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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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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 루플 저자
  • 안태운 번역
물결점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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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정보
  • 2026.09.11 전자책 출간
  • 2026.09.09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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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3.1만 자
  • 45.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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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PER
ISBN
9791199533271
UCI
-
던스

작품 정보

물결점에서 시집 『던스』가 출간되었다. 산문 『나의 사유 재산』 『가장 별난 것』을 통해 은은하지만 열렬한 팬층을 형성해 온 메리 루플의 시집이 한국어로 처음 번역되었다. 이 작품은 메리 루플이 1982년 첫 시집을 낸 이래 40여 년에 걸쳐 열두 권의 시집과 네 권의 산문을 펴내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그의 이력을 통틀어 가장 최근에 출간한 시집이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며 "희극과 우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예측 가능한 모든 것으로부터 방향을 꺾어버리는 야생과 재치의 시편들"(퓰리처상 심사평), “오늘날 루플처럼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심사평)라는 찬사를 받은 시집이기도 하다. 그의 시편들은 그 누구의 시와도 비껴 선 자리에서 제 몫의 고유성을 지니는데, 문장 사이의 여백과 과감한 도약을 통해 매혹적인 시적 순간들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목욕 거품 터지는 소리에서 죽은 어머니에게로, 아침을 마음먹고 먹으려 하다가 어느새 제 눈물을 마시는 장면으로… 그리하여 역설과 아이러니와 모순으로 충일한 시. 그의 시는 어딘지 가벼우면서도 무겁고, 일상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이고, 사색적이지만 초연하지 않고, 또한 벌거벗은 듯 정직한데 동시에 묘하게 가려져 있다. 바보 같기도 현자 같기도 한. 사실 이 시집 제목인 '던스dunce'부터가 바보를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바보스러움은 가장 작고 사소한 것들을 향한 집요하고 예민한 감각, 곧 그만의 남다른 별남을 품고 있다.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것 앞에서 굳이 멈춰 서는 사람, 먼지 한 톨과 시침핀 하나에도 우주의 시작을 대하듯 눈길을 주는 사람. 메리 루플의 시집에는 존재들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로 가득 찬 한 사람의 기척이 담겨 있다.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그게 바로 위대한 모험!"
세상의 모든 별난 틈새를 향하여

이 시집은 질문하기를 그만두지 않는 자의 기록이다.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 그게 바로 위대한 모험이라고 「심부름」은 선언하는데, 생일 케이크 위 글씨가 치약이었다는 걸 알아내는 것과 신이 세상을 만들고는 남은 돌덩이들을 무더기로 던져두고 떠났다는 걸 알아내는 게 한자리에 포개진다. 《뉴욕 타임스》가 이 시집을 두고 "작은 순간들을 광대한 시야로 기록"한다고 평한 것도, 이런 대목을 염두에 둔 말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어쩌면 질문을 거두고, 한 번 눈에 담은 세상이 전부라 믿으며 무뎌져 가는지도 모른다. 『던스』는 케이크 위의 글씨, 서랍 속 시침핀, 창밖의 갈매기 울음 같은 무심히 지나칠 세부를 마치 처음 마주한 풍경처럼 새롭게 감각하게 만든다. 바보란 세상을 아직 다 알지 못한 사람이고, 그렇기에 세상이 여전히 놀라운 사람이다.
세상이 여전히 놀라운 사람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나는 한 시간도 조용히 못 있는다」의 화자는 제비꽃에게 말을 걸고, 「세쿼이아」에서는 그릇 안에 기른 이끼 위에서 작고 실감 없는 사슴들이 언덕을 내다보며 물을 찾는다. 이토록 궁금해하는 사람 앞에서는 온갖 사물들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법이다. 루플 자신도 연필에게, 봉제 인형에게, 샤워실의 거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온 사람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주변의 사물들과 교감하니까요."(《브루클린 레일》 인터뷰)
부러진 양치기 도자기 인형, 뷔페 채소 쟁반 위에서 무 그네를 타는 작은 남자, 딱정벌레들의 행렬. 이 시집은 그렇게 작고 별난 것들과 두루 교감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어머니의 죽음이 고요히 가라앉아 있다. 예고 없이 사소한 틈새로 슬픔이 스며들 때조차 시인은 웃음과 슬픔 사이에 섣부른 다리를 놓지 않는다. 슬픔의 무게에 짓눌리는 쪽을 택하는 대신, 「부토니에르」의 화자처럼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들을 묵묵히 꼽아볼 뿐이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 동물들 사이의 야생적인 짓들을 지켜보는 일, 친구들과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 늘 곁에 있었으나 한 번도 온전히 응시하지 못했던 존재들이 문득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시집 『던스』는 선명하게 열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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