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오, 가엾은 비눗갑들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오, 가엾은 비눗갑들

문학동네포에지025
소장전자책 정가7,000
판매가7,000

오, 가엾은 비눗갑들작품 소개

<오, 가엾은 비눗갑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를 되살리고자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시작했던 문학동네의 [포에지 2000] 시리즈. 그 맥을 잇는 [문학동네 포에지] 시리즈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문학동네 포에지] 25번째 작품집은 이선영 시인의 『오, 가엾은 비눗갑들』이다.

“첫 시집을 두 번(째로) 내게 됐다. 첫 번 냈을 때처럼 ‘발굴된’ 느낌이다. 그 자리에 겸상해야 하는 쑥스러움만 아니라면 이 시집이 세상의 식탁에 어엿이 새로 올려지게 된다니, 더없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오, 가엾은 첫 시집이여! 다시 한번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 처음 그때보다 당당히 기를 펴고 네 언어들이 가고 싶어했던 만큼 갈 때까지 멈추지 말아라.”
- 개정판 시인의 말 중에서


출판사 서평

■ 편집자의 책소개

언제부터인가 나는 투욱툭 튿어지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내 몸의 어느 부분에서부터 그 튿어짐이 시작되었는지
나를 튿어지게 했던 최초의 충격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의지해온 하나의 세계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처음 감싸안았던 그것은 유년의 작디작은 몸집이었다
그 몸집의 생존을 위해 마련된 여러 가지 소도구들 가운데 하나로서 비로소 나의 존재는 시작되었고
그때 이후 그 몸집은 내가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단 하나의 세계였다 그런데
한없이 늘어나려는 몸집의 제어되지 않는 욕망이 이제 나의 생존을 압박한다
--- 「튿어진 옷」 중에서

슬프다 치통은 나를 가고 싶지 않은 치과에 가게 한다
벌리고 싶지 않은 입을 벌리게 하고 누구에게도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입안,
썩고 더럽고 보기 흉하고 이미 썩어 없어진 치아의 흔적마저 고스란히 싸안고 있는,
의 비밀이 들춰지고 내가 여지껏 잘못 살아왔다는 사실
내 육체의 일부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불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이 들통나고
--- 「이 예기치 않은」 중에서

비바 70미터 두루마리 휴지를 손에 들고
허술히 굴러가는 휴지의 몸통과 아무 저항 없이 풀리고 찢기는
휴지의 살집이 가진 단순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말면 말리고 풀면 풀리는 헐값의 생
--- 「휴지 같은 이 인생」 중에서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선영 시인의 첫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을 문학동네포에지 25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2년 10월 세계사에서 첫 시집을 묶었으니 그로부터 꼬박 29년 만이다. 총 3부, 50편의 시를 실었다. 1990년 『현대시학』 봄호 ‘시를 찾아서’ 코너에서 이선영 시인은 “‘나’라는 철저한 개인의식과 내면의식을 진술함으로써 ‘나’의 세계와 우주를 조명하고 주제의 응집력을 높여가는 조사(措辭)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으며 데뷔한다. 민중이 아닌 개인의 건강한 정서로 삶과 세계에 대한 섬세한 시각을 보여줄 90년대의 새로운 시인으로 우리 시의 한 영역을 형성할 중요한 조짐을 예고하면서. 한국문학의 지평에서 80년대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 문학은 우리의 삶과 현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시인들에게 다양한 시적 방법론으로 나타나던 1990년이었기에 이념적 이물질이 끼어 있지 않은 이선영의 시는 그 자체로 시를 읽는 즐거움과 새로움의 시학에서 신선감을 주었다(김종해). 초판 해설에서 신범순은 이선영의 시들은 그녀의 삶이 밟아온 매우 친근한 것들의 내밀한 그림자들로 덮인 조그만 둘레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 공간은 자신의 삶과 죽음의 얼굴들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독특한 의미들을 새겨넣는 장소이다. 그것은 시인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체험한 범주의 가냘프고, 단속적이며, 불안한 선들로 자신의 테두리를 그려내고, 그것을 원환적으로 닫으려 시도하는, 그러나 언제나 성공할 수 없는 헛된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이선영의 시들을 읽으면서 독자는 거품이 모두 제거된 삶의 잘게 부서진 파편들을 만나게 되며 그러한 것들은 우리의 열정과 오만, 환상과 형이상학들이 무너진 자리 속에 흩어져 있다. 시인은 우리 존재의 한없는 일상적 둘레들 위에서 가냘프게 펄럭이는 ‘나’를 부수고 다시금 마름질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매우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녀가 살고 있는 이 시적 세계는 이제까지의 어떠한 여성 시인에게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연약한 여성적 둘레 속의 인생」). 시인은 말한다. 첫 시집은 내 시쓰기의 영도, 내 시의 DNA이자 모든 그다음 시집들을 위한 금기라고. 첫 시집을 다시 읽는 일은 멜로이기 이전에 스릴러이지만 세상의 식탁에 어엿이 새로 올려지게 되어 기쁠 따름이라고. 시인은 당부한다. “오, 가엾은 첫 시집이여! 다시 한번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 처음 그때보다 당당히 기를 펴고 네 언어들이 가고 싶어했던 만큼 갈 때까지 멈추지 말아라.”(개정판 시인의 말) 어떻게든 돌아오고 마는 첫 시집이라는 애착과 통점, 그 사랑과 한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비눗갑 속에 담긴 문드러진 비누의 몰골을 볼 때면
지금 그 비눗갑이 느끼고 있을 슬픔을 알 것 같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대부분의 새 비눗갑들에
처음 얹혀지는 비누는 탄탄한 비누여서
보기에 따라서는 비누가 비눗갑 안에 담긴 것이 아니라
비눗갑의 숨통을 누르고 앉은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마침 몸에 잘 맞는 아내를 얻은 듯 그때 비눗갑은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가?
그러나 뭇사람의 손때가 묻고 물만 닿아도 녹아나는 비눗갑이 일찍이 상상해본 적이 없는 비누의 허약한 체질은
얼마나 비눗갑을 놀라게 하고 실망에 빠지게 했을 것인가?
나날이 작아지는 비누들 나날이 풀어지는 관념의 물컹한 살집들
오, 가엾은 비눗갑들이여, 그대들은 비누에 대해
얼마나 순진한 기대와 어리석은 집념을 품고 있었던가?
한 개의 비누만을 담았던 비눗갑이란 이 세상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더러, 젊거나 어린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망가지는 비눗갑은 유감스럽지만 흙속 깊이 버려지곤 한다
경험이 많은 비눗갑들이여, 온갖 비누치레에 닳아빠지고 몸을 더럽힌
그럼에도 오래 건재하는 비눗갑들이여, 그쯤이면 평안할 수 있는 건지
--- 「오, 가엾은 비눗갑들」 중에서


■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첫 시집은 첫째, 내 시쓰기의 영도, 내 시의 DNA다.
그러므로 둘째, 첫 시집을 봉인해두라. 첫 시집은 모든 그다음 시집들을 위한 금기이다. 첫 시집은 이렇게 말한다: "함부로 나를 열지 마라. 여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얼마나 멀리 갔는지 그리고 멀리 간들 빙빙 맴도는 평행시우주(詩宇宙)임을 네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지니……"
그래서 셋째, 못 잊을 첫 시집이라지만 못 잊어서는 안 되리. 시인이 자기 시집을 읽는다는 건, 더욱이 자신의 첫 시집을 읽는다는 건 멜로이기 이전에 스릴러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런데 넷째, 첫 시집은 어떤 식으로든 꼭 다시 돌아온다. 망령으로든 시혼으로든, 애착으로든 통점으로든, 자랑으로든 한계로든……

첫 시집을 두 번(째로) 내게 됐다. 첫 번 냈을 때처럼 ‘발굴된’ 느낌이다. 그 자리에 겸상해야 하는 쑥스러움만 아니라면 이 시집이 세상의 식탁에 어엿이 새로 올려지게 된다니, 더없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오, 가엾은 첫 시집이여! 다시 한번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 처음 그때보다 당당히 기를 펴고 네 언어들이 가고 싶어했던 만큼 갈 때까지 멈추지 말아라.

2021년 6월
이선영


저자 프로필

이선영

  • 출생 1964년
  • 데뷔 1990년 <현대시학>

2021.01.28.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1964년 서울 출생.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 『일찍 늙으매 꽃꿈』,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하우부리 쇠똥구리』, 시론집 『시쓰기의 분뇨학』과 엮은 책으로 『박용래 시선』이 있다.


저자 소개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오, 가엾은 비눗갑들』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 『일찍 늙으매 꽃꿈』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하우부리 쇠똥구리』 『60조각의 비가』가 있다. 김종철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서른 살을 기다리며 / 짤랑짤랑 흔들린다, 내 인생 / 헌 구두를 내려다보며 탄식함 / 즐거운 아침을! / 나의 아랫배 이야기 / 책상 위로 고개를 박다 / 새로운 맛 / 잘못 찍힌 도장 / 기정사실 / 튿어진 옷 / 이 예기치 않은 / 내 안에는 또 하나의 사람이 / 내 손엔 흠집이 / 나의 게으른 다림질 / 나의 제작자와 나 / 나무에게 길을 묻다

2부
막힌, 혹은 막히지 않은 하수구에 대하여 / 60회 정기권의 가련한 생을 애도함 / 생각, 그와의 사랑 / 지갑에 얽힌 이야기 / 눈길을 걸으며 /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 지붕이여, 너무 무겁다 / 4월의 비는 연약한 사슴을 죽입니다 / 당신의 구혼에 대하여 / 내 서랍 속의 귤 하나 / 유리병 / 주저함 없는 이 입술로 / 두 개의 불행한 손목시계에 관하여 / 흘려쓴 글자 / 손가락은 한없이 부드러워 / 나의 벽을 찾아서

3부
자동차와 아버지 / 한여름 오후를 장의차가 지나간다 / 지금 나는 / 나목 / 오후 4시의 공원 / 휴지 같은 이 인생 / 오, 가엾은 비눗갑들 / 쓰레기차는 청소부를 배반하기도 한다 / 나의 저녁 식탁은 / 그 집 / 역에서 / 다 쓰여진 치약에게 / 이 가을의 그 카페 앞 / 수저와 어머니 / 검은색은 때로 내게 공포를 준다 / 더러운, 아니, 깔끔한, / 나쁜 꿈 / 내 인생의 벽보


리뷰

구매자 별점

0.0

점수비율
  • 5
  • 4
  • 3
  • 2
  • 1

0명이 평가함

리뷰 작성 영역

이 책을 평가해주세요!

내가 남긴 별점 0.0

별로예요

그저 그래요

보통이에요

좋아요

최고예요

별점 취소

구매자 표시 기준은 무엇인가요?

'구매자' 표시는 리디에서 유료도서 결제 후 다운로드 하시거나 리디셀렉트 도서를 다운로드하신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도서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도서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도서 내 무료 도서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도서를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도서를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문학동네 포에지


이 책과 함께 구매한 책


이 책과 함께 둘러본 책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