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데이터로 이해하는 HR 실무: R을 활용한 피플 애널리틱스』를 출간한 이후, 예상보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 특히 이 책을 교재로 활용해 피플 애널리틱스 학부 강의를 개설하여 운영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동안 이론 중심의 HR 수업을 주로 접해 왔던 학생들에게 실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채용, 성과 평가, 보상, 조직문화 개선과 같은 HR 의사결정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일이 꽤나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데이터가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피플 애널리틱스에 큰 흥미를 보였고,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더 다양한 분석 방법과 심화된 내용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졌다.
기업의 HR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MBA 강의를 진행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피플 애널리틱스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지만, 막상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HR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엇을 분석해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분석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분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수강생들이 많았다. 특히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사내 데이터팀이나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어떤 분석을 요청해야 하는지 막막하고, 분석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첫 번째 책을 집필할 당시의 목표는 비교적 분명했다. 피플 애널리틱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데이터 분석에 대한 부담을 덜고, 실제 HR 문제를 데이터로 다루어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채용, 성과, 보상, 조직문화, 이직과 같은 주요 HR 이슈를 중심으로 기초 통계분석과 간단한 머신러닝 기법을 소개하였고,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하지만 첫 번째 책이 출간된 이후 강의와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기초적인 분석 방법을 익힌 이후에는 무엇을 더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저성과자나 교육훈련이 필요한 직원을 어떻게 사전에 발견할 수 있을까? 직원들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관리 전략을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들이 조직의 문제, 문화, 회사의 방향과 정책에 대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우수한 직원의 퇴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누가 언제 떠날 가능성이 높은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개인의 역량과 태도뿐 아니라 부서장의 리더십, 팀 분위기, 조직문화와 같은 환경적 요인까지 함께 고려하려면 어떤 분석 방법이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회귀분석이나 기초적인 머신러닝만으로는 충분히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에는 딥러닝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새로운 분석 방법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HR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신 알고리즘 자체가 아니라, 실제 조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분석 방법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아직 많은 학생과 실무자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HR 의사결정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분석 방법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이 책에는 최근접 이웃법, 트리 기반 머신러닝, 군집분석, 멀티레벨 분석, 생존분석, 텍스트 기반 토픽모델링, 소셜 네트워크 분석 등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책이 주로 예측과 설명을 위한 기본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책은 HR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한층 넓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직원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조직의 계층적 구조를 분석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추적하고, 구성원들의 관계와 소통 구조를 이해하며, 텍스트 속에 담긴 목소리를 읽어내는 방법들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과 조직을 보다 깊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 도구들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특정 분석 방법 자체를 깊이 있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물론 각 장에서 분석 방법의 원리와 개념을 충분히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방법론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에 어떤 분석 방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실제 HR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특정 분석 기법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개별 방법론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제를 구조화하고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며 결과를 해석하는 사고방식을 함께 익힐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책 역시 숙명여자대학교 피플 애널리틱스 랩(People Analytics Lab)에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집필하였다. 각자가 관심 있는 주제를 맡아 관련 이론과 방법론을 공부하고,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실습 예제를 구성하고, 서로의 원고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연구실에서 함께 토론하고 고민했던 내용들이 하나의 책으로 정리되어 나온다는 점에서 저자 모두에게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교재가 아니라, 연구실 구성원들이 함께 학습하고 성장해 온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대학 강의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고, 현업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고민하는 HR 담당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각 장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작성하였으므로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다. 현재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HR 문제와 가장 가까운 장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다만 가능하다면 직접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 결과를 해석해 보는 과정을 병행하기를 권한다. 코드 하나하나를 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분석 목적에 맞게 분석의 흐름을 설계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익히기 어렵다. 직접 실행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역량으로 체화된다.
첫 번째 책의 머리말에서 언젠가 새로운 HR 이슈와 분석 방법론을 담은 후속 도서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적은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이번 책을 통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HR 분야에는 우리가 탐구해야 할 문제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분석 방법들이 무궁무진하다. 독자 여러분이 피플 애널리틱스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뜻을 함께해주시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애써 주신 박영사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