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몰락을 앞둔 시절은 아름답다, 절정(絶頂)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그때가 유럽의 19세기말, 흔히 그 시기를 ‘벨 에포크(Belle Époque)’라고 부른다. 이 시절을 살던 이들은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1914년,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야 만다는 걸. 참혹을 보았을 때 절망처럼 사라져 간 아름다운 시절을 독일 예술사가 플로리안 일리스(Florian Illies)가 책 한 권에 담았다. 『1913년 세기의 여름』은 벨 에포크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지금부터 백여 년 전, 1913년은 그야말로 모든 예술이 하나하나 꽃핀 시기다. 문학, 음악, 미술, 건축, 사진, 패션… 그 어떤 것도 빠지지 않는다. 내가 오랫동안 사랑해 온 예술가들과 미처 몰랐던 예술가들이 각각의 챕터 안에서 자기 존재감을 밝힌다. 어찌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구성이다. 1월부터 차곡차곡 12월이라니. 마치 1913년 누군가의 월간 다이어리를 보는 것처럼, 이 다이어리는 일별로 구분하지 않은 커다란 백지다. 그는 여기저기에 예인(藝人)들의 이야기를 적는다. 가끔은 정갈하게, 가끔은 휘갈겨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들의 이야기는 얼키고 설켜 기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 책의 광고 중에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의 한 장면을 읽는 것 같다,”는 카피가 제격이다. 이 책의 노고는 그야말로 자료 수집에 있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3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사실 구성은 어이없게도 너무 상식적이다. 왜 이런 생각을 그간 해내지 못했을까, 어찌 보면 너무나 순차적인데. 역시 창의력은 관찰력이라는 걸 실감한다. 2014년 이 책을 소개받아 처음 읽을 때는 술술 읽었다, 이 예인들의 뒷이야기 수다를 듣는 기분으로 벨 에포크의 분위기를 경험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미술가와 음악가, 문학가, 정치가의 이름에 각기 다른 색으로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어나갔다. 세 번째 읽을 때는 기억할 만한 사건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세 번을 읽고 나니 어느 정도 흐름이 잡혔다. 이 시기는 ‘모더니즘의 종말’에 다다른 시기다, 예민한 인간들로 가득한 예술 분야가 특히 그랬다. 정치적으로는 제국주의와 민족주의가 패악을 부렸다. 날씨는 작열(灼熱) 그 자체다. 어디 폭발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였다. ‘절정(絶頂)’이었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독일 표현주의의 다리파와 청기사파 이야기, 마르셀 푸르스트와 토마스 만의 주변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저자가 많은 분량을 할애했기도 하지만 내 관심사가 그곳에 있기도 했다. 마침 얼마 전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읽었기에 타이밍이 또다시 좋았다. 매 달마다 뜬금없이 나오는 《모나리자》이야기도 긴장 풀기에 좋았다. 나는 정치 영역에 꽤 무지한데, 히틀러와 스탈린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3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그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20*** 서울에 사는 내가 그러하듯이. 『1913년, 세기의 여름』 역시 인간의 이야기이다. 삶의 핵심은 어디에나 인간이므로. 역시 나는 수다쟁이를 좋아한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청산유수(靑山流水)로 해 주는 사람을, 아니 책을. 이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내가 인간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 놀랐다. 그동안 야사를 읽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예술가들의 뒷이야기 투성이인 1913년의 다이어리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벨 에포크는 이다지도 매력적인 인간으로 가득했다. 나는 얼마큼 매력있는 인간인가. 내가 아는 누가 이렇게 매력적인가. 매력은 매력으로 네트워크한다. 그러니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매력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하나 둘, 셋 넷 만날 때 우리는 ‘아름다운 시절’을 다시금 만들고 있다. 설령 아름다운 시절이 몰락해도 괜찮다. 몰락 이후에는 또다른 시작이 있으니, 예를 들면 20세기 같은 그런 것. ‘아름다운 시절’을 겪었다면 몰락조차도 그저 아름다울 뿐.
성인 인증 안내
성인 재인증 안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인 인증은 1년간
유효하며, 기간이 만료되어 재인증이 필요합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해당 작품은 성인 인증 후 보실 수 있습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인 인증은 1년간
유효하며, 기간이 만료되어 재인증이 필요합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해당 작품은 성인 인증 후 선물하실 수 있습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무료이용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가능 : 장
<>부터 총 화
무료이용권으로 대여합니다.
무료이용권으로
총 화 대여 완료했습니다.
남은 작품 : 총 화 (원)
1913년 세기의 여름
작품 제목
대여 기간 : 일
작품 제목
결제 금액 : 원
결제 가능한 리디캐시, 포인트가 없습니다.
리디캐시 충전하고 결제없이 편하게 감상하세요.
리디포인트 적립 혜택도 놓치지 마세요!
이미 구매한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
원하는 결제 방법을 선택해주세요.
작품 제목
대여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다음화를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