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이 지나온
역사를 관통하는 특별한 여정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는 역사를 세련된 예술로 만든다.
_빅토리아 글렌딩, 〈더 타임스〉
상상력과 사상이 호모 사피엔스의 기이한 250만여 년의 역사를 어떻게 빚어왔는가에 관한 이채로운 서술.
_데이비드 크리스천(『빅 히스토리―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저자)
예술의 경지에 이른 박학함을 보여주며 중대한 생각과 독창적인 사상, 기존 지식의 새로운 종합이 샴페인 거품처럼 인다.
_프랭크 맥린, 〈인디펜던트〉
역사에서 모든 것의 출발점인 ‘아이디어’,
그 힘으로 인류의 놀라운 잠재력을 탐구하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떠올리는 상상력, 즉 인간의 생각은 역사에서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는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이 책으로 세계의 설계도를 그린다. 2020년 12월 교유서가에서 출간된 『옥스퍼드 세계사』의 편저자인 그는 원시시대의 동굴에서 오늘날의 첨단 기술 시대에 이르기까지 아이디어가 발전해온 과정을 따라간다. 인류는 머릿속에 있는 그림으로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종(種)이다. 그 원동력인 아이디어는 인류의 현재를 이해하고 가능한 미래들을 끌어내는 데 필수적이다.
이 책은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왜 생각하는지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과거에 시작되어 오늘날까지도 세계에 형태를 부여하고 지식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묘사한다. 이때 아이디어는 경험을 능가하며 단순한 예측보다 탁월하고 이전에 없던 것을 보여주기에 역사에서 전복적이다. 진화, 카오스, 미생물 등 비인격적인 힘들은 인간의 능력에 한계를 정하지만 저자는 세계를 만드는 것은 비인격적 힘이 아닌 아이디어라고 주장한다. 정신에서 일어나는 일은 정신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영하는데 가령 외부세계의 변화는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변화가 빨라지면 과거의 추적도 미래의 예측도 현재의 이해도 어려워진다. 불확실성이 사람들을 동요시키는 것이다. 만약 변화에 뒤따르는 아이디어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변화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맥락을 좇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해내는 인류의 놀라운 능력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왜곡된 이해, 마법 같은 환상, 순수한 망상……
왜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이례적일까?
이 책은 생각의 역사를 다룬 여느 책들과 다르다. 저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어떤 점이 다르기에 아이디어를 이례적이고 다양하게 생산했는지 밝힌다. 저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의 역사를 좇는데 이는 인류의 역사와 조응한다. 아이디어가 퍼지는 과정이 유일하지 않고 폭넓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도 한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고 번식하고 사멸한다. 결코 특정한 방식에 따라 발달하지 않고 어떤 공식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저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아이디어가 80만여 년 전의 스페인 아타푸에르카 동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그곳에서 축제를 벌인 호미니드의 정신이 아이디어의 발원지인 셈이다. 저자는 그들의 유해에서 망자의 사후를 돌보는 등의 상상력을 발견한다. 호미니드와 호미닌이 남긴 흔적에서 영혼, 토테미즘, 신 등의 관념이 출발한 것이다. 정신의 산물인 아이디어는 플라톤과 공자를 비롯한 위대한 현자들, 종교적 시대의 신앙, 르네상스와 과학혁명, 계몽주의의 연합된 사상, 카오스의 역습과 불확실성의 시대 등을 거쳐 역사의 중요한 인물과 생각에 변화무쌍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우리는 조만간 전 세계에 단 하나의 문화만을 갖게 될 것이다.”
오염되고 변형된 방식으로 발전한 아이디어,
그 실패의 역사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도약
기억력과 상상력은 21세기에 들어 첨단 기술의 영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유례없는 경험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올까? 아니면 저해할까?
처음에 이 책은 유라시아의 몇몇 지역에 초점을 맞추다가 서양으로 이동한다. 이내 서양에서 동양으로 다시 옮겨간다. 세계의 문화적 교류가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과정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세계화의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세계화가 문화의 교류를 방해하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한다. 완벽히 세계화된 세계는 차이를 배제해 결국 모든 문화가 점점 더 비슷해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이다. 만약 인류가 이대로 단 하나의 문화만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교류하거나 상호작용을 할 대상이 없다면 결국 아이디어는 종언할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저자는 인류의 사고가 호미니드와 호미닌 시대의 속도로 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부정적인 결론이라기보다는 또다른 출발을 뜻한다.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가 오래된 것이고 수많은 나쁜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이라고 암시하는 이 책은 아이디어의 발전이 오염되고 변형된 방식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지적인 일이 때론 어리석은 행동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어쩌면 새로운 실패가 다원주의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실패에서 비롯된 충격이 새로운 일을 불러오는 것이다. 인류사이자 실패의 역사이기도 한 생각의 역사는 유례없는 것과 조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