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계절 가을에도,
인고의 계절 겨울에도
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살아 숨쉬었다!
미술사학자의 큐레이션으로 만나는 거장들의 꽃 그림 353점!
매일 그림 한 점으로 나만의 미술교양 꽃 피우기
인기 전시회는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리고, 아트슈머가 트렌드로 떠오르는 시대지만 미술을 멀게만 느끼는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별다른 설명이나 해설이 없어도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좋다’ ‘아름답다’ 하고 반응하게 되는 미술 작품도 있다. 바로 ‘꽃 그림’이다. 국내 최초로 전 세계의 꽃 그림을 엮어 ‘꽃 피는 미술관’의 문을 열었던 미술사학자 정하윤이 『꽃 피는 미술관 봄여름』에 이어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누구나 꽃 그림을 접하면 일단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다보면 ‘이 그림은 누가 그린 걸까?’ ‘화가는 왜 이 꽃을 그린 걸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미술에 가까워지는 길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은 화집처럼 큰 판형에 꽃 그림을 시원시원하게 배치함으로써 독자가 실감나게 꽃 그림을 접하게끔 돕는다. 한 페이지 가득한 꽃 그림에 눈길이 먼저 닿게끔 구성해 독자가 작품 속의 꽃, 인물, 풍경을 하나씩 살핀 뒤, 미술사학자 정하윤의 안내에 따라 좀더 깊이 있게 감상하게끔 풀어냈다.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가까이에서 꽃 그림을 바라보면 ‘거장’이나 ‘명화’ 같은 거창한 타이틀을 잠시 내려놓고, 장미, 동백, 국화, 길에 핀 들풀 같은 꽃 하나하나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 편에 수록된 170여 점의 꽃 그림을 하나씩 넘기다보면 뜻밖의 꽃 선물을 받았을 때처럼 어느새 행복감에 젖어들 것이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꽃은 있습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도 각양각색의 국화와 장미가 피어나고, 눈 속에서 빠알간 동백과 크리스마스선인장이 자신의 몫을 다합니다. 심지어 눈 덮인 땅속에도 씨앗은 생명을 간직한 채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고요. 늘 생명력을 품은 식물처럼 삶의 어느 계절에 계시든 아름다움과 소망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거기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_‘들어가며’에서
반 고흐, 드가, 몬드리안부터
힐마 아프 클린트, 이동기까지
다종다양한 꽃 그림의 매력에 빠지다
이 책의 저자 정하윤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미술사로 박사과정을 마친 뒤 미술사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1년 넘게 정원 미술관 조성 프로젝트에 연구자로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은 저자만의 특별함이다. 미술사학자로서 그 역시 거장과 명화 연구에 매진해왔지만, 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수많은 정원과 꽃을 관찰하게 됐고, 자신의 전공인 그림과 연결해 꽃 그림을 개인적인 연구 과제로 삼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에 한 점씩 꽃 그림을 모아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는 365점의 그림과 이야기가 쌓였다. 그중 일부를 골라 계절에 따라 ‘봄여름’과 ‘가을 겨울’로 분류해 모은 것이 바로 이 책 『꽃 피는 미술관』이다. 저자는 꽃 그림을 살피는 과정에서 거장들에게 의외의 모습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만의 화풍을 꾸준히 실험하고 발전시켜온 내공 있는 화가들도 새롭게 만나게 됐다. 이러한 연구 기간을 통해 저자는 거장과 명작 중심의 미술사적 관점에 의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관점을 찾는 법을 깨닫게 된다.
『꽃 피는 미술관 봄여름』에서는 수선화, 목련, 튤립, 수국, 수련 등의 꽃을 작가마다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에 중점을 뒀다면 『꽃 피는 미술관 가을 겨울』에서는 좀더 다채로운 시선으로 꽃 그림을 바라본다. 국화, 동백, 장미, 엉겅퀴 등의 다양한 해석뿐 아니라 가을 정원, 겨울 정원 등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도 담아낸다. 이에 더해 꽃과 우리 삶을 겹쳐 읽음으로써 꽃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소개한다. 뛰어난 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화가들, 고단한 삶을 살아간 노동자 같은 인물의 이야기까지 아우르면서 우리 인생사에서 인고와 낙화, 화양연화의 순간을 폭넓게 담아보고자 했다. 그림에 대한 섬세한 관찰, 미술사적인 지식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와 태도까지 한 번쯤 되짚어보게 해준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꽃이 있다”던 앙리 마티스의 말처럼 언제, 어디서든 이 책을 펴는 순간 마음속에 어느새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