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을 추구한 한 인간과 미완의 세계정복 역사에 나타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는 영웅이었으며 아랍인에게는 예언자였다. 그는 10년에 걸친 원정 기간 동안 지구둘레와 거의 맞먹는 3만 5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답파했다. 그의 정복 사업은 약탈과 파괴를 가져오기도 하였지만 동시에 엄청난 역사적 동력을 창출해냈다. 그의 원정으로 동양과 서양, 유럽과 아시아가 이어졌고 새로운 역사적 변화의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의 끝없는 정복욕의 밑바탕에는 자신이 신들로부터 신성한 운명을 부여받았다는 선민의식과 신과의 교감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위대한 영웅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초인적인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종국에는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였다. 이 책은 위대함을 추구한 한 인간의 삶과 미완의 세계정복에 대하여 쓴 작은 기록이다.
영웅 그리고 제왕으로서의 면모 기원전 356년 11월 알렉산드로스는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 2세와 올림피아스 왕비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출생한 바로 그날, 소아시아의 에페수스(Ephesus)에 있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대신전이 화재로 타버렸다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이는 오리엔트에 치명적인 하나의 세력이 출현할 징조로 해석되었는데, 에페수스의 신관들은 ‘이날 세상의 어느 곳에서 후일 전 동방을 불태울 하나의 횃불이 켜졌다’고 예언하였다.
저자는 알렉산드로스의 탄생과 성장에 얽힌 여러 가지 일화들을 통해 한 인간이 어떻게 세계정복이라는 거대한 야망을 꿈꾸게 되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기개와 결단력, 지휘관으로서의 여러 전술과 리더십 등을 보여주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알렉산드로스가 12세 때, ‘부케팔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명마가 있었지만 너무 거칠어서 아무도 길들일 수가 없었다. 말이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흥분해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알렉산드로스는 말이 그림자를 보지 못하도록 말머리를 태양 쪽으로 돌리고 결국 말을 다룰 수가 있었다. 이를 보고 아버지 필리포스가 한 말. “아들아, 너는 네게 알맞는 왕국을 다른 땅에서 찾아라. 마케도니아는 너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나 좁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원정 중에도 호머의 ?일리아드?를 갖고 다니며 읽었고 취침 시에는 그 책을 단도와 함께 베게 밑에 넣고 잘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미 청소년기에 전쟁 영웅을 흠모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아버지 필리포스가 전쟁터에서 승리의 소식을 계속하여 전해왔을 때도 이를 기쁨이 아닌 복잡한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승승장구하여 모든 것을 다해버리면 내게는 중요한 일을 할 기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 아닌가!”
그는 원정을 떠나기 전 자신의 개인재산을 원정군에게 모두 분배하였다. 장군 한 사람이 놀라 물었다. “왕을 위하여 남겨놓은 것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알렉산드로스는, “그것은 바로 희망이야”라고 대답하였다. 그에게는 현재의 권력보다는 새로운 영광을 가져다 줄 머나먼 미지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끝을 향하여, 동서양 문명의 통합 그는 자신이 정복한 곳곳에 그리스식 도시인 알렉산드리아를 70여 개나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도시는 수준 높은 그리스 문화가 동방의 문화와 만나는 새로운 산실이 되었다. 알렉산드로스의 군대는 병사들 외에도 문관, 상인, 환전상, 신관, 배우, 악사, 노예, 창부 등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따라 다녔기 때문에 마치 하나의 그리스 도시가 이동하는 것과 같았다고 전한다.
그리스, 이집트, 유대,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거대한 이질적 세계가 그의 원정으로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통합될 수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당시 서양에서 문명세계로 알려진 대부분의 지역을 통합하였을 뿐 아니라 헬레니즘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였다. 헬레니즘은 폐쇄적이고 자기 충족적인 그리스의 폴리스 문명이 동방의 문명과 만나 개방적이고 보편적인 문화로 탈바꿈한 새로운 문명의 조류였다.
헬레니즘과 그리스문화는 유럽뿐 아니라 근동문화의 토대가 되었다. 기독교와 마니교, 이슬람교라는 세 가지 위대한 종교는 헬레니즘 시대의 근동문화를 토대로 탄생한 것이었다. 헬레니즘 시대의 사상은 지중해에서 인더스 강에 이르는 지역 전체에 오랫동안 상당한 통합력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헬레니즘문명은 세계제국 로마로 유입되어 서양문명의 근간으로 뿌리내렸고 이후 역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오늘날까지도 서양문명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