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디자인은 누구나 경험하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보편적인 분야다.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외래어이기는 하지만 대학의 학과로 자리 잡은 것도 수십 년이 지났으니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학문적 역사가 많이 늦지도 않은 편이다. 외국에 비해 전체 인구 대비 디자인전공 졸업생의 비율이 꽤 높은 편이고, K컬쳐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한국의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디자인에 대한 일상의 존재감은 큰 데 비해, 디자인에 대한 학술적인 노력은 부족한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디자인을 대중에게 학술적으로 소개하고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다. 대학의 교양교과에는 심리학 개론, 경영학 개론, 공학 개론 등 수많은 개론 교과들이 있다. 그 학문 분야의 기초 지식, 합의된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교과목들이다. 하지만 전문직업인 교육의 특성이 강한 디자인 분야는 개론 수업에 대한 관심이 적고, 디자인 개론이 교양수업으로 개설된 대학도 많지 않은 편이다.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될 사람이 배우는 전문적인 직능 분야이거나 상품과 광고를 통해 감각적으로 향유하는 경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 교육에서 직업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소수의 전문가나 조형 표현 능력을 갖춘 특정인을 위한 전문교육이 여전히 큰 비중으로 차지하겠지만, 우리 저자들은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교양수업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한 교양을 갖추면 좋겠다고, 그런 수업이 늘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교육부에서도 전공자율선택제를 권장하는 등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되는 상황이다. 〈디자인의 이해〉는 교양으로 디자인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개론서다. 디자인의 여러 분야와 내용을 다루되 너무 깊지 않은 수준에서 고르게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 책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디자인 비전공 대학생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디자인을 전공하는 저학년 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 디자인 분야를 위한 전문기술서적은 많지만, 디자인 분야의 명시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서적은 의외로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민대학교에서 개설한 같은 이름의 교양수업인 〈디자인의 이해〉에서 출발했다. 2015년 처음 개설된 〈디자인의 이해〉는 근래에는 매년 약 600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대표적인 교양수업으로 발전하였다. 이 수업은 디자인의 여러 분야를 망라해야 해서 개설 첫 해부터 많은 준비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에 대한 지식을 글로 적은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수업이 거듭되면서 PDF 강의자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과, 여러 분반으로 나누어진 수업의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국민대학교 출판부를 발행인으로 2018년 2월에 초판을 내고, 2020년 1월에 개정판을 냈다. 이번에 발간하는 〈디자인의 이해〉는 국민대학교라는 개별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여러 대학의 디자인 연구자들과 공동 저술하여, 이 책의 깊이와 보편성을 더하고자 했다.
연명흠 교수는 1장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2장 디자인 프로세스와 방법, 3.2절 제품디자인, 3.5절 사용자경험 디자인, 4.3절 모더니즘 디자인을 집필하였다. 윤나리 교수는 4.2절 장식미술: 모던디자인의 여명기, 5.1절 디자인과 문화, 5.4절 디자인과 지식재산권, 5.6절 디자인과 지속가능성을 집필하였다. 이민 교수는 3.3절 공간디자인, 4.4절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디자인, 5.5절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집필하였다. 정혜욱 교수는 3.4절 시각디자인, 4.5절 디지털시대의 디자인, 5.3절 디자인과 기술을 집필하였다. 김상규 교수는 3.1절 디자인 분류의 기준, 4.1절 디자인사에 대한 개괄, 5.2절 디자인과 사회를 집필하였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먼저 추천사를 써 준 한국디자인학회장 김현석 교수님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장 정의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의 출판을 먼저 제안해준 박영사에도 감사드린다. 대학 교재 전문출판사인 박영사의 풍부한 발간 경험이 집필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일일이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책에 등장하는 사례를 제공해준 학생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5년 1월
저자를 대표하여 연명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