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경영에서, 경영한류로 힘찬 출항을 기원하며
•인문과 경영의 절묘한 만남
나는 20여 년 넘게 삼성그룹 현장에서 비서실과 계열사에서 경영관리와 인사, 교육업무를 수행했다. 이러한 경험을 우리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에게 잘 정리하여 전달하자는 사명감으로 삼성을 떠난 뒤 20여 년 동안 저술,강의, 그리고 인사실무 컨설팅과 코칭을 해왔다. 그러던 중에 나는 지금 어느 나라 식의 사상과 제도를 심고 있는가 자문할 기회가 있었다. 되돌아보니 한국의 인사에는 한국, 한국인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일본형 경영, 미국형 경영, 그리고 유럽형 경영과 인사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정작 한국인의 경영에 한국인이 없었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해 본 경험이 없고, 그 안에 들어있는 정신을 연구하고 탐구한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완전 수입품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고유의 경영관리와 한국인 특성을 감안한 ‘한국형K-Style 인사조직 모델 구축과 발전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2012년 1월에 ‘한국형 인사조직연구회’를 시작했다. 한국 독자형 인사/조직 모델 연구와 개발, 한국형 인사조직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이를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회원은 대중소 기업의 인사담당 임원들을 주축으로 이 분야 교수,연구원, 국내외 컨설팅 대표 등을 포함하여 산·학·연·관 및 언론인을 망라하는 전문가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후 제일 먼저 한국인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하기로 하여 2013년 봄에 초청한 분이 공저자인 신광철 작가다. 그는 한국인에 대한 많은 연구와 관심을 갖고 관련 책을 30여 권 내기도 했다. 그중의 하나가 『극단의 한국인 극단의 창조성』 책자다. 우리 국민성을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이 극단과 창조성이었다. 이어령 박사가 일본문화를 ‘축소지향의 일본인’으로 표현한 것과 같다.
이 책은 결국 인문학과 경영의 합작품이다. 서로 잘 모르고, 알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경영과 인문의 강을 넘나들며 이 책이 기획되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것을 융합의 시대에 걸맞게 두 사람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는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한계가 엿보인다는 것을 독자들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말미에 소개한 한국형 GWPGreat Work Place 6개의 사례도 연구회에서 직접 찾아가 발굴한 30개 중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사람 중심 행복경영 실천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한국형 GWP 실천 사례들이다. 이 사례들은 세계 GWP 1~2위 기업인 구글이나 일본의 미라이 공업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까지 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의 위치에서 앞으로는 선도자First mover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경영방식과 우리의 혼이 들어있는 인사제도의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만 모르고 무시하는 한국, 한국인
우리 국민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비하하고 무시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해 본 경험이 없고, 우리의 것에 들어있는 정신을 연구하고 탐구한 경험이 없어서다. 한국 인의 기질 속에는 빨리빨리 서두르는 냄비근성과 은근과 끈기 있게 지속하는 뚝배기의 기질이 있다. 또한 슬픔의 정서인 한恨과 기쁨의 정서인 흥興의 기질이 함께 있다. 서로 대척점에 있는 반대성향을 같이 가지고 있다. 우리의 독특한 점은 한국인의 고대 정신 속에 있는 웅혼하고 대담한 대인의 기질과 꼬장꼬장하고 논리적이며 학문을 즐기는 기질인 선비정신이 함께 있다.
또한 한국인의 사회적인 기질인 자치와 협동이라는 서로 독립적인 기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 희귀한 특성인 두레 정신이 있다. 한과 흥, 그리고 빨리 빨리의 서두르는 냄비근성과 느긋함의 뚝배기 기질처럼 다르면서 함께 서로 융합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국인의 정신과 기질이다 .
한국인은 양 극단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특별하다. 양 극단을 수용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정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문제해결 능력과 창조능력의 발원지가 한국정신의 융합에 있다. 한국인은 공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감하면 벽을 넘어 무섭게 결집한다. 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이나 월드컵 붉은 악마의 응원 같은 것들이다. 가히 한마음의 나라다.
한국인의 정신을 이해하면 한국적인 기법이 필요한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나’가 아닌 ‘우리’가 이미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내 엄마가 아니라 우리 엄마고, 내 학교가 아니라 우리 학교다. 개인으로서의 나도 공동체 속에서의 나로 인식하는 근원적인 성향이다. 이러한 냄비와 뚝배기, 한과 흥의 정신, 선비정신 그리고 여러 한국적인 정신과 기질들을 분석하고 응용해서 한국적인 경영기법을 만들어왔다. 한국적인 정신과 기질을 토대로 한 경영방식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하다. 우리의 정신과 기질이 그대로 반영되어 글로벌로 나아가야 한다.
•이젠 한국형 경영, 경영한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 인류에게는 3번의 경영혁명이 있었고, 이번에는 4차 경영혁명 시대다. 우리나라는 원조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해주는 세계 유일의 나라요, 전쟁의 잿더미에서 10대 경제대국이 된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 있다. 이제 우리나라 경영과 인사제도도 선진국의 제도 베끼기 수준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리 고유의 경영관행과 기업의 문화를 바탕으로 국민성이라는 특징을 잘 살려 앞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조직이나 공공조직에 이르기까지 한국형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에 웬 한류경영인가. 서로 다른 극단을 끌어안아 융합하는 한국인. 한국인의 위대함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한류가 가진 위대함이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야 비로소 세계로 나갈 수 있다. 한국인의 정신과 기질의 끈질김이 한국호를 세계로 이끌어왔고 다시 뛰어야 하는 한국호에 추진동력으로 작동시켜야 할 것이다. K-Pop이나 영화, 드라마 같은 K-컨텐츠가 동남아를 뛰어넘어 남미와 유럽에 꽃 피울 수 있는 것은 남의 것을 잘 흉내 냈던 게 아니라 한국다움이 숨어 있기 때문인 것처럼, 한국인의 정신 중 위대한 것과 희귀한 것이 새로운 한국호를 이끌어갈 새로운 대안이다 .
한류경영韓流經營은 한국인의 정신과 기질을 모태로 하며 한국인의 전통정신인 홍익인간을 바탕으로 한 인본주의를 결합해서 만든 경영기법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한국인들의 공동체인 회사나 단체 그리고 학교의 경영기법으로 잘 맞는다. 한국적인 경영기법과 인사관리가 한국인만의 기질과 강점이라는 특수성을 넘어서서 한국형K-Style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가지게 되어 세계인들이 같이 공감하고 수용성이 있을 때 한류경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경영한류經營韓流는 한국화된 경영기법이 지나치게 된장 냄새만을 고집하지 않고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자리 잡아 국내는 물론 동양적 문화에 익숙한 동남아를 거쳐 서구에까지 보급할 수 있게 한다는 진행형의 의미에서 마련한 단어다. 한류경영의 지속성과 글로벌 확장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은 서양에서도 인문학이 경영에 크게 접목되고 사람 중심의 경영이 제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가 인간의 본질을 바탕으로 인간존중과 행복으로 귀결되면서 한류경영이 한국, 한국인이라는 특수성을 떠나 보편성을 갖게 되면서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 자신을 의미한다. ‘헬조선!’ 같은 자학을 하며 제자리 뛰기만을 계속해서 한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더구나 어렵게 건져 올린 세월호가 탄식과 저주의 응어리로 남아서 과거만을 탓해서도 안 된다. 한국호가 다시 돛을 높이 올려 한류의 바람을 타고 푸른 바다를 향해 힘찬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 여름날에
가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