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은 불교와 함께 인도에서 전래되었지만 이후 불교사상에 우리의 정신문화, 그리고 한 시대의 문화예술이 집약되며 미(美)의 결정체가 되었다. 또한 왕조의 흥망과 전쟁의 참상을 목도하고 풍찬노숙의 세월을 견디며 이 땅을 지켜온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부장품도 다 내어주고 빈 가슴으로 깊은 침묵에 잠겨 있지만 탑이 품은 사연은 깊고도 유장하다.
일찍이 탑이 있는 곳에 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탑들은 꼭 절집에만 있지 않다. 흔적으로만 남은 옛 절터를 홀로 지키고 섰거나, 논밭 한가운데 또는 오르기도 벅찬 산꼭대기에 우뚝 서서 지난 역사를 침묵으로 증언한다. 백제와 신라 때부터 고려, 조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 날 없었던 세월이다. 원형을 거의 간직한 탑도 있지만 온전한 모습을 짐작하기 힘들 만큼 훼손된 탑도 많다. 제 모습을 잃어버린 탑들은 또한 그 자체로 역사가 주는 아픈 교훈을 상기시킨다.
이 책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탑 기와 지방 문화재 기, 비지정 문화재 기까지 총 108기의 탑을 소개한다. 백제 무왕 때 세워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탑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부터 조선 후기에 중건된 산청 대원사 다층석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죽기 전에 꼭 만나야 할 시대의 걸작들을 지역별로 엮었다.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 등 조성 시기별로 탑들이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탑의 양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탑을 지칭하는 세부 명칭이나 학술 용어를 알지 못해도 탑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데 조금도 어려움이 없다.
손묵광 사진가가 기록한 탑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산천이 깨어나는 여명 속에서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거나, 자욱한 안개를 온몸에 두르고 신비감을 자아낸다. 천지간에 흩날리는 낙엽을 무심히 지켜보는 탑도 있고, 세찬 비를 온몸으로 맞고 선 탑도 있다. 절 마당에서 고요히 내리는 눈을 맞고 있는 탑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어떤 탑은 든든하고, 어떤 탑은 애틋하며, 또 어떤 탑은 웅장한 위용으로 가슴 벅차게 한다. 이렇듯 사진가는 탑을 감싸고 흐르는 사계를 우리 앞에 생생히 되살리며 현장감을 더한다.
오래전 이 땅에 탑을 쌓은 이들은 염원했을 것이다. 나라와 백성이 두루 평안하기를, 그리고 모두가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 피안에 이르기를. 그래서 “탑은 돌로 지은 것이 아니라 간절함으로 쌓아 올린 마음”이라고. 정성과 기원이 층층이 쌓여 이루어진 이 탑으로부터, 이 무념무상의 존재로부터 우리는 지극한 위로를 받는다. 우리들 속마음이야 끓든 말든 탑은 언제나처럼 말이 없지만, 탑이 있는 풍경 속에서 참배객은 그러했듯 우리 또한 탑을 마주하는 동안 마음의 모가 조금씩 깎여가길 기대해본다. 듣고 싶지 않은 말도, 잊고 싶은 이름도 탑 앞에서라면 모두 씻고 지울 수 있을 것만 같다.
탑은 말한다. “버려진 날들이 서럽거든 내게 오라.”
작가 소개
한국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한국 풍경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비경을 촬영하고 있으며, 그 동안 작업해온 한국풍경의 일환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인 한국의 석탑, 암자, 사찰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불교미술의 찬란한 금자탑인 우리나라의 석탑 보물과 국보 등 지정문화재를 도판 사진이 아닌 사진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전수 촬영하였다. ‘탑-선채로 천년을 살면 무엇이 보일까’를 출판 했으며, 전국에 산재한 마애불을 2년에 걸쳐 전수 촬영하여 ‘한국의 마애불 기억록’을 출판했으며 현재는 한국의 아름다운 정자와 누각 작업을 하고 있다.
1989년 부산에서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2년 현재 <피안의 미소>,<바위에 스민 천년의 미소>,<한국 석탑의 기억.록>, <캘린더에 담긴 한국풍경전>, <코리아환타지>, <한국풍경전>, <한국풍경발견전> 등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사진전을 40여회 개최 했으며 광주 국제아트페어<페차쿠차> 말박물관초대<백인백마> 부산고은갤러리기획전<부산 사진의 재발견> 경남도립미술관의<경남 현대사진 60년전>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의<후쿠오카 포토페스티벌> 등 200여회의 단체기획전에 초대되었다. DAF국제아트페어 우수작가상을 비롯 국내외 공모전에서 200여회 입상하였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보도사진을 전공하고 동남일보와 영남일보 등에서 사진부 기자 및 사회부 기자를 역임하면서 노동 운동 현장과 일선 정치현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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