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족을 동시에 감당하며 ‘나’를 잃었다
지칠대로 지친 무너진 엄마를 다시 일으키는 아이의 말둘, 사랑을 배우며 자신을 찾다
“엄마는 엄마를 사랑하잖아.”
아이가 툭 던지듯 건넨 그 한마디에 제 마음은 잠시 멈춰 섰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정작 저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는 참 서툴렀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동안 제 마음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으니까요. 아이의 그 맑은 말은 저를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아이의 말 기록으로 완성한 ‘회복의 에세이’
웃음으로 시작해, 울림이 반복되며, 치유로 끝나는 이야기
‘나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래도록 기록해 온 아이들의 말 속에는 해맑은 웃음과 따뜻한 위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저앉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빛나는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아이의 말로 다시 나를 만난 기록입니다. 이제 저는 전보다 조금 더 저를 아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도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와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의 진심이 닿기를 바랍니다. 잊고 있던 당신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는 기적이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본문 속으로]
둘째는 내게 쪽지를 참 자주 건넨다. 오늘도 뭔가 작은 걸 내밀었다. 짧은 편지일 줄 알았는데 편지 한 장이 아닌 ‘편지 책’이었다. 그 작은 책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고맛씁니다 엄마 아빠 최고 001게 정도로 엉청 사랑해요 하트 하트 ♡♡ 엄마 저를 잘 키워귀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또 사랑해요’
아이는 자신이 아는 가장 큰 숫자로 사랑을 표현했다.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001’이라는 그 마음이 내 마음으로 쏙 들어왔다.
- ‘001개 정도로 사랑해’ 중에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둘째 채아에게 물었다.
“채아는 왜 이렇게 귀여워?”
“엄마한테 태어났으니까 귀엽지.” 하며 씩 웃는다.
- ‘왜 이렇게 귀여워?’ 중에서
아이가 내게 100원을 내민다.
“엄마도 설거지 힘들었잖아요. 용돈 줄게요. 그리고 엄마는 나한테 용돈 많이 줘서 돈 많이 없잖아요.”
작은 동전 하나에 아이의 커다란 마음이 담겼다.
- ‘100원의 사랑’ 중에서
“엄마 오늘은 왜 이렇게 좋은 일만 일어나?”
“응? 어떤 좋은 일이 있었는데?”
“이모가 티니핑 집도 사줬지. 해지는 것도 예쁘고 구름도 신기하지. 마스크도 한 번도 안 떨어뜨렸고 신호등도 계속 초록불이었어! 거기다 아빠도 오고 주차 자리도 바로 있었잖아.”
아이는 하루 동안 일어난 사소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행복한 말들을 이어 나갔다. 아이의 오늘은 이토록 작은 기쁨들로 가득 차 있었다.
- ‘왜 이렇게 좋은 일만 일어나’ 중에서
아침 일찍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메모 하나를 발견했다. 채아가 쓴 이름하여 ‘행복 계획표’였다.
• 내 방 서랍에서 귀여운 것 찾기
• 하루는 아침, 점심, 저녁 다 맛있는 걸로 먹어보기
• 주말 하루는 계속 엄마 안고 있기
• 하루 종일 놀고 그림 많이 그리기
귀여운 것을 찾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엄마를 온종일 안아주겠다는 이 작은 선언들.
- ‘귀여운 계획’ 중에서
“엄마 내 꽃 어디 갔어요?”
울상이 된 아이를 달래며 주변 바닥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클로버가 조용히 누워 있었다. 나는 얼른 주워 아이 손에 다시 쥐여주며 말했다.
“짠 요기 있네.”
그러자 채아가 외쳤다.
“우리 엄마 최고!”
어른의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최고’로 인정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던가. 그런데 아이의 세상에서는 잃어버린 클로버 하나만 찾아주어도 단숨에 우주 최고의 엄마가 된다. 그 단순하고 다정한 세계 덕분에 나는 오늘 아주 쉽게 최고의 엄마가 되었다.
- ‘최고의 엄마가 되다’ 중에서
“엄마! 채아가 넘어져서 엄청 울었어. 이십 번도 더 넘어진 것 같아!”
놀란 마음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얼른 달려갔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걱정했던 것과는 딴판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둘째 채아는 의자에 얌전히 앉아 휴지로 콧물을 닦고 있었다. 탁자 위엔 언니가 두고 간 포켓몬 카드가 놓여 있었고 손에는 무전기가 들려 있었다. 채아는 그 무전기에 대고 언니와 한창 끝말잇기를 하는 중이었다.
“채아야 많이 넘어졌어? 괜찮아?”
“응. 엄청 많이 넘어졌어. 그리고 엄청 울어서 콧물 났어. 근데 언니가 휴지 가져다줬어. 지금은 과자 사러 갔고 나 심심하지 말라고 포켓몬 카드도 주고 갔어. 무전기로 끝말잇기도 하고 있었어”
넘어지고 울고 콧물 범벅이 된 순간에도 언니는 늘 동생 곁에 있었다. 어른이 되어 마주하는 삶의 길 위에서도 이런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내가 넘어져 울고 있을 때 슬그머니 좋아하는 것을 쥐여주고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는 사람.
- ‘언니는 언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