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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동맹이라는 거울 상세페이지

미일동맹이라는 거울

한미일 안보 체제의 한계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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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22,000원
전자책 정가
20%↓
17,600원
판매가
17,600원
출간 정보
  • 2026.05.04 전자책 출간
  • 2026.04.20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17.7만 자
  • 35.8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4198
UCI
-
미일동맹이라는 거울

작품 정보

■ 책 소개

미일동맹에 비춰 본 한미동맹의 미래

미일동맹의 성격부터 작동 원리와 최대 쟁점까지
초불확실성 시대에 꼭 필요한 안보 필독서

2026년 2월 서해상에서 미군 전투기와 중국 전투기가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이륙한 10여 대의 F-16 전투기가 초계비행 중 중국의 방공 식별 구역에 접근하자 중국 전투기가 대응 출격한 것이다. 문제는 이 훈련이 우리 군과 협의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해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할 뻔한 것이다. 한국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국 영토를 발진기지로 삼는 미군의 관행이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힌트는 한미동맹과 쌍둥이처럼 닮은 미일동맹에서 얻을 수 있다. 1960년, 미국과 일본 사이에 사전협의제도가 도입되었다. 덕분에 주일미군은 군사행동을 하기 전에 일본 정부와 반드시 사전협의를 해야 하고, 일본은 어느 정도의 발언권을 쥘 수 있게 되었다.
주한미군 재편과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분담금 인상,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동맹을 둘러싼 쟁점은 다양하고 첨예하다. 우리의 국방과 안보가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가려면 사전협의제도의 사례처럼 미일동맹을 살펴보고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종결론 연구를 통해 일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지지와 야스아키의 신간 《미일동맹이라는 거울》은 탁월한 미일동맹 해설서이자 입문서다.
이 책은 미일동맹의 성격과 역사, 구성과 작동 원리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특히 ‘기지 사용, 부대 운용, 사태 대처, 출구전략, 확장억지’라는 5대 쟁점을 통해 미일동맹의 한계와 가능성을 살펴본다. 태평양전쟁의 승전국인 미국과 패전국인 일본은 왜 동맹을 맺게 되었는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은 무엇이 다르고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일본은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유사사태에 각각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일본의 핵무장과 핵반입 가능성은 어떤지 등 일본의 안전보장에 있어 가장 논쟁적인 사안들을 이해할 수 있다.
각자도생과 힘의 논리를 외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강한 일본’을 외치는 다카이치 내각, 새로운 글로벌 패권국의 지위와 대만을 함께 노리는 중국, 북한과 러시아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등 지금의 동아시아와 세계 정세는 혼란하기만 하다. 게다가 일본은 2022년에 ‘안보 3문서’를 개정해 일본의 방위 예산을 2027년까지 GDP의 2%로 올리고 상대국의 영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갖추기로 결정했다. 우리 입장에서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하지만 변화된 안보 환경 속에서 일본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자주적·실용적으로 나아가려면 한미동맹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서 벗어나 미일동맹을 포함한 한미일 관계, 나아가 미국의 전체적인 글로벌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직접 발굴하고 번역한 《한겨레》 길윤형 기자는 “일본인들이 지난 70여 년 동안 미일동맹을 유지해 오며 어떤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반드시 읽어야 할 안보 필독서인 셈이다.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 분담과 지휘권 분쟁

총 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미일동맹을 둘러싼 주요 사안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1장에서는 ‘기지 사용’ 문제를 다룬다. 동맹은 서로가 상대를 지켜 주는 ‘사람과 사람의 협력’이 보편적이지만, 미일동맹의 성격은 미국이 일본의 방위를 맡는 대신 일본은 미국에 기지를 제공하는 ‘사물과 사람의 협력’이다. 그런데 미군이 일본 내 기지를 한반도 유사사태, 중국-대만 유사사태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일본인이 곤혹스러움과 거부반응을 보여 왔다. 이로 인해 미국이 외국에서 벌이는, 일본과 관계없는 전쟁에 자신들이 말려드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원치 않는 전쟁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 미국에 대한 군사적 협력은 최소한으로 묶어 두고 싶다’처럼 일본 쪽의 희망에 기초한 생각을 ‘일본적 시점’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엄혹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일본적 시점은 현실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역과 다른 나라의 상황·견해·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큰 틀에서 내려다보는’ 전략적·지정학적 시점인 ‘제3자적 시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극동 지역 전체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관점에서 ‘기지 사용’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이 책은 미일동맹이 동아시아의 다른 동맹망과 떨어져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한미·미일 양 동맹’이라는 안전보장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기능’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제3자적 시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일동맹의 또 다른 핵심은 미군이 일본 내 기지를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일 양국이 ‘공통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통의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누가 얼마나 지휘할 것이냐, 즉 지휘 체제가 분명해야 한다. 2장에서는 ‘부대 운용’ 문제를 통해 미군과 자위대의 역할 분담과 그 의미를 살핀다.
미일동맹은 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을 통해 평시·전시를 따지지 않고 ‘자위대 지휘는 일본, 미군 지휘는 미국’이 갖도록 정해 놓았다. 이런 병립형 지휘권 체제는 ‘자위대는 방패(수비), 미군은 창(공격)’이라는 역할을 담당할 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은 2022년 ‘안보 3문서’ 개정을 통해 ‘반격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고 방패 역할에서 벗어나 부분적으로 창의 역할이 가능해졌다. 2개의 창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보다 원활한 지휘가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미일 간의 지휘권 조정 문제가 향후 동맹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에 한미동맹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우리가 미일동맹의 변화 과정과 배경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쟁과 유사사태, 어떻게 시작하고 끝낼 것인가

1, 2장이 기지 사용과 부대 운용 문제를 통해 미일동맹의 규정과 지침 등 정적인 요소를 설명했다면 3장에서는 실제 유사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방침인 ‘사태 대처’를 통해 미일동맹의 동적인 면을 소개한다. 일본은 자국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정도와 성격에 따라 유사사태를 구분해 법적 개념화했고 각각 대응 방법과 수위가 다르다.
‘극동유사사태’는 극동에서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미군의 일본 내 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사태다. 예를 들어 북한의 남침으로 미군이 개입하게 되면 일본 내 기지에서 주일미군이 출동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방치하면 일본의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태, 예를 들어 중국의 대만 해상봉쇄 같은 상황을 ‘중요영향사태’로 본다. 이때 미국이 중국군을 철퇴시키기 위해 대만 주변으로 항공모함을 파견하면 자위대는 보급선을 파견하는 등 후방지원을 펼칠 수 있다. 2026년 4월 현재,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일본 정부는 항행 안전 확보 및 기뢰 제거를 위한 자위대 함정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때 중요영향사태가 바탕이 된다.
일본과 밀접한 나라가 무력공격을 당해 자국과 자국민이 위협을 받으면 존립위기사태가 인정된다. 예를 들어 북한이 동해에 배치된 미국 군함을 공격하거나 대만 유사사태가 발생해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 기뢰를 부설하면 자위대는 집단적 자위권에 따라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이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처럼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받는 ‘무력공격사태’에는 개별적 자위권에 따라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3장에서 살펴본 ‘사태 대처’가 ‘어떻게 시작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4장에서 다루는 ‘출구전략’은 이런 유사사태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전후 일본은 ‘전쟁종결론’을 거의 연구하지 않았다. 저자는 그 이유로, “전쟁은 일으켜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이를 어떻게 이성적으로 수습해 갈지 논의하는 것을 마치 ‘전쟁용인론’처럼 오해해 기피”했다고 본다. 하지만 역대 일본 정부는 “전쟁의 신속한 종결과 피해의 최소화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고, 2022년 국가안전보장전략 때 “국익을 지키는 데 유리한 형태로 종결시킨다”는 요소를 더했다.
이때 쟁점은 ‘전쟁 요인의 근본적 해결’을 우선할 것인가, ‘타협적 평화’를 추구할 것인가다. 전자는 인명 손실 등 큰 희생을 각오하더라도 교전 상대에게 완전히 승리해 무조건 항복을 받아 내어 장래의 화근을 없애는 것이라면, 후자는 상대와 타협해 도중에 전쟁을 끝냄으로써 현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전쟁 종결을 위하여 무엇을, 어디까지 희생할 것인지 국민적 차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비핵 3원칙과 미국의 핵전략,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 방안

2025년 10월, 경주에서 이루어진 한미정상회담의 결과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받았다. 반면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공격을 받았던 일본으로서는 반핵 감정이 매우 크다. 그래서 1971년,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제정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 있다. 핵을 거부하면서도 핵억지력이 필요한 현실의 괴리는 “미일동맹의 최대 금기”로 여겨진다. 이 책의 마지막 5장에서는 핵무기에 의한 ‘확장억지’와 관련된 모순을 살펴본다.
일본 내에서 “만들지도, 갖지도 않는다”는 두 원칙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반입하지 않는다’는 세 번째 원칙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군이 일본에 핵을 ‘반입’하는 행위는 일본 정부와 사전협의 대상이다. 그런데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일본 항구에 잠깐 들러 기항하는 것은 어떨까? 저자는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지를 제공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 3원칙은 처음부터 ‘양립 가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일본에 정말 중요한 것은 비핵 3원칙의 준수가 아니라 미국의 핵전략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확장억지에 관해 한일의 입장 차이가 발생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평소에 한미일이 확장억지에 대한 정보와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말미에는 ‘일본적 시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유사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직면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있을 법한’ 전쟁 시나리오 3편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한반도에서 한국과 북한의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때 펼쳐질 일본 내부의 상황과 선택의 기로를 그렸다. 둘째는 중국의 대만 침공 상황에서 미군의 요청에 따라 출동한 자위대의 활약과 피해를 예상해 본다. 셋째는 대만 유사사태로 촉발된 중국의 핵 위협을 받은 일본이 핵무장론과 핵반입론을 두고 대두될 우려와 고민을 살펴본다.
이러한 사고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안보 정책은 국가 간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이 책은 미국-중국, 중국-대만, 남한-북한 등 동아시아 지역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교뿐 아니라 억지력 구축도 불가결하다고 진단한다. 미국이라는 핵(허브)과 거기서 방사선으로 뻗어 가는 복수의 선(스포크)으로 짜여진 ‘허브 앤 스포크형 동맹망’ 안에서 미국과의 동맹국이 아닌 국가와 지역의 연대, 이른바 ‘소다자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길윤형 기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을 경시하는 상황에서 한일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조금씩 줄이고 다른 중견국들과 힘을 합쳐 미중 모두와 공존할 수 있는 ‘대안적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바야흐로 미국의 일극 패권이 저물고 무한 각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전이 필요한 시기다. 이 책은 미일동맹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한미동맹의 내일을 그려 보는 청사진이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점점 더 엄혹해지는 상황 속에서 ‘일본적 시점’에 집착하게 되면, 이 시각에 현실을 끼워 맞춰 가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앞선 예를 통해 말한다면, 일본이 사전협의에서 ‘거부한다’는 입장을 취해 미군이 한국을 방위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일본 자신의 안전도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일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제3자적 시점’을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일본이 포함된 극동에는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지역질서가 존재한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적 패권국이었던 중국이 약체화되거나 자제적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과 일본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한반도(적어도 남부)와 대만이 힘의 뒷받침에 의해 같은 진영에 묶이게 되는(관계 유지) 질서를 말한다.
이 지역 질서를 이 책에선 ‘극동 1905년 체제’라고 부르기로 한다. 1905년에 미국, 영국 그리고 러일전쟁(1904~1905)의 강화조약인 포츠머스조약 체결을 통해 러시아까지도 승인한 국제 체제에서 유래하는 지역 질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애초 냉전 초기엔 아시아·태평양에서도 유럽의 나토와 비슷한 다국간형동맹망을 결성하려 했다. 한국은 다국간형동맹망 자체에 대해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강한 반일 감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 이 틀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았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과 교전했던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는 전후에도 일본을 여전히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의 가입을 전제로 구상되는 다국간형동맹망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미국이 구상하던, 일본을 포함한 다국간형동맹망에 찬성한 것은 대만 정도였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일본 자신의 의지였다. 일본은 자신이 지역의 안전보장에 관여하게 되는 다국간형동맹망 가입에 소극적이었다.

동맹 간의 지휘권 조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미국 합동참모 본부는 다음 같은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한미동맹이나 나토가 취하고 있는 지휘권 통합형이다. 두 번째로 ‘일국주도’형을 꼽을 수 있다. 2003년 3월 10일 시작된 이라크전쟁을 치르기 위해 미국은 동맹보다는 결속이 느슨한 ‘동지국 연합(Coalition of the Gulf War)’을 결성했다. 지휘권 일국주도형은 이런 경우의 지휘권을 이르는 말이다. 세 번째는 지휘권 병립형이다. 이 유형에 딱 들어맞는 것이 앞서 말한 대로 미일동맹이다.

또 다소 지엽적인 얘기이지만 [중요영향사태에 대해 지리적 제약을 없애지 않으면 2015년] 평화안전법제 제정에 의해 만들어진 존립위기사태와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었다. 존립위기사태가 발생했을 때 행사할 수 있게 된 집단적 자위권 사례 중 하나가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기뢰 소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기뢰 소해는 무력공격에 해당한다. 만약 중요영향사태가 발생할 때 자위대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일본 밖으로 넓히지 않았다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공격’은 가능한 데 반해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은 할 수 없다는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었다.

태평양전쟁을 시작할 때 일본이 품고 있던 출구전략은 진주만 공격 직전인 1941년 11월 13일 대본영정부연락회의가 결정한 ‘대미영화장(対米英蘭蔣)전쟁 종말 촉진에 관한 복안’이라는 문서 안에 잘 정리돼 있다. 이 복안이 기대했던 것은 동맹국인 독일의 승리, 영국의 굴복, 그리고 미국의 계속 전쟁 수행 의사 상실과 그에 따른 미국과의 무승부였다. 독일이 패배하며 이 복안이 제시한 출구전략이 무너지고 난 뒤엔 어딘가에서 연합군에게 ‘일격’을 가해 조금이라도 일본에게 유리한 화해를 이끌어 낸다는 ‘일격평화론(一撃和平論)’이 등장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일격(최종적으로는 본토 결전에 대비하고 있었다)을 가할 가능성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소련의 힘에 의지하게 됐다. 애초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지만, 출구전략 역시 예측했던 경로를 벗어나며 실패하게 된 것이다.

우세한 세력 쪽에서 보자면 열세에 몰려 있는 교전 상대를 무자비하게 때려눕히고 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게 해 두면 이후 이 상대와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장래의 화근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교전 상대에게 완전히 승리해 무조건 항복을 받아 내면 장래의 화근을 없앨 수 있다. 이런 전쟁 종결 방식을 ‘분쟁 원인의 근본적 해결’이라고 해 두자.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은 교전 상대인 나치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함락시키고, 총통인 히틀러를 자살로 몰아갔다. 독일의 주권 자체를 소멸시킬 때까지 싸운 것이다. 태평양전쟁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났기 때문에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세한 세력이라 해도 교전 상대를 완전히 타도하려면 그만한 출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명 손실 등 큰 희생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게 싫다면 장래의 화근을 남겨 놓을지 모르지만, 교전 상대와 타협해 도중에 전쟁을 끝낸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즉, ‘타협적 평화’라는 전쟁 종결 방식이다. 예를 들어, 1991년 1월 시작된 제1차 걸프전쟁에선 다국적군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에 대한 공격을 도중에 멈췄다. 결과적으로 쿠웨이트 공격을 주도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 체제를 연명시켰다. 다국적군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까지 진군해 희생이 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 장래의 화근이 남았다. 그로 인해 2003년 이라크전쟁(제2차 걸프전쟁)이 발생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미국은 핵을 탑재한 미 함선이 사전협의 없이 일본에 일시 기항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견줘 일본, 특히 야당과 여론은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 정부는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격렬한 긴장 관계 사이에 끼어 어쩔 줄 몰라 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 정부는 일시 기항도 사전협의의 대상이며, 미국이 이를 요청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핵을 탑재한 미 함선이 일본에 기항한 일은 없었다는 ‘픽션’을 말해 왔다. 실제 이 설명에 납득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1958년 초부터는 한국과 대만에도 비전략핵이 배치되기 시작했다(이밖에 괌과 필리핀에도 배치됐다). 한국에는 원자포, 지대지 로켓탄, [지대지 미사일인] 어네스트존(Honest John), 폭탄, 핵폭탄 자재, 지대지 순항미사일 마타도어(Matador) 등이 배치됐다. 대만에는 마타도어가 배치됐다. 이런 가운데 그해 8월 제2차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이 극동 지역 내에 이렇게 핵을 배치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일본 본토에 핵을 반입하지 않고도 대응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는 뜻이 된다. 대량보복용 비전략핵을 극동 지역에 전방 배치한다고 할 때 오키나와·한국·대만에 가져다 둘 수 있다면, 굳이 일본 본토에까지 넣어 두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핵의 용도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극동 전체를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오키나와에 배치된 핵은 일본 유사사태보다 한반도 유사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실제 최근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허브 앤 스포크형 동맹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조약상 동맹국이 아닌 국가들 사이의 안보 협력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극동 1905년 체제’에 포함되는 한국과 대만, 미국과 함께 ‘미일인호 전략대화(QUAD, 쿼드)’를 구성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 영국(예전에 제2차 영일동맹 협정을 통해 ‘극동 1905년 체제’를 승인했다)과 미일안전보장조약상의 ‘극동’에 포함되는 필리핀 등이 이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런 국가와 지역을 동지국으로 삼아 ‘다국간형 네트워크화’를 추진해 나갈 필요성이 생겨나고 있다.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협력으로는 우주·사이버·전자파와 같은 여러 신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공유와 운용 면의 조정 등이 포함된다.

작가 소개

■ 지은이

지지와 야스아키

1978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났다. 히로시마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오사카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공공정책연구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국제공공정책 박사). 교토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 COE연구원, 일본학술진흥회특별연구원(PD), 방위성 방위연구소 교관, 내각관방부장관보(안전보장, 위기관리담당)실 주사, 방위연구소주임연구관, 동 연구소 국제분쟁사 연구실장을 거쳐 2026년부터 일본대학 국제관계학부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국제안전보장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출간한 주요 저서로 《안전보장과 방위력의 전후사 1971~2010》(지쿠라쇼보, 제7회 일본방위학회 이노키 마사미치상 정상(본상) 수상), 《전쟁은 어떻게 종결되는가》(주코신쇼, 제43회 이시바시 단잔상 수상) 등이 있고,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으로 《단숨에 읽는 세계 정세》가 있다.


■ 옮긴이

길윤형

1977년 서울 출생.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001년 11월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국제부 등을 거쳤고, 2013년 9월부터 3년 반 동안 도쿄 특파원으로 재직했다. 귀국 후 《한겨레21》 편집장과 《한겨레》 국제뉴스팀장, 통일외교팀장을 맡았고 국제부장을 거쳐 통일외교국제 담당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다》 《아베는 누구인가》 《안창남, 서른 해의 불꽃같은 삶》 《26일 동안의 광복》 《신냉전 한일전》 《조선의 갈림길》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 《아베 삼대》 《공생을 향하여》 《북일 교섭 30년》이 있다. 앞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정세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글을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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