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무는 2014년 대한민국 사진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사진작가이다. 그의 사진은 아마도예술공간에서 『탈출속도(V escape)』라는 개인전 타이틀로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다. 당시 그의 개인전은 아마도예술공간이 주최하는 제1회 아마도 사진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열리게 된 것이다. 아마도 사진상은 아마도예술공간이 주최하는 국제사진공모전으로, 수상자 1명에게 1만 달러의 상금과 아마도예술공간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따라서 당시 국내 사진계는 누가 아마도 사진상을 수상할지 예의 주시한다.
그런데 제1회 아마도 사진상에 국내 사진계에서 처음 듣는 ‘이현무’ 사진작가가 수상하자 화제가 된다. 일단 국내 사진계는 ‘이현무’가 누구인지 궁금해한다. 이현무는 1984년생으로 30세에 아마도 사진상을 수상한다. 그런데 이현무가 당시 국내 사진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에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그는 2014년 이전에 캐나다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이현무는 사진을 전공하기 위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다. 그해 그는 콩코디아 대학에서 운영하는 어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한다. 2010년 그는 도슨 대학 사진학과(Dawson College, Professional Photography)에 입학한다. 그는 첫 학기 고학점을 받아 학점을 기준으로 퀘벡주(Quebec)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비 걱정 없이 유학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현무는 도슨 대학 사진학과 마지막 학기를 남기고 2013년 한국으로 귀국한다. 와이? 왜 그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한국으로 컴백한 것일까? 대학 졸업 때까지 학비 걱정도 없었다면 경제적인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다. 더욱이 그의 재학시절 사진작품은 캐나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목받아 재학시절인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1650 갤러리(1650 Gallery)에서 개최한 『플라워 파워(Flower Power 2012)』에 초대받는다.
이현무는 개인적인 일로 도슨 대학 마지막 학기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인 2013년 캐나다 밴쿠버(Vancouve)의 포지티브네가티브 갤러리(POSITIVENEGATIVE Gallery)의 『포토필르믹 13(Fotofilmic’13)』 그리고 미국 포틀랜드(Portland)의 블랙 박스 갤러리(Black Box Gallery)의 『이미지 앤 아이덴티티(Image and Identity)』에 초대받는다.
이현무는 귀국 후인 2014년 ‘201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2014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에 수상해 런던 서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같은 해 그는 제1회 아마도 사진상을 수상하고,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첫 개인전 『탈출속도(V escape)』를 개최하여 국내 사진계로부터 주목받는다.
이와 같은 단편적인 정보들은 이현무가 사진계에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사진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그는 이미 국제 사진계에서 떠오르는 젊은 사진작가로 주목받았다고 말이다. 두 번째 궁금증은 이현무의 사진작품이다. 도대체 그의 사진이 어떤 작품이기에 아마도 사진상을 수상한 것일까? 아마도 사진상을 주최한 아마도예술공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아마도 사진상은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사진 공모전 개최라는 의의를 가진다. 아마도 사진상의 개최 목적은 21세기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상징되는 전자복제 및 재현방식의 등장으로 사진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의 필요를 인식하고 변화, 발전하는 사진이라는 장르의 정의를 재해석, 재정립하여 사진의 확대된 의미를 탐구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진의 발명 이후 170여 년의 시간 동안 사진은 예술의 중요한 매체로 자리잡게 되었다. 과거의 사실성과 기록성을 근간으로 성립된 20세기 사진의 개념은 디지털 시대에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장, 발전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사진 작업에 있어서 작가의 제작방식뿐 아니라 현실의 실제 공간과 작품 속 허구의 공간의 전복을 가능케 하면서 작품 속 이야기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현실을 조작하고 작가만의 인식으로 세상을 재현해냄으로써 디지털 사진의 매체적 성격을 더욱 확장시키게 된다. 이 시점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상징되는 전자복제 및 재현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아마도 사진상에서는 이렇게 변화, 발전하는 사진이라는 장르의 정의를 재해석하고 재정립하여 21세기 사진의 확장된 개념의 새로운 사진 언어를 탐구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현무는 아마도 사진상 공모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도슨 대학에서 작업했던 사진들을 선보인다. 그의 <딥 다크니스(deep darkness)>(2011-2012) 시리즈, <스틸 라이프(Still Life)>(2012) 시리즈와 <라이프리스 포트레이츠(Lifeless Portraits)>(2012) 시리즈, <로르샤흐(Rorschach)>(2011-2012) 시리즈와 <플라워(Flower)>(2012) 시리즈 그리고 <2820초(2820 sec)>(2012) 시리즈가 그것이다. 아마도 사진상 심사위원들 중 한 사람인 오형근 사진작가는 심사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번 아마도 사진상 심사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사진이 동시대 미술과 가까워지면서 현란하게 펼쳐온 '유형과 연출'이라는 조금은 식상해진 분야에 대한 반작용이 상대적이었고 그래서 이제는 '영혼과 예술혼'이 깃든 독창적인 독고다이를 찾아내야 한다는 로망이 절대적이었다."
이현무의 사진작품은 오형근 사진작가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자면 '영혼과 예술혼'이 깃든 독창적인 ‘독고다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고다이(tokkoutai)’는 흔히 특공대(特攻隊)의 일본식 발음인 톡코타이(とっこうたい)를 어원으로 추정한다. ‘특공대’는 2차대전 당시 폭탄을 장착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카미카제(kamikaze)를 가리킬 때 쓰던 용어이다. 그리고 ‘독고다이’는 일본 조직폭력배(Yakuza) 사이에서 혼자 다니는 싸움꾼을 지칭하기도 한다.
물론 오늘날 ‘독고다이’는 무리와 어울리지 않고 혼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오늘날 독고다이는 혼자 결정하여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 ‘독고다이’라고 칭하려면 적어도 '실력'이 받쳐 줘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누군가 ‘능력’도 없이 독고다이를 자처한다면, 그/녀는 ‘독고다이’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오형근 사진작가는 ‘독고다이’를 '영혼과 예술혼'이 깃든 독창적인 ‘독고다이’로 보았던 것이다.
‘독고다이’에서 앞의 두 글자를 ‘독고(獨孤)’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독고(獨孤)’는 성(姓)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혹자는 혼자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독고다이의 ‘독고’를 혼자 고독하게 삶을 살아가는 이로 해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독고’는 아티스트에 적합한 용어라고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아티스트는 홀로 고독하게 작업에 몰두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아티스트가 홀로 고독하게 작업에만 몰두한다고 '영혼과 예술혼'이 깃든 독창적인 ‘독고다이’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현무는 사진의 발명 이후 170여 년의 시간 동안 변화, 발전하는 사진이라는 장르의 정의를 재해석하고 재정립하여 21세기 사진의 확장된 개념의 새로운 사진 언어를 탐구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는 새로운 사진 언어를 170여 년 전인 1841년 영국의 탈보트(William Henry Fox Talbot)가 발명하여 특허를 받은 일명 ‘칼로타입(calotype)’에서 찾는다. 따라서 누군가 그의 사진 세계로 한 걸음 들어가고자 한다면, 사진의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할 것이다.
이현무는 2014년 아마도예술공간에서 개최된 첫 개인전 타이틀을 『탈출속도(V escape)』로 작명한다. 그리고 그는 2017년 대안공간 눈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타이틀도 『탈출속도 II(V escape II)』로 명명한다. 또한 그는 이번 스페이스 자모 플러스(space jamo+)의 개인전 타이틀로 『탈출속도 III(V escape III)』로 명명한다.
‘탈출속도(escape velocity)’는 천체의 특정 위치에 있는 물체가 그 천체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소의 속력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탈출속도’는 지상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 등이 무한히 먼 곳까지 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초속도를 뜻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현무는 지구를 떠나고자 한단 말인가? 왜 그는 지구를 떠나고자 하는 것일까? 그에게 지구를 떠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만약 필자가 과학에서 말하는 ‘탈출속도’를 이현무의 사진 세계에 적용한다면, 그는 사진을 통해 사진을 탈주하려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말할 것도 없이 누군가 사진을 통해 사진을 탈주하려면 무엇보다 사진의 메커니즘을 몸으로 습득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의 메커니즘에 잼병인 필자가 겁도 없이 이현무의 사진 세계로 들어서고자 한다. 따라서 필자의 ‘이현무 사진 세계 접근’ 미션(mission)은 임파셔블(impossible)하다. 하지만 필자는 스스로에게 불가능한 임무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필자의 임무는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아트를 추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작가 이현무
이현무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캐나다 몬트리올 도슨 대학 사진학과(Dawson College, Professional Photography)에서 사진을 배웠다. 그는 사진의 메커니즘을 몸으로 습득하여 기존 사진의 ‘사용설명서’를 뒤집는 작업을 한다. 따라서 그는 사진을 통해 사진을 탈주하려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현무는 도슨 대학 재학시절인 2012년 로스엔젤레스의 1650 갤러리(1650 Gallery)에서 개최한 『플라워 파워(Flower Power 2012)』에 초대받는다. 그리고 그는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인 2013년 벤쿠버의 포지티브네가티브 갤러리(POSITIVENEGATIVE Gallery)의 『포토필르믹 13(Fotofilmic’13)』, 포틀랜드의 블랙 박스 갤러리(Black Box Gallery)의 『이미지 앤 아이덴티티(Image and Identity)』에 초대받는다.
이현무는 귀국 후인 2014년 제1회 아마도사진상을 수상하고,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첫 개인전 『탈출속도(V escape)』를 개최하여 국내 사진계로부터 주목받는다. 같은 해 그는 ‘2014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2014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에 수상해 런던 서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현무는 2015년 강원도 영월군에서 주최하는 제14회 동강국제사진제에 초대받는다. 2016년 그는 서울예술재단의 제2회 포트폴리오 박람회에 참가해 수상하고 선정작가전 『더 퍼스트 ? 비욘드 프론티어(The First - Beyond Frontier)』에 초대받는다. 2017년 그는 미국 휴스턴 포토페스트(FotoFest)가 기획한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 참가작가 중 우수작가로 선정되어 『인터내셔널 디스커버리스 VI(International Discoveries VI)』에 초대받는다.
이현무는 2017년 성남 아트 센터 큐브 미술관의 『성남을 걷다』와 신미술관의 『모아 앤 모아(More & More)』 그리고 장욱진미술관의 『제2회 뉴드로잉 프로젝트』 또한 김대중 컨벤션 센터의 『아트 광주 : 17 청년작가전』에, 2019년 W 미술관의 『이리로 이리로』와 의정부 예술의 전당의 『제6회 의정부 예술의 전당 신진작가전』 그리고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의 『제6회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에, 2020년 수창청춘맨숀의 『실재와 가상 그 경계에서』, 2021년 스페이스22의 『이력(Another Energy)』에 초대받는다.
이현무의 작품은 서울특별시와 아마도예술공간 그리고 스페이스22 또한 개인 컬랙터들이 소장하고 있다.
글쓴이 류병학
류병학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예술대학(Staatliche Akademie der Bildenden Kunste Stuttgart)을 졸업하고 미술평론가(art critic) 및 독립큐레이터(Independent curator)로 활동하고 있다.
독립큐레이터 류병학의 대표적 기획전시는 다음과 같다. 1994년 폴란드에서 기획한 <피스모 이 오브라스(pismo i obras)>, 1997년 독일 구체예술을 위한 파운데이션(Stiftung fur Konkrete Kunst, Reutlingen)의 윤형근(YUN Hyong-keun) 개인전, 1998년 금호미술관(Kumho Museum)의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The frame is better than the picture)>, 2000년 서울시 주최의 미디어시티_서울(mediacity_seoul)의 ‘서브웨이 프로젝트(Subway project)’, 2006년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제(Busan Biennale Sea Art Festiva), 2010년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Incheon International Digital Art Festival)의 ‘모바일 아트(Mobile art)’, 2012년 여수세계엑스포(EXPO 2012 YEOSU KOREA) SK 파빌리온(Pavilion)의 아트디렉터를 맡아 국내외 대형전시들을 기획했다.
미술평론가 류병학은 1994년 <이우환의 입장들들(Positions of Lee Ufan)>(씨네월드), 1998년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금호미술관), 2001년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Our Distorted Her)>(아침미디어), 2002년 <이것이 한국화다(This is the Korean painting)>(아트북스) 등 50여권의 단행본이 있다.
연출가 류병학은 2001년 입체영화(three-dimensional film) <도자기전쟁(War of Ceramics)>의 시나리오 작가 및 감독, 2012년 아르코예술대극장에서 공연한 총체극 <더 라스트월 비긴스(The Last Wall Begins)>의 연출도 맡았다.
류병학의 대표적인 수상은 1990년 독일 금속노조상(IG Metall Prize), 2008년 노무현 대통령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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