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계간 《문장》 수필 등단을 시작으로 시, 동시에까지 문학적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곽명옥 수필가의 첫 번째 수필집이다.
40여 년간 한복의 원단, 디자인, 봉제 작업을 업으로 하며 한 길을 걸어온 곽명옥 작가. 손맛을 낼 줄 아는 솜씨 좋은 작가가 정성껏 한 벌의 한복을 짓듯, ‘곱고 선하게’ 세상을 보면서 간직한 ‘초록’처럼 싱그럽고 맑은 감성을 담은, 글맛 나는, 『그 초록을 만나고 싶다』.
4부로 나누어 실은 각 작품은 공감 가는 이야기에 시적 은유를 덧발라 흡사, 한 폭의 수채화, ‘그처럼’ 담백하고 아름답다. 곱고 편안하다. 작가의 정갈한 글과 김종 화백(시인)의 독특한 그림이 참 잘 어울린다.
“‘그 초록’ 듣기만 해도 오월의 싱그러움처럼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처럼’의 제주도 방언이라는 ‘그 초록’은 제주도 월정리 해변가에 위치한 작은 카페이다. 카페의 통유리창 밖은 고운 해안선을 따라 까만 돌무덤이 정겹게 포개져 업은 듯, 안은 듯 서로를 품고 있다. 느낌이 좋은 곳은 머물고 싶은 마음도 통한다.” <그 초록을 다시 만나고 싶다>
“연탄은 밤새 제 몸을 태워 소임은 다했지만 정든 한 몸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다. 하얀 육신을 칼로 떼어내고 위의 것은 아래로 보내 새로운 불씨가 되면 검정의 새 인연을 포개 얹는다. 요리조리 돌려 구멍을 잘 맞추어 한 몸을 만들어야 불씨를 살릴 수가 있다. 그때 불문을 확 열어놓으면 아궁이의 한 몸도, 뜨거운 아랫목도, 우리의 사랑도 함께 뜨겁게 타오른다.” <남새밭 찔레꽃>
“… 어머니, 달이 비치는 밤은 더욱 보고 싶습니다. 해 질 무렵 어둑해지면 엄마의 그림자조차 보러 갈 곳이 없습니다. … 삶과 죽음이 하나이듯이 죽음은 내세에서의 또 다른 출발이라고 합니다, 언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요. 무슨 표시로 알아볼까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사람도 물건도 절정을 칠 때가 있듯이 말랑말랑하게 맛있던 오징어가 굳고 비틀어졌다,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아까워 솜씨를 부려 보기로 했다. 그냥은 마음을 녹여주지 않는 녀석을 물에 씻어 잠길 만큼 생수에 담가 두었다. 몇 시간, 달래었더니 물기를 머금어 말랑말랑해졌다.” <마음 나누기>
지나온 시간과 삶의 모든 인연을 ‘그리움과 순함’의 정서로 다독이는 속 깊은 작가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그 초록을 만나고 싶다』. ‘온몸으로 수필의 바다에 반짝이는 은유를 찾아 멋진 글을 쓰고 싶다.(<케치칸의 연어>)’는 글귀에서처럼 읽는 내내 우리의 마음을 감동으로 울리는 ‘멋진’ 글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