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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 미학 상세페이지

숭고 미학

폭력성과 기괴함의 예술적 원리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5,000원
판매가
5,000원
출간 정보
  • 2024.10.10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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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6.5만 자
  • 22.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65234920
ECN
-
숭고 미학

작품 정보

■ 책 소개

에드먼드 버크와 임마누엘 칸트의 미학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현대 미술이나 대중문화에 대한 미학적 견해를 확고하게 정립할 수 있다.
미학과 사회과학이 별개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 책 리뷰

우리는 아름다움에만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추하고 공포스러운 것에도 쾌감을 느낀다. 오히려 무섭고 끔찍한 것 앞에서 더욱 강렬한 쾌감을 느낀다. 미학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미학 개념은 미(美)인데, 섬뜩하고 불가해한 것들의 미학적 개념은 무엇인가?

다름 아닌 숭고다. 미와 숭고는 미학의 양대 영역이다. 숭고는 18세기 버크와 칸트에 의해 처음으로 미학의 영역에 진입하였고, 20세기 말 포스트모던 미학으로 화려하게 개화한 후, 21세기인 지금 온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중문화가 되었다. 아니 고급 예술까지 포함하여 현대의 모든 예술 트렌드가 숭고미학임을 우리는 매일같이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에는 예술이 높은 산이나, 눈사태, 폭포, 또는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나 별들이 총총 박힌 높은 하늘 등 우리에게 경외감과 경이감을 주는 자연 상태를 묘사할 때 이 개념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자연 보다는 차라리 테크놀로지의 믿을 수 없는 힘이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리오타르나 프레데릭 제임슨이 말했듯이 어쩌면 현대 생활의 체험 자체가 숭고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숭고함은 위대•장엄 등 윤리적 맥락인데, 미학에서의 숭고 개념은 물론 위대•장엄도 포함하지만 혐오스러운 것, 무서운 것, 섬뜩한 것들에까지 두루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현대적 숭고는 모든 섬뜩한 것, 모든 악마적인 것을 다 포함한다.

아니, 신에 대한 숭고한 사랑이라든가 6.25 참전 용사의 숭고한 애국심을 말할 때 쓰는 ‘숭고’가 어떻게 불쾌하고 천박하고 흉측한 것에도 쓰인단 말인가? 도덕적으로 고상하고 우월한 대상을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적인 관념과는 다소 동떨어진 개념이다.
그러므로 우선 숭고라는 단어를 너무 숭고하게 생각하지 않을 일이다.

영어로는 똑같이 sublime인데, 한국어로 도덕적인 숭고를 말할 때는 ‘숭고’라 번역하고, 미학적인 숭고를 말할 때는 ‘숭고미’라고 번역하기 때문에 ‘숭고’를 미(아름다움)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나 숭고는 미의 한 종류가 아니라 별도의 미학 영역이다.


미와 숭고의 차이

아름다운 물건이나 예술 작품 앞에서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지고 감동하여 “이런 게 미(美)야”, “이게 진짜 예술이지”라고 말한다. 이 말에는 아름다움을 쾌감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미학 개념이 반영되어 있다. 반면 추하거나 무서운 것들은 혐오감과 공포를 자아낼 뿐 미학적 쾌감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아름답기는커녕 오히려 불쾌하거나 섬찟한 영화에 열광하는 것이 요즘 온 세계 젊은이들의 특징적 현상이다.
‘오징어 게임’이나 ‘더 글로리’ 같은 끔찍한 폭력과 공포의 드라마들, 호러 영화,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다룬 섬찟하고 불가해한 SF 영화들이 많은 관객을 모은다. 이제는 ‘존 윅’이나 ‘길복순’ 정도의 칼로 베고 피 튀기는 영화가 아니면 심심해서 볼 수 없는 지경까지 된 듯하다. 하다못해 인기 어린이 만화 주인공 곰돌이 푸도 연쇄 살인마로 변해 꿀단지 대신 망치와 흉기를 들고 나섰다. 최근에 개봉된 ‘곰돌이 푸 : 피와 꿀’이 그것이다. 영화만이 아니라 문학이나 미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두려운 장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불쾌하거나 두려우면 안 보면 될 텐데 굳이 돈 주고 보는 것은 전율의 감동이 미적 감동보다 훨씬 더 강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까지 미를 예술의 원천으로 생각했던 보통 사람들은 이 전율에 어떤 미학적 명칭을 붙여야 할는지 난감해 한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예술 경향, 예쁘고 아름다운 것보다 추하고 불쾌한 것에 더 쾌감을 느끼는 이 문화 소비 현상은 뜬금없게도 미학적으로는 숭고미학이다.

숭고와 권력

그러고 보면 두려운 것은 모두 숭고다. 하느님도 두렵고, 으시시한 무당의 굿판도 두렵고, 독이 있는 파충류나 힘센 동물도 두렵고, 민중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전제군주도 두렵다. 이 모든 것이 숭고다. 그런데 신이나 초월적 현상이 두려운 것은 그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무서움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버크는 애매모호함 혹은 비확정성을 숭고의 성질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권력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것이다. 윤리적으로 우월하다는 위대, 장엄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공포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버크에 의하면 힘센 동물이나 막강한 권력의 전제군주를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들에게 무시무시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힘에 대한 경외감이 숭고의 조건이다. 모든 권력은 숭고하다.

그런데 그들에게 힘이 빠졌을 때, 다시 말해 노쇠와 질병으로 힘이 빠진 맹수, 또 혹은 자리에서 끌려 내려와 힘을 상실한 권력자의 경우는 무엇일까? 그들은 더 이상 숭고가 아니고 다만 경멸의 대상일 뿐이다. 숭고와 경멸이 이처럼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권좌에서 물러난 모든 권력자들이 왜 그토록 사람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버크의 미학은 아주 냉정하고 정확한 인간 탐구로도 이어진다.

책 속으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주인공은 범죄 현장에 남아 있던 거액의 돈을 훔쳐 달아나다가 한 모텔에 묵었다. 사람을 마구 죽이는 잔인한 추격자가 차를 타고 그를 쫓아오고 있다. 돈 다발 한 가운데에 칩이 들어 있어, 추격자는 블루투스로 정확하게 위치를 추적해 따라오고 있다. 주인공은 모텔 방의 불을 다 끄고 총을 겨눈 채 문 앞에 서 있다. 방 안도 방 밖도 칠흑 같은 어둠이다. 그때 갑자기 어두운 밖에서 미세한 인기척 소리가 난다. 그리고 희미한 빛이 도어 밑 틈새로 물이 스미듯 새어들어 온다. 밖에 잔인한 살인자가 서 있는 것 같다. 그 한 순간, 주인공도 관객도 숨 막히는 공포감을 느낀다. 밖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 아예 살인자가 나타나 주인공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면 관객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그런데 밖에 있는 불빛이 무엇인지, 밖에 살인자가 서있는 것인지 어쩐지 알 수 없는 이 한 중간의 정지 상태(서스펜스)가 관객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다. 사람들이 공포 영화를 즐기는 것은 이 한 순간의 공포감 때문이다. 이 공포의 감정에서 관객들은 강한 쾌감을 느낀다. 이 감정을 미학적으로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결국 우리가 심미적 감동을 느끼는 대상은 ‘아름다운 것’ 혹은 ‘숭고한 것’ 두 가지이며, 우리의 미적 감동은 ‘미감’ 혹은 ‘숭고감’ 두 가지이다. 숭고는 미와 함께 미학의 양대 요소다. 일반적으로 ‘숭고미’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숭고가 미에 종속된, 미의 한 부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칸트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숭고는 미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전혀 별개의 것으로 미학의 주요한 두 부문 중 하나일 뿐이다. 미학이라는 말 속에 이미 미가 들어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에스테티카의 어원에 미가 없다는 것을 상기해 보면 해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미와 숭고가 별개의 부분으로 미학을 구성한다는 말에는 전혀 모순이 없다.

그래서 버크는 과감하게 고통이 결코 불쾌하거나 비참한 것만은 아니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고통과 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호적인 감소나 제거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고통에서도 쾌감(agreeable)을 느낀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고통이 감소하여 다 제거되었을 때 쾌를 느끼고, 쾌가 감소하여 다 제거되었을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고통과 쾌가 합쳐졌을 때 더욱 쾌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어쩌면 고통 그 자체가 더 큰 쾌감을 준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신의 힘만이 아니라 인간 제도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힘도 공포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권력 또한 숭고하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자들 앞에서 몸이 얼어붙듯 공포에 질린다. 힘에 대해 겁을 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것은 우리의 본성에 내재하는 것이다.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 불과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왜 그렇게 제왕적 대통령이 되고, 그 앞에서 아무도 쓴 소리를 하지 못하는지 우리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모든 힘(권력)은 숭고하기 때문이다.

독성을 가진 동물이 숭고의 관념을 환기시킨다는 버크의 말에 한국의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고작 파충류가 숭고하다고! 그러나 이런 거부감은 우리가 ‘숭고’라는 단어를 너무나 숭고하게 생각하는 데서 나온 반감일 뿐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대상을 하찮게 보거나 경멸할 수는 없다. 그 앞에서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두려움의 대상은 숭고하기 때문이다. 숭고는 모든 권력에 대한 존경심, 경외감, 숭배, 굴종 등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다.
구약 성경 <욥기>에 나오는 상상의 괴물 리바이어던(일각수)의 묘사야 말로 힘 앞에서의 두려움이라는 인간 본성을 가장 실감나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작가

박정자
국적
대한민국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 석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 학사
경력
2000년 상명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상명대학교 불어교육과 교수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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