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때는 솔직하게, 쓰고 나선 뻔뻔하게,
내 삶을 바꾸는 글쓰기 교실
시인이자 르포작가인 오도엽이, 읽고 나면 저절로 글이 쓰고 싶어지는 재미있는 글쓰기 책을 펴냈다. 시가 뭔지도 모르고 시인이 되어 좌충우돌하던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청소년, 농민,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하며 마주쳤던 어려움을 정감 있는 말투로 풀어놓는다. 글을 쓰려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 쓰고 싶은 이야기는 넘치는데 펜을 잡으면 손가락이 딱 굳어버리는 사람,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글쓰기냐고 생각하는 사람. 이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줄 ‘속 시원한 글쓰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자신을, 꾸미지 말고, 거침없이 토해내라
‘말과 달리 뭔가 좀 그럴듯해야 하고, 입에서 제멋대로 나오는 소리가 아닌 고상한 단어를 골라 써야 할 것 같다. 형식도 있어야 하고, 문법도 알아야 글을 쓰는 거 아닌가.’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여기선 이 말을 지겹도록 되풀이해 ‘씹을’ 것이다. 이 생각을 깨야 글쓰기는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글’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말’은 곧잘 하면서도 ‘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게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글이라면 말과 달리 뭔가 좀 그럴듯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바로 이런 생각을 깨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내 행동, 내 생각, 내 모습을 그대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멋지게 꾸미고 싶은 마음에, 잘 알지도 못하는 성현의 말씀을 인용하거나 이런저런 비유를 끌어와 표현을 부풀리곤 한다. 내가 진짜로 느낀 것도 아닌데 마치 그런 것처럼 써내려간다. 멋지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그만 내려놓고,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에 집중하자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자기가 아니면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이야기가 있으니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만난 수강생들의 글과 신문이나 잡지에 소개된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 많이 인용되어 있다. 화려한 글이 아니라 그 자신이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낸 이런 글들을 보고 있으면 삶에서 우러나오는 글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 더불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생긴다.
‘글이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속에 있는 얘기를 옆의 친구에게 말하듯 그대로 글로 옮겨 보라.’ 이것이 글쓰기와 친해지는 첫 걸음이다.
쓸 때는 솔직하게, 쓰고 나선 뻔뻔하게
글은 소통하려고 만들었다. 감추고 있으면 글이 제 생명을 잃는다. 남에게 보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제 속살을 보이는 일과 같은데 어찌 쉽겠는가. 하지만 세상에 드러내야 글쓰기가 왜 즐겁고, 행복한지를 알 수 있다. 글쓰기의 참맛은 소통에 있다.
나는 뻔뻔함이 지나칠 정도다. 글 한 꼭지를 쓰면 온갖 호들갑을 떨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보여준다. 글 좀 쓰는 사람이 있으면 발목을 붙들고 귀찮게 한다. (본문 중에서)
솔직하게 글을 쓰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남에게 보여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로 썼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그 글은 제 생명을 잃는다. 물론 남에게 보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조금은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처음 한두 번이 어렵지 한번 뻔뻔해지면 그다음에는 쉽다는 것이다.
우선 주변 사람들에게 쓴 글을 보여주고 반응을 들어보라. 그냥 ‘좋네’ 하고 마는 사람들은 아마 제대로 안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글만 휙 던져주지 말고, 쓴 글을 직접 읽어줘라. 옆에서 속삭이듯 읽다보면 스스로 입에 걸리는 부분도 나올 것이고 자기한테는 문제가 없지만 듣는 사람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대목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분을 고쳐나가면 한결 좋은 글이 된다.
글쓰기 선생으로서 저자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수업이나 주변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좋은 글을 신문사나 잡지사에 보내도록 끊임없이 독려한다. 일단 활자로 찍혀 나온 자기의 글을 경험하게 되면, 주변에서 말려도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느새 나도 기자, 어느새 나도 작가
글을 많이 쓰면서도 잘 쓰면 얼마나 좋겠는가? 허나 어쩌랴! 글의 밑천은 고향집 우물물처럼 늘 솟아나지 않는다. 내 몸과 마음에서 돌고 돌아 더 이상 머물 수 없을 때, 그때 터져 나오는 게 글이다. (본문 중에서)
일단 글쓰기와 친해지면 이제 글을 쓰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 쓸 거리가 없어 어려운 단계가 찾아온다. 한없이 자기 이야기만 쓸 수도 없다.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의 다 했고 남은 이야기는 아직 숙성이 덜 된 것뿐임을 느끼는 때가 온다. 저자는 이럴 때면 잠시 자기로부터 빠져나와 이웃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글감의 한계와 만났을 때는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게 좋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리고 그 사람의 삶 속에 더 들어가 보면 써야 할 이야기가 아직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글쓰기와 담을 쌓고 있던 사람이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를 시민기자 나아가 르포작가의 자리까지 이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기사 쓰는 요령, 인터뷰하는 법 등을 소개한다. 샛길로 새고, 이렇다 할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마냥 침묵만 지키고 있었던 인터뷰도 멋진 취재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실제 저자의 경험담과 그를 바탕으로 한 기사문으로 확인하고 나면,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을 피해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