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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신라 상세페이지

상처받은 신라

서강학술총서 090 | 그 안에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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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29,000원
전자책 정가
29,000원
판매가
29,000원
출간 정보
  • 2025.06.04 전자책 출간
  • 2022.05.25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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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PDF
  • 495 쪽
  • 8.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88972734260
ECN
-
상처받은 신라

작품 소개

1945년 해방 후 서울대학파가 만든 역사는 진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한국사 교과서에 들어 있는 역사는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특히 이 책의 화두인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역사는 한국을 폐멸시켰던 제국 일본의 역사가들이 첫 단추를 잘못 꿴 역사를 진리라고 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역사가는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해방과 동시에 제대로 된 한국사 개설서 한 권 없던 상황에서 한국사학을 점령하고 한국사의 기준을 정했던 이병도와 손진태 등 서울대 학파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 서울대 학파들은 해방 후 지금까지 하나의 길드(guild)를 만들어 한국사학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이병도나 손진태는 그들이 역사가로서 훈련받았던 제국 일본의 와세다대학 교수였던 쓰다 소키치가 한국폐멸을 위한 정치적 욕망으로 날조했던 한국사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 서울대학파는 스스로를 학문적으로 해방시키지 못하고, 제국 일본의 역사학계가 한국 폐멸을 위해 만든 역사를 “오리의 각인”으로 삼아 스스로를 학문적으로 고립시키며 자폐적 상황을 만들어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역사를 은폐·말살해 왔다. 이로써 서울대학파의 역사가들은 한국사와 무관한 역사를 한국 한국사회에 공급하여 왔기에 한국사 자체에 위기를 초래해 왔다.

한국인은 역사의 산물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사와 한국인 그리고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관계를 살려내기 위해 해방 전 근대 한국사학이 정치적 욕망을 갖고 만든 역사와 해방 후 지금까지 서울대학파들이 쓰다 소키치가 날조한 역사를 진리라고 망상해온 온 역사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역사를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파헤치는 작업을 펼쳤다. 해방 후 지금까지 서울대 학파들이 첫 단추를 잘못 꿴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살려내면 한국사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전혀 다른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대학파들이 만든 “그들이 만든 역사” 속의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역사와 필자가 만든 “우리를 만든 역사” 속의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역사를 비교하여 어떤 주장이 탁월한지를 밝히자는 것이 아니다. 어느 주장이 한국사와 한국인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밝히는 것인지, 어느 것이 제국 일본의 한국폐멸을 위한 역사와 다른 무대에 서 있는 것인지를 밝히자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필자가 만들어온 “우리를 만든 역사”는 서울대학파가 만들어온 “그들이 만든 역사”의 무대 밖에서 추종자가 아니라 발견자가 되었기에 살려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발견하고 역사적 산물인 한국인의 정체를 밝혀냈다.

내년부터 사용할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편찬 작업과 이 책의 주장이 무관할 수는 없다고 본다. 지금 사용 중인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2017학년도부터 사용할 교과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국정으로 편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편찬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누가 편찬 작업에 참여했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어 어떤 교과서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새로 편찬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현대사 부분의 문제를 수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파가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마저 은폐·왜곡·말살한 역사를 한국사라고 하며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수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의 화두는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을 보기로 한다.
(이 책의 1부 “우리를 만든 역사”에서는 사회과학적 관점으로 발견한 신라 오리진의 한국인과 신라 역사에서 찾아지는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해 다루었다. )
이 책에서 말하는 “우리를 만든 역사”는 인류학·사회학·고고학을 공부해 온 필자가 사회과학적 관점을 갖고 현재 한국인을 만든 역사를 탐구해온 작업을 뜻한다. 현재 한국인은 역사적 산물이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사 속에서 한국인이 만들어진 역사,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찾았던 것이다.
1985년 실시한 인구 및 주택센서스 결과를 보면 274개 성(姓) 중 인구의 반이 넘는 한국인들이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5대성(김씨·이씨·박씨·최씨·정씨)을 갖고 있는 씨족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 중에는 신라인 김유신을 중시조로 하는 김씨도 포함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정복했고 정복자의 권리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만일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다면 이 땅에는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성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고구려인을 시조로 하는 씨족에 속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했을 것이다.
고려 묘지명 자료를 보면 당시 지배세력들도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사람들이 반이 넘는 다수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조선시대에도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씨족에 속한 지배세력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현대의 경우 우리가 잘 아는 김구 선생도 스스로 신라인의 후손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현재 한국인의 시조를 찾아 현재에서 조선, 고려, 대신라(통일신라)를 거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찾게 되면 고구려나 백제가 아니라 신라 그 중에도 신라건국신화까지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라의 왕을 배출했던 종성(박씨·석씨·김씨)과 육부성(이씨·정씨·손씨·최씨·설씨)이 그들이다. 박씨와 육부성은 신라 건국신화에 나오는 인물을 시조로 하는 성이고, 석씨는 2대왕인 남해왕, 김씨는 4대 왕인 탈해왕대에 등장한 인물을 시조로 하는 성이다. 이 같이 신라 건국시기와 초기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시조로 하는 한국인이 다수라는 사실을 해방 후 한국사학이 은폐·침묵시켜온 것이다.
현재 다수의 한국인이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씨족에 속한다는 사실과 한국인의 정체성의 원점이 신라 그것도 건국신화에 나오는 신라 초기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사를 바라보는 열쇄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한국사를 바라보는 첫 단추를 제대로 찾는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2부 “그들이 만든 역사”에서는 한국날조사학에게 상처받은 신라와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해 다루었다)
20세기 초 이래 한국사학은 한국인의 시조에 대한 주장들을 펴왔다. 신채호 선생은 단군을 시조로 하는 민족을 만들었고, 대한민국 정부는 개천절을 통해 단군이 이 겨레(민족)의 한 아버님이라 해왔다. 현재 단군을 시조로 한다는 주장을 펴는 한국사 교과서는 없다. 그런데 신석기인 이래 한국사의 무대에 살던 사람들이 한국민족의 혈통을 동참했다며 그런 한국 민족의 역사를 민족사라고 해온 주장이 있다. 이것이 한국사 연구자들이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생각이라 여겨진다. 이 같은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20세기에 만들어진 근현대 한국사학은 어떤 이유로 신라 오리진의 한국인의 존재를 은폐하고,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해명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국 일본의 한국 강점·폐멸과 관련된 역사가들의 정치적 욕망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러한 역사가들의 정치적 욕망은 날조된 역사를 만들게 했고, 한국사와 한국인의 관계에 대한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2부 1장에서 다룬 내용들이다. 우선 20세기 초 1905년 을사조약(을사늑약, 제2차 한일협약)에서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제국 일본이 한국을 강점·폐멸시켰던 시기 만들어진 두 가지 역사를 주목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서로 다른 정치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탄생한 역사가 분명하다.

첫째, “한국독립사학(韓國獨立史學)”이 있다. 이 책에서 1905년 제국 일본의 강압에 의하여 을사조약으로 제국 일본이 한국을 강점한 상황에서 신채호 선생이 만든 역사를 그 예로 들었다. 신채호 선생은 스스로 말한 것과 같이 순정사학을 쓴 것이 아니다. 신채호 선생은 한국의 독립을 위한 역사를 만들었다. 1908년 『대한매일신보』에 게재한 『독사신론』을 통해 신라의 삼한통합을 무섭게 비판하며 단군을 시조로 하는 민족을 만들어, 그러한 민족역사를 국사로 삼아 그런 국사를 배운 한국인들이 애조심(愛祖心)·애국심(愛國心)·독립심(獨立心)·진취심(進就心)을 갖도록 하여 한국의 독립을 지키려 했다. 이 같은 신채호 선생의 역사는 소위 민족주의사학이라 하기보다 “한국독립사학”이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둘째, “한국폐멸사학(韓國廢滅史學)”이 있다. 제국 일본의 역사가들이 한국·한국인을 폐멸시키기 위해 날조한 역사를 “한국폐멸사학”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역사가로 이 책에서는 와세다대학 교수였던 쓰다 소키치(津田左右吉)를 들었다. 해방 후 한국의 역사가들은 쓰다 소키치가 한국사를 객관적·과학적으로 다룬 실증사학자로 여겨왔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쓰다 소키치는 한국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다룬 역사가가 아니었다. 그는 신화의 본질도 이해하지 못했고, 일본 천황중심의 황국사관을 가졌으며 국수주의적 동기로 역사를 연구했고 일본 천황가에 한민족의 혈통이 유입될 계기를 차단했고, 시간을 초월하여 한국인을 멸시한 역사가였다.
1902년에 쓰다 소키치는 일본민족의 동화력이 강대하여 건국 이래로 정복된 자도 귀화한 자도 모두 일본 황실을 종가(宗家)로 하는 혈족(일본민족) 속으로 융해·화합되었다는 주장을 하여 이후 한국민족의 운명을 예고하고, 그의 한국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짐작하게 만들었다. 1910년 제국 일본에 의해 한국폐멸조약(소위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이후 한국·한국인·한국역사는 지구상에서 무존재(nonexistence)가 되었다. 그 때 일본은 한국·한국인을 일본·일본민족으로 만드는 작업을 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일본은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로 전환을 했는데 그 본질적인 내용 중에는 한국인을 일본인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있었다. 1940년 강행된 창씨개명 정책은 2천년도 넘는 한국인의 성(姓)을 가진 씨족을 없애고, 가(家)를 단위로 하는 씨(氏)를 만들어 그런 가(家)들이 일본 황실을 종가로 하는 대가족의 성원이 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같은 한국인에 대한 일본 황민화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다수의 한국인이 갖고 있는 성(姓)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인이 갖고 있는 성은 2천년도 넘는 오래전 시조를 기억하는 것으로 각 성(姓)은 하나의 씨족을 형성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같은 성을 가진 씨족의 존재를 인정하고는 한국인을 일본민족으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했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쓰다 소키치는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나오는 신라 내물왕까지 역사기록을 조작된 것이라 했다. 이 같은 사료비판의 표면적인 이유는 그 안에 나오는 왜인·왜병의 기록을 인정하고는 임나일본부설을 창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숨은 이유는 신라 건국신화를 비롯해 그 초기기록에 나오는 종성(宗姓)과 육부성(六部姓)의 시조의 존재를 말살하려는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쓰다 소키치는 견강부회의 사료비판을 하여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나오는 신라 내물왕까지 기록이 조작된 것이라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쓰다 소키치의 역사 날조는 소위 식민사학이 아니라 “한국폐멸사학(韓國廢滅史學)”이라 불러야 한다고 본다.

2부 2장에서는 해방(광복) 후 서울대학파에게 상처받은 신라와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해 다루었다. 해방 후 현대 한국사학에는 본질적 오류가 함께 했다.

우선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과 관련하여 “한국망상사학(韓國妄想史學)”을 주목할 수 있다. 문제는 1945해방 후 제대로 된 한국사 개설서 한 권 없던 상황에서 한국사를 만들어야 했던 서울대 중심 학파들에 있었다. 당시 서울대 교수가 되었던 이병도 선생과 손진태 선생은 모두 와세다대학 출신으로 쓰다 소키치의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대한 사료비판을 거의 그대로 추종했다. 이것은 망상이었다. 그 결과 그들 서울대 교수들은 쓰다 소키치의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 말살에 동참했다. 한국 실증사학의 대명사라고 하는 이병도 선생은 신라 내물왕 이전 기록이 진위반잡(眞僞半雜)이라 하며 쓰다 소키치의 사료비판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그렇게 만들어낸 것이 소위 삼한론(三韓論)이다. 그런가 하면 손진태 선생은 신채호 선생의 민족·민족역사와 버전을 달리하며 신민족주의사학을 주장했다. 이병도 선생의 삼한론과 손진태 선생의 신민족주의사학은 실증과 민족을 내세운 대한민국의 민족·민족사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쓰다 소키치의 사료비판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인 삼한론은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은폐한 것이다. 여기서 쓰다 소키치의 『삼국사기』「신라본기」에 대한 사료비판을 비판하지 않고 금과옥조로 받아들인 이병도 선생과 손진태 선생의 역사를 “한국망상사학(韓國妄想史學)”이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한국망상사학에서도 한국인을 신라 오리진으로 만든 삼한통합(삼국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사신론』(1967)을 주목할 수 있다. 1974년 국정교과서 고등학교 『국사』가 편찬될 때 그 대본이 되다시피 한 『한국사신론』에도 삼한론이 들어 있어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에 대한 역사가 은폐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신라의 삼한통합을 불완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이 신라 그 중에도 내물왕 이전 신라 건국시기에 있다는 사실을 은폐한 것이다.

다음은 “한국사족사학(韓國蛇足史學)”에 대해 다루었다. 1970년 대 이후 한국사 연구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서울대 학파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국고대사연구의 길드(guild)에 속한 한국사 연구의 3세대 이후 연구자들은 이병도 선생과 손진태 선생이 만든 삼한론이나 민족·민족사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쓰다 소키치의 한국폐멸사학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가 화사첨족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이들 한국사족사학자들은 『삼국사기』 「신라본기」 내물왕 이전 기록을 신빙하지 않고 『삼국지』 「동이전」 ‘한조’의 기록을 중심으로 신라의 역사를 재구성함으로써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말살했다. 한 걸음 더 나가 이들 서울대학파는 서울대의 석사와 박사 학위논문을 통해 신라의 왕들이 530년대까지 왕경 6부 중 한 부의 부장(部長)이라는 부체제설(部體制說)을 주장하거나, 내물왕의 후손 중 김씨와 박씨가 나뉜다는 주장을 하거나, 혁거세가 3세기 초의 인물이라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만일 쓰다 소키치가 견강부회의 사료비판을 한 주장을 버리고,『삼국사기』 「신라본기」의 건국신화부터 역사연구의 자료로 끌어들인다면 신라의 역사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신라의 왕들은 건국의 순간부터 6촌을 통합한 소국의 왕이 되었고 왕경6부의 부장이 된 적이 없다. 또한 알지의 후손이 박씨가 된 적도 없다. 풍납토성 발굴결과처럼 신라관련 고고학적 자료가 나오면 혁거세가 6촌을 통합해 서라벌소국을 세운 시기는 기원전 2세기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신라 건국신화에서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도 찾을 수 있고, 신라의 삼한통합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실재했던 역사로 살려낼 수 있게 된다. 이들 3세대 이후 연구자들이 만든 부체제설 같은 주장은 화사첨족의 역사로 “그들이 만든 역사”를 “한국사족사학(韓國蛇足史學)”이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이 만든 역사”로는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과 관련하여 보면 근현대 한국사학이 만든 “그들이 만든 역사”는 해방 이전의 “한국독립사학”, “한국폐멸사학”과 해방 이후의 “한국망상사학”, “한국사족사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그들이 만든 역사”는 한국사와 한국사회·한국인의 관계를 은폐·말살해온 역사다. 서울대학파의 “한국망상사학”과 “한국사족사학”은 “한국독립사학”의 민족·민족역사를 이어 받았고, “한국폐멸사학”으로부터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대한 견강부회의 사료비판을 이어받아 그것을 진리를 탐구하는 길이라 여기며 지금까지 자폐적인 상황 속에서 한국사를 만들어 왔다. 그 결과 한국사와 한국사회·한국인의 관계를 밝혀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역사가 해방 이후 한국사 교과서에 들어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과 관련하여 2017년부터 사용할 국정교과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에도 “한국망상사학”의 주장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런가 하면 “한국사족사학”의 부체제설 등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한국사 교과서는 한국사와 한국사회·한국인의 관계를 잘못 설정한 것으로 교과서에는 들어갈 수 없는 내용들이다. 한국사 교과서 자체가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을 잘못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 책의 3부, 신라 오리진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든 사회적·역사적 현상으로서의 “한국인”을 발견한 내용을 볼 수 있다.)
1985년 인구 및 주택센서스 결과 나타난 것과 같이 한국인의 반이 넘는 사람들이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5대성을 가졌다는 사실은 은폐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인은 역사적 산물이기에, 한국인이 신라 오리진이라는 역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 필자는 한국사에 신라 오리진이라고 하는 블랙홀(black hole)의 존재를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걸음 더 나가 생각하면, 신라인을 시조·중시조로 하지 않는 성을 가진 한국인들도 부모 중 어머니계, 조부모 중 부계를 제외한 세분, 증조부대의 여덟 분 중 증조부를 제외한 일곱 분을 보면 통계상 반 정도는 신라인을 시조로 하는 성을 가졌을 것이다. 여기서 신라 오리진의 블랙홀이 역사 전개 과정에 만들어진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한국인”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본다. 신라 오리진의 한국인은 물론이고, 성이 없던 사람들이 족보위조나 1909년 민적법의 시행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종성과 육부성을 갖게 된 한국인을 포함하고, 신라 오리진의 씨족이 아닌 씨족들이 신라 오리진의 씨족과 결혼 등의 관계를 통하여 혈통을 주고받았던 한국인까지를 포함한 사회적·역사적 현상으로서 “한국인”을 설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신라·고려·조선을 거치며 성을 가졌던 지배세력들은 번성하고 그 성원을 늘려나갔고, 성이 없던 세력들은 그 수가 줄어드는 역사적 과정이 전개되었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한국사를 바라보는 출발점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적·역사적 현상으로서의 “한국인”은 근현대 한국사학이 만들어낸 “민족”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만들어진 민족, 한국의 독립을 이루기 위한 국사를 발명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단군을 시조로 한다는 민족이 아니라 한국사의 전개 과정에 만들어진 사회적·역사적 현상으로서 신라 오리진의 “한국인”의 존재를 주목하자는 것이다.
20세기 한국독립사학과 그것을 이어받은 한국망상사학이 만든 “민족”의 대체재로서, 이 책에서 필자가 밝혀낸 “한국인”을 설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한국인”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사회적·정치적 갈등을 완화하는 장치로 삼을 수 있고, 나아가 남북통일의 이유로 들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 필자가 밝혀낸 한국인 정체성의 원점과, 사회적·역사적 현상으로서의 “한국인”의 존재는 서울대 학파가 만들어온 “그들이 만든 역사”와 패러다임을 달리한다. 앞으로 한국사 교과서도 “그들이 만든 역사”가 아니라 “우리를 만든 역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전환은 한국사의 혁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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