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 소설상 수상작★
홍콩 장르문학의 신성新星 탐낌 국내 첫 소개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
이게 고객의 요구 사항입니다.”
한 집안을 몰살하려는 범인은 누구인가?끔찍한 살의에서 비롯된 거대한 복수극, 그 속에 얽힌 욕망과 진실은?
오랫동안 홍콩의 재력가이자 대지주로서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며 살아온 ‘쓰우 가문’. 얼마 뒤 쓰우 집안의 가족 모임에 참석한 친인척 대부분이 식중독으로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진다. 이로써 살아남은 쓰우 씨는 단 여섯 명. 베일에 가려진 살인자가 다시 한번 그들을 노릴 것이라 예상한 전직 기자 쓰우즈신은 베테랑 형사와 협력하여 사건 조사를 시작하고, 예상치 못한 진실에 다가서는데……
2024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대상 소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홍콩 출신 작가 탐낌의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가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라는 파격적인 살인 청부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작품은, 출간 즉시 현지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타이완 최대 전자책 플랫폼 리드무(Readmoo)가 발표한 ‘2023년 강력 추천 도서’에 포함되었고 ‘2023년 중국어권 미스터리 소설’ 부문에서 1등상을 차지했다.
각 장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놀라운 흡인력을 발휘하는 “뛰어난 장르 소설”인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문법을 따르는 동시에, 동아시아 사회에 고질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유교적 가부장제와 가족 중심의 질서를 비판적으로 해체하며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장르 특유의 매력과 오락적 재미를 챙겼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동아시아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는 부조리한 구조와 관습을 지적하는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한국 독자들 사이에서도 세대를 막론하고 깊은 공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며 “문학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증명할 것이다.
‘가족’이란 이름 아래 감춰진 폭력과 침묵, 이어지는 참극
홍콩의 한 공동묘지. 정체불명의 여성 브로커가 청부살인업자에게 이상한 의뢰를 건넨다. “성이 쓰우(司武)인 자는 모두 죽어야 한다.” 한 사람도 아니고, 한 가문 전체를 도륙해달라는 요구는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거액의 보수 앞에서 청부업자는 망설임 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한편, 홍콩의 유서 깊은 지주 가문인 ‘쓰우 가문’은 코로나 팬대믹을 거쳐 3년 만에 성대한 가족 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가문의 수장 쓰우원후를 중심으로 뿌리 깊은 유교적 가풍과 절대적인 위계질서 아래에서, 구성원에게 배분되는 막대한 토지 수익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쓰우 가문’은 겉보기에는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는 세습된 폭력과 침묵, 탐욕, 그리고 견디기 힘든 억압이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강력한 가장의 지휘 아래에서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고 성대하게 맞이한 연회 당일, 쓰우 가문에 전대미문의 참사가 발생한다. 연회 참석자 대부분이 ‘복어독’에 중독되어 사망하고, 단 여섯 명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가문과 절연한 채 살아온 덕에 생존한 사립탐정 쓰우즈신과 한때 ‘전설’로 불리던 애꾸눈 형사 치서우런이 함께 진상 규명에 나선다. 생존한 가족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지만, 쓰우 가문 내부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된 적대와 불신, 비밀과 침묵이 엉켜 있다. 사촌 여동생‘쓰우즈아이’는 여성 차별적이고 고루한 가풍에 거부감을 느끼며 집안과 거리를 두었고, 가장만 제거하면 본인이 쓰우 집안을 장악할 수도 있었던 ‘쓰우즈이’는 멀쩡히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수로 흥청망청 살아왔다. 가장인 쓰우원후와 그의 아내 ‘쓰우셰우이’ 역시 남들에게 절대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으며, 사건을 조사하는 당사자인 ‘쓰우즈신’조차 이들 못지않게 쓰우 집안에 적대감을 가진 듯 보인다. 즉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었다.
2부에 이르면, 지금까지 밝혀진 ‘쓰우 가문’의 실체와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새로운 인물 ‘쩡상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 버려졌고 폭력 조직을 전전하며 살아온 이 남자는 자신이 누구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왜 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는지를 추적하며 결국 쓰우 가문 대학살 사건의 비밀과 맞닿게 된다.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한 집안의 몰락과 그 이면에 감춰진 오래된 악습, 억압받은 이들의 분노와 그 끝을 파고드는 사회파 미스터리이자 심리극이며 복수극이다. “누가 죽였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보다 깊숙한 질문에 이르게 하는 이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만이 가능한 쾌감을 제공하면서도 동아시아 가족주의의 그늘과 현실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매우 홍콩적인, 그리고 너무나도 한국적인 소설
정권은 신계 지역 원주민의 남성 후손, 즉 사이위 지역의 쓰우 가문 같은 사람들이 층별 면적이 700제곱피트를 넘지 않는 3층 이하의 가옥에 한해 땅값을 부담하지 않고 지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어진 가옥을 속칭 ‘정옥’이라고 한다. ―본문 196쪽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홍콩 신계 지역만의 독특한 소형 주택 제도인‘정권(丁權)’을 주요한 배경으로 끌어온다. 정권이란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 1972년 제정된 정책으로, 신계 지역의 원주민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주택 건축 특권이다. 이 정책에 따르면 만 18세가 된 원주민 남성은 정부에 토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제한된 면적 안에 3층 주택을 지을 수 있으며, 이 권리는 같은 원주민 혈통이라도 여성에게는 일절 주어지지 않는다. 이 제도는 홍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비싼 도시 중 하나가 된 오늘날까지도 존속하며, 혈통·성별에 따른 특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즉 ‘정권’은 단순한 주택 정책이 아니라, 남성 중심의 세습 구조와 가부장적 권력 체계를 유지시키는 뿌리 깊은 도구다. 작가는 이 낡고 불합리한 제도의 모순을 추리소설의 긴장감 속에 녹여내, 소설 속 쓰우 가문이 파멸하는 과정을 통해 그 억압적 질서가 얼마나 개인을 옭아매고 여성과 약자를 배제하는지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가치관은 홍콩에만 국한되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성별에 따른 차별적 상속 관습, 혈통을 중시하는 가족주의, 여성에게 전가되는 희생과 침묵이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와도 닮아 있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사실조차 아니며, 비단 한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팬데믹이 찾아온 그 시기에, 저는 우울한 마음에 책을 적잖이 읽었습니다. 그중 두 권이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과 한국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었습니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두 명의 여주인공 모두 사회가 여성에게 덧씌운 온갖 성적 고정관념과 규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성 고정관념은 남성을 겨냥하기도 합니다. 가령 외향적이어야 한다든가, 남자다워야 한다든가, 일에 매진해야 한다든가, 여자를 이끌어야 한다든가. 여성에 대한, 남성에 대한 이런 성 고정관념은 세계 각국의 문화 속에 존재합니다. 이를 추리소설로 써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하고 나니,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똬리를 틀고 있던 (‘정권’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또렷해지더군요.
―‘작가 후기’ 중에서
작가 탐낌은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 작품이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를 구체적으로 구상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가 팬데믹 시기에 인상 깊게 읽었다며 언급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은 모두 사회가 여성에게 씌운 성 역할과 고정관념을 문제 삼는다. 작가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고백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남성에게 부과되는 ‘남자다움’이라는 압력 또한 성별 규범의 또 다른 얼굴임을 지적한다. 이러한 보편적 통찰은 ‘정권’이라는 홍콩의 불합리한 특수성과 맞닿으며, 결국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라는 작품으로 구체화되었다.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는 한 가문의 몰락을 그린 범죄소설의 경계를 넘어 홍콩의 특수한 제도와 문화,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사회가 공유하는 가부장제와 가족주의라는 현실이 교차하는 자리에 치밀하게 설계된 사회파 소설이다. 작중 그려지는 타국의 비극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현실로 다가오며, 곧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마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