 건가? 자신은 에스텔의 연애 상대는 될 수 없다고.
에스텔은 참 빤히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하는 마음이 넘쳐서 눈치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아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네, 그러시군요. 그럼 포기할게요.
라고 수긍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좋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기합을 넣었다. 눈가를 훔쳤다.
동성애자인 레안드로와 사귀고 싶다는 분에 넘치는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드물게 찾아온 데이트 기회다. 틀림없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테니 마음껏 즐기고 오겠노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후후, 후후후…….”
에스텔은 대담하게 웃으며 연습장에 있는 건물을 돌아보았다. 그곳에 레안드로의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선언하듯이 말했다.
“전 전생에서부터 선생님 말에는 내성이 있거든요. 고작 그 정도로 꼬리 말고 내빼지 않아요. 사람 우습게 보지 마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