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이 뭐냐고
미술평론가 류병학
“2021년 8월 17일 저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밀양에 위치한 안시형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안 작가의 작업실은 조형물을 제작하는 후배 작업장 귀퉁이에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그의 작업실은 여름이지만 냉방시설이 없어 매우 더웠다. 물론 그의 작업실에는 난방시설도 없다. 나는 친구 류병학에게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작가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물었다. 친구는 나에게 ‘작가의 작품을 소장해주면 작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작품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 Korea Art Revelation Co. Ltd., gallery R 황영배 대표의 <나의 컬렉션> 중에서
갤러리 R(황영배 대표)의 2024년 새해 첫 전시는 『R26/184』이다. 갤러리 R은 2022년 2월 5일 『R22』라는 전시타이틀로 개관전을 개최했다. ‘R22’는 갤러리 R 개관전에 초대한 22명의 작가를 뜻한다. 이번 갤러리 R의 기획전 『R26/184』에서 ‘R26’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갤러리 R에서 전시한 작가들 숫자이고, ‘184’는 갤러리 R의 소장품 숫자이다. 따라서 갤러리 R은 그동안 184점의 작품을 소장한 셈이다.
갤러리 R의 소장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 케이에이알(KAR) 법인 소장품이고, 다른 하나는 ㈜ KAR의 대표이사이면서 동시에 갤러리 R의 황영배 대표의 소장품이다. 나는 그 두 소장품을 ‘갤러리 R 소장품’으로 부르고자 한다.
나는 2021년 여름 33년 만에 고딩 친구들(황영배 정치학 박사와 법무법인 광장의 한원규 변호사 그리고 아주자동차대학의 김재민 겸임교수)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게 되었다. 당시 황 대표는 오랜 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나는 갤러리 R 개관전 전자도록인 『R22』 서문에서 밝혔듯이 황 박사의 지원으로 ㈜ KAR 설립과 출판사 KAR 등록 그리고 갤러리 R 개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머시라? 당신은 갤러리 R 개관전 전자도록인 『R22』를 보지 못했다고요? 갤러리 R 전자도록은 온라인 서점들(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에서 소장할 수 있다. 뭬야? 만약 내가 여기에 당시 전자도록에 언급한 갤러리 R 개관 비하인드 스토리를 부분이나마 인용해 준다면, 자기가 그 인용문을 읽고 전자도록을 소장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요? 조타! 갤러리 R이 22명 작가의 작품들을 소장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부분만 이곳에 인용해 놓겠다.
(33년 만에 서로 만난) “황영배 박사는 류병학 독립큐레이터에게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류 씨는 ‘전시기획과 평론(작가론)을 쓰고 있다’면서 ‘졸고(평론)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류 씨에게 평론 영어번역비를 어떻게 충당하는지 물었다. 류 씨가 ‘영어번역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뛰고 있다’고 답변하자, 황 박사는 ‘영어로 번역한 평론을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지 물었다. 류 씨는 ‘영어 평론을 전자 도록으로 출판하여 해외에 소개하고자 한다’고 답변하자, 황 박사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 영어번역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영어번역비를 지출하고 한글판과 영문판 전자도록을 발행할 수 있는 출판사도 등록할 수 있는 법인설립을 한원규 변호사에게 제안했다. 한 변호사는 황 박사에게 법인의 목적사업에 대해 물었고, 황 박사는 류 씨에게 영어번역비와 출판사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물었다. 류 씨는 ‘작가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작품구매와 갤러리 운영’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류 씨에게 전자도록을 발행할 22명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법인 이름으로 작품을 소장하자고 제안해, 4인방은 작년 8월 중순부터 갤러리 R 개관전이 열리기 직전인 2022년 1월 25일까지 22명 작가의 작업실을 한곳 한곳씩 방문해 작품들을 소장했다.”
황영배 대표의 첫 컬렉션은 <나의 컬렉션>에서 밝혔듯이 안시형 작가의 작품(들)이다. 황 대표는 갤러리 R을 개관하기 전인 2021년 8월 17일 안시형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그의 작업실은 폐기된 컨테이너를 개조한 것이라 후덥지근했다. 더욱이 그의 작업실에는 전기시설만 되어 있고 수도시설과 냉난방시설도 없어 작업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작업실에 있는 작품들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황 대표는 나에게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스토리지(storage)’ 건축에 관해 물었다. 국내 미술품 수장고는 대부분 국공립미술관이나 사립미술관 그리고 개인 컬렉터의 수장고로 국한된다. 그러나 대부분 수장고는 일명 ‘작품보관용’으로만 사용된다. 미술관의 수장고는 흔히 미술관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다. 따라서 수장고에 들어간 작품들은 전시되지 않으면 일반인은 볼 수 없다.
2018년 충청북도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가 개관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미술관과 정부·미술은행 소장품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내 최초의 ‘개방 수장고(open storage)’이다. ‘개방 수장고’는 미술관의 소장품을 수장한 상태로 관람자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방 수장고’는 미술관 관계자 외 일반인도 출입이 가능한 수장고라고 말이다.
국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소장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다. 따라서 국공립미술관의 ‘개방 수장고’는 방대한 양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장고의 보이지 않는 기능까지 알 수 있는 확장된 개념의 미술관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10월 대전시립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를 이어 ‘열린 수장고’를 개관한다.
하지만 나는 황 대표에게 ‘오픈 스토리지’보다 우선 작가의 작품활동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작품 소장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종이상자에 보관되어 있는 안시형의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황 대표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 난 다음 ‘상처’난 모난 돌을 사포로 갈아 ‘치유’한 그의 <강돌 만들기>(2007)와 그의 유일한 드로잉 작품인 <자화상>(2018)을 소장한다. 그리고 그는 ㈜ KAR 법인명으로 안시형의 <흑난>(2021)과 <이삭줍기>(2018)를 소장한다.
우리는 밀양의 안시형 작업실에서 청도에 위치 해있는 최상흠 작가의 작업실로 향했다. 최상흠의 작업실은 동네 마을창고를 개조한 것이었다. 나는 황 대표에게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기 전에 작가들의 작품들에 관한 자료를 미리 제공해 주었다. 따라서 황 대표는 사전에 작가들의 작품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한 다음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하고 작가들로부터 직접 답변을 들었다.
최상흠의 일명 ‘인더스트리 페인팅’은 완결된 작품만 보아서는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황 대표는 최상흠 작가에게 일명 ‘인더스트리 페인팅’ 제작과정에 대해 묻고, 최 작가는 황 대표에게 작품 제작과정을 현장에서 설명해 주었다. 황 대표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 정보를 토대로 작품 제작현장(작업실)에서 작가의 육성을 직접 듣고 소장할 작품들을 결정했다. 황 대표는 레드와 블루 그리고 그린으로 이루어진 최상흠의 <무제(UNTITLED)>(2021)을 소장하고, 그는 ㈜ KAR 법인명으로 레드 한 점인 최상흠의 <무제(UNTITLED)>(2021)을 소장한다.
2021년 8월 29일 나는 황 대표와 함께 행주산성에 자리 잡은 도수진 & 박정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도수진 & 박정기 작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위한 일종의 모델과 드로잉을 작업실에 연출해 놓았다. 황 대표는 그들에게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에 관해 물었고, 그들은 각기 성격이 다른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물론 도수진 & 박정기 작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은 모두 현실화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황 대표는 그들에게 ‘미완성의 프로젝트’에 관해 다양한 질문을 했고, 그들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발생하는 적잖은 문제점들에 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언급했다. 우리는 공공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나눴다. 그리고 황 대표는 그들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제안서들을 보고 듣고 현실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고 했다.
도수진 & 박정기 작가는 작업실이 협소한 까닭에 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다양한 작품들을 촬영한 디지털 자료들을 컴퓨터 모니터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황 대표는 그들의 디지털 자료들을 보고 소장할 작품들을 결정했다. 황 대표는 ㈜ KAR 법인명으로 도수진의 <방 I>(2010/2020)과 <방 II>(2010/2020) 그리고 박정기의 <섬 멜랑콜리아 I(Island Melancholia I)>(2010)과 영상작품 <창작의 열쇠(The Key To Creation)>(2019/2021) 시리즈 3점을 소장한다.
2021년 9월 10일 나는 황 대표와 ㈜KAR 이사들과 함께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 해있는 류제비 & 장경국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그들의 작업실은 2층 건물로 되어 있다. 1층은 장경국의 작업실이고, 2층은 류제비 작업실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작품들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하고, 그들은 답변했다. 황 대표는 류제비 작가에게 그림이 밝게 보이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류제비는 아크릴 물감의 특성과 함께 캔버스 표면처리에 대해 언급해 주었다.
류제비와 장경국은 30년간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경국의 작품들은 류제비의 작품들에 비해 수량이 적었다. 왜냐하면 장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적잖이 ‘파괴’했기 때문이다. 와이? 왜 그는 자신의 작품들을 ‘파괴’하는 것일까? 장 작가는 그 이유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들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황 대표는 류제비의 <명상>(2020)을 소장하고, ㈜ KAR 법인명으로 <별이 빛나는 밤>(2016)과 <소년과 풀잎>(2020) 그리고 <명상>(2020)을 소장한다. 그는 장경국이 그린 그림들 중에 파괴 예정인 그의 <몽상가>(2020)를 ‘구원’한다는 의미에서 소장하고, ㈜ KAR 법인명으로 <꿈>(2018)과 <활을 내려놓고>(2019) 그리고 <살아난 꽃>(2021)을 소장한다.
2021년 9월 24일 우리는 경기도 광주에 자리 잡은 김태헌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마당이 있는 김태헌의 작업실은 그가 직접 설계도면을 그리고, 김을 작가께서 건축해 주었다고 한다. 그의 작업실 뒤편에는 무갑산이 위치해 있다. 따라서 그의 작업실은 자연 속에 있는 셈이다. 그의 작업실에는 작품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우리는 김태헌의 미술세계 속에 있는 셈이다.
황 대표는 김태헌의 작업실에서 작품들을 보면서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고, 김태헌은 그의 질문에 답했다. 황 대표는 작업실에 보관되어 있는 3호 크기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종이 드로잉 작품들까지도 세심하게 보았다. 황 대표는 심사숙고 끝에 김태헌의 <붕붕-난>(2020)과 <붕붕-무대뽀>(2020)를 소장하고, ㈜ KAR 법인명으로 ‘한자공부’ 시리즈를 소장한다.
2021년 10월 7일 우리는 갤러리 R에서 만나 황 대표 차로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장지아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황 대표는 갤러리에서 작가들의 작업실로 이동하는 동안 사전에 검토한 작가들의 작품들에 관해 나에게 감상평을 말한다. 황 대표의 작품 감상평은 나날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그의 작품 감상평 중에는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 따라서 그의 감상평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물론 황 대표의 작품 감상평은 내가 이메일로 전달한 자료들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나는 그의 감상평을 듣고 현장(작업실)에서 작품을 직접 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우리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장지아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그녀의 작업실은 4층 건물의 3층에 위치 해있었다.
장지아의 작업실은 가운데 작업공간만 제외하고는 작품들로 가득했다. 그녀의 일명 ‘서서 오줌 누는 여자’ 사진 작품부터 ‘소가죽에 인두질로 드로잉’한 작품까지 보관되어 있었다. 황 대표는 장지아 작품들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고, 장 작가는 답변했다. 황 대표는 작품들을 살펴 본 다음 ㈜ KAR 법인명으로 소가죽에 인두질로 드로잉한 장지아의 대작 <란자-난초 향과 사향의 향(The ovum-The scent of orchids and the scent of musk)>(2017)를 소장한다.
2021년 10월 20일 우리는 서울특별시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이현무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이 작가는 거주공간인 아파트에서 사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작가는 우리를 위해 작품들 몇 점을 아파트 거실에 연출해 놓았다. 우리는 이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사진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 대표는 이 작가의 독특한 사진 작품 제작과정에 대해 질문하고, 이 작가는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다.
황 대표는 이 작가의 작품들을 세심하게 본 다음 ㈜ KAR 법인명으로 이현무의 사진 작품 6점을 소장한다. 이현무의 <deepdarkness_Juili Boselino>(2012)와 <Flower_chrysanthemum #3>(2012) 그리고 <Unfound Planets : HM-1984L>(2014)와 <Still Life_Bulb>(2012) 또한 <Still Life_Golf Tee #115>(2019)와 <Rorschach_hyunmoo #5>(2012)가 그것이다.
2021년 11월 4일 우리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 해있는 김을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김을 작가의 작업실은 2층 건물이었다. 그런데 그 2층 건물은 김을 작가가 직접 건축한 것이란다. 김 작가는 한때 목수로 일하기도 했단다. 그는 2층 건물의 1층을 작업실로 그리고 2층을 거주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김을 작가의 1층 작업실은 마치 ‘만물상’처럼 보인다. 그의 작업실에는 작품들뿐만 아니라 작품제작에 사용될 각종 오브제로 가득했다. 오브제들은 장난감 트럭에서부터 장난감 비행기 그리고 인형 또한 마네킹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그의 작업실은 작은 입체 작업을 하는 곳과 페인팅을 하는 곳 그리고 드로잉 하는 곳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그는 작업실 밖 마당에서 일명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 작품을 하고 있었다.
김을의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는 일종의 건축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건축물(스튜디오)은 김을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관객이 그 건축물(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난다. 김을은 스튜디오 안에 또 다른 작품들을 연출한 셈이다. 따라서 그의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는 하나의 작품인 셈입니다. 황 대표는 김을 작가의 작품들로 가득한 스튜디오 작품을 보고 감탄한다.
김을은 우리에게 응접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의 응접실에도 작품들로 가득했다. 황 대표는 응접실에 연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다가 사막에서 자신의 작품을 끌고 가고 있는 작품에 홀딱 반했다. 황 대표는 김을 작가에게 그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을 작가는 그 작품을 ‘비매품’이라고 말하면서 황 대표에게 소장할 작품으로 그의 대작 ‘비욘드 더 페인팅’을 추천했다. 그래서 황 대표는 ㈜ KAR 법인명으로 김을의 <비욘드 더 페인팅 17-14(Beyond the painting 17-14)>(2017)을 소장한다.
2021년 11월 16일 우리는 청주에 위치 해있는 홍명섭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홍명섭의 작업실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었다. 홍명섭 작가는 주로 전시할 공간을 대상으로 설치작업을 한다. 따라서 그의 설치작품은 전시하는 장소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의 설치작품들은 예술가의 창작 과정이 행해지는 사적 공간인 스튜디오가 아닌 작품이 설치되는 전시공간인 일명 ‘포스트-스튜디오(post-studio)’ 작업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그의 설치작품들은 일정 기간 전시된 후 전시가 끝나면 해체된다.
그런 까닭에 홍명섭의 작품들 주로 작품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우리가 방문한 홍명섭의 주택에는 단 한 점의 작품만 벽면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은 종이에 연필 가루(흑연)로 작업한 ‘토폴로지컬 플레인(topological plane)’이다. 우리는 홍명섭 작가와 미술계 전반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홍명섭은 작가뿐만 아니라 미술평론가 그리고 미술대학 교수 또한 청주시립미술관 관장도 역임했다. 그래서 황 대표는 홍명섭 작가에게 작품세계 이외에도 미술계 전반에 관해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고, 홍명섭은 답변해 주었다.
홍명섭은 황 대표에게 갤러리 운영에 대한 태도를 물었고, 황 대표는 갤러리 운영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황 대표는 저평가된 국내의 작가들 발굴 및 조명, 국제 미술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작가들 발굴 및 조명, 국제 미술시장 개척 및 진출을 지향하고자 ㈜ KAR과 출판사 KAR 그리고 갤러리 R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홍명섭은 황 대표의 태도에 대해 감탄하면서 갤러리 R의 번영을 바란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홍명섭의 자택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홍명섭의 <토폴로지컬 플레인(topological plane)>(1982~2019)를 ㈜ KAR 법인명으로 소장한다.
2021년 11월 23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위치 해있는 하봉호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하봉호 스튜디오는 1994년 설립한 빛과 사진을 만드는 집단 ‘하와모두(hawamodu)’ 내에 있다. 자동차 전문 조명 및 촬영회사로 문을 연 ‘하와모두’는 V.R제작, 국내 및 해외 로케이션, 컴퓨터 그래픽(Computer Graphic) 작업 등을 통하여 축적된 노하우(Know-how)와 디지털 프로세싱 솔루션(Digital Processing Solution) 구축으로 비주얼 작업의 기획에서 제작까지 토탈 솔루션 서비스(Total Solution Service)를 제공하는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부티크(Digital Creative Boutique)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봉호는 우리를 위해 신차를 촬영하는 거대한 백색의 스튜디오에 자신의 사진 작품들을 연출해 놓았다. 그의 사진 작품들은 한결같이 대작들이었다. 우리는 그의 거대한 사진 작품들 앞에서 감탄사를 남발했다. 황 대표는 하봉호의 작품세계에 대해 물었고, 하봉호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말해 주었다. 황 대표는 심사숙고 끝에 ㈜ KAR 법인명으로 하봉호의 <레드 시그널 시드니 #008(RED SIGNAL SYD #008)>(2007)을 소장한다.
우리는 경기도 곤지암의 하봉호 스튜디오에서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 해있는 손현수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그녀의 작업실은 상암동의 오피스텔 건물 내에 있었다. 손 작가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KBS에서 방영되었던 TV동화 『행복한 세상』 애니메이션 작가로 잘 알려졌다. 그녀는 미술뿐만 아니라 방송과 광고 그리고 공연 또한 영화 등 전방위적 활동을 하는 멀티아티스트이다. 2017년 그녀는 영화 『안시성』(영화사 수작) 콘티 작업을 시작으로 영화 컨셉아트와 기획일을 겹하고 있다.
손현수의 작업실 벽면에는 다양한 모습의 일명 ‘캔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그녀의 작업실에는 그녀의 신작 <애니_스마일(AniSmile)>도 이젤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황 대표는 손 작가에게 ‘캔디’ 작업을 하게 된 이유를 묻고, 손 작가는 미대 시절부터 ‘캔디 만화’를 좋아해서 그리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표는 ㈜ KAR 법인명으로 손현수의 <애니_스마일(AniSmile)>(2019)을 소장한다.
2021년 12월 7일 우리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이유진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이 작가의 작업실은 2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작품제작을 하는 작업실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 쇼룸과 거주공간이다. 그녀의 쇼룸에는 섹시한 여성 누드 조각들로 가득했다. 그것은 서구 명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비너스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 작가에게 여성 누드 조각들의 제작과정에 관해 물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작품을 제작하는 작업실로 안내했다.
이 작가의 작업실에는 작업 중인 다양한 인체 작품들로 즐비했다. 어떤 작품은 석고로 제작한 것도 있었다. 거대한 눈물방울이나 같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작업은 석고로 제작되어 있었다. 황 대표는 이 작가에게 석고로 제작한 작업을 보면서 완성된 것인지 물었다. 이 작가는 그 석고 조각을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전 단계 작업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의 조각은 ‘라이프 캐스팅(Life casting)’을 통한 작품입니다. 저기 보이는 비너스 포즈 석고 조각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카소(Pablo Picasso)의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1907)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여성 중 두 팔을 머리 뒤로 젖히고 있는 여성의 포즈를 차용한 것입니다. 저는 작품제작에 앞서 피카소의 그림에 그려진 여성의 몸매에 어울리는 모델을 선정합니다. 저는 선정한 모델에게 피카소 그림에 그려진 여성의 포즈를 부탁드립니다. 모델이 포즈를 취하면 석고로 캐스팅(Life casting)을 합니다. 저는 여성의 몸을 캐스팅한 석고 조각을 틀로 만듭니다. 그 틀에 FRP 액체를 부어 굳은 다음 떠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FRP로 떠낸 조각에 채색합니다.”
황 대표는 이 작가에게 피카소 그림 속의 여성과 현실의 모델 사이에 ‘차이’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 작가는 모델 섭외 시 세심하게 고려하지만 완벽한 모델은 현실에서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녀는 모델을 라이프 캐스팅한 다음에 신체 부위들을 ‘성형’하기도 한단다. 이를테면 그녀는 발목과 목 부위를 늘린다든지, 허벅지와 복부 그리고 히프를 탄력 있게 만든다든지 혹은 얼굴의 형태를 교정한다고 말이다. 황 대표는 쇼룸에서 보았던 이유진의 <어머니의 배>(2020)를 소장하고, ㈜ KAR 법인명으로 이유진의 <The Flesh Denaturing>(2007)을 소장한다.
2021년 12월 13일 우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강진이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강 작가의 작업실은 4식구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작은 방이었다. 그녀의 작업실에는 책상과 의자가 있고 구석에 이젤이 세워져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캔버스를 펼치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책상에는 노트북이 있는데, 그 노트북으로 그림일기를 쓴다고 한다. 2023년에 출판된 강진이 작가의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은 한동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있기도 했다.
강 작가는 독실한 천주교인이다. 따라서 그녀의 그림들 중에는 종교에 관한 그림도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황 대표는 강 작가의 종교 그림에 관해 질문을 하고, 강 작가는 답변을 한다. 황 대표는 강진이의 <여름신앙학교>(2014)를 소장하고, ㈜ KAR 법인명으로 강진이의 회화 4점을 소장한다. 강진이의 <목련나무 아래서>(2019)와 <은행나무>(2018) 그리고 <불꽃놀이>(2020)와 <유치원 가는 길>(2013)이 그것이다.
2021년 12월 21일 우리는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박기원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박 작가의 작업실은 2층 건물의 1층에 위치 해있다. 2층은 박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수장고였다. 박기원은 주로 설치작품을 한다. 그의 설치작품은 구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시(詩)적이다. 그는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나 공간에 주목한다. 따라서 그는 전시공간을 ‘작품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오히려 ‘공간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을 지향한다. 따라서 그의 설치작품은 어느 곳에서나 전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박기원은 주로 부피감이 적고 가벼운 일상적인 ‘레디-메이드’들로 수작(秀作)들을 제작했다. 쓰레기봉투에 쓰이는 노랑 투명비닐이나 볼펜 심지에 들어있는 얇은 철실 그리고 시트지와 사선 테이프, 얇은 무늬목과 얇은 플라스틱 거울 또한 투명 에어튜브와 클로스 볼 등이 그것이다. 물론 그는 투명 바니쉬(varnish)도 사용했다. 그는 자연의 빛뿐만 아니라 인공조명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또한 공기의 흐름인 바람도 차용했다. 그는 주어진 장소에 최소한의 재료들로 장소의 특성을 고려하여 장소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설치작품들을 제작한다.
물론 박기원은 평면 작품도 한다. 2002년부터 시작한 그의 ‘넓이’ 시리즈와 ‘수평’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의 평면 작품은 한지나 캔버스에 유채나 오일스틱으로 작업한다. 나는 박 작가에게 평면 작품을 볼 수 없는지 물었다. 박 작가는 우리에게 한지에 유채로 작업한 ‘넓이’ 시리즈와 ‘수평’ 시리즈를 보여주었다. 황 대표는 ㈜ KAR 법인명으로 박기원의 드로잉 4점을 소장한다. 박기원의 <넓이 13(Width 13)>(2017)과 <넓이 25(Width 25)>(2018) 그리고 <수평 8(Horizontality 8)>(2021)과 <수평 13(Horizontality 13)>(2021)이 그것이다.
2021년 12월 29일 우리는 충청북도 진천군 공예마을에 위치한 손부남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손 작가의 작업실은 2층 건물의 1층에 위치 해있고, 2층은 거주공간이었다. 거대한 그의 작업실은 작품들로 가득했다. 그의 회화는 마치 암각화를 연상케 한다. 왜냐하면 그의 그림은 물감으로 적잖은 레이어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회화에는 인물뿐만 아니라 새와 꽃 등 자연의 소재를 마치 기호처럼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그런데 그는 우리에게 사랑채에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손부남의 작업실에는 아담한 정원이 있다. 그 정원 한편에 사랑채가 있다. 그런데 손부남의 사랑채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알고 보니 그 사랑채는 철거된 절의 목재들을 옮겨와 건축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사랑채 안에서 우리에게 차를 권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사랑채 문들을 통해 밖의 풍경을 즐겼다. 그는 황폐한 터에 오랜 기간에 걸쳐 각종 나무와 꽃들 그리고 돌들로 정원을 조성해 놓았단다. 내가 사랑채 안에서 문을 통해 바라본 정원의 풍경은 마치 수많은 레이어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손부남의 회화에 등장하는 ‘중첩’이 바로 그의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그 풍경이다. 그리고 그의 화폭에 간결하게 그려진 식물들의 모습은 다름아닌 그의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세심하게 보고 단순화시킨 것이다. 황 대표는 손부남의 작품들을 세심하게 감상한 후 ㈜ KAR 법인명으로 손부남의 <사랑>(2011)과 <바람은 어디서 올까>(2019)를 소장한다.
우리는 충북 진천 공예마을에서 충남 대전에 위치한 목원대학교로 향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목원대 미대에 있는 허구영 교수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로 선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허 작가의 작업실은 미대 교수실이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작품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작업실 곳곳에 일명 ‘황금 회화’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말하는 ‘황금회화’는 기존 그림에 ‘금박’을 입힌 것을 뜻한다.
허구영의 ‘황금 회화’ 중 한 점은 경첩을 이용하여 설치되어 있었다. 따라서 관객이 그 ‘황금 그림’의 뒷면을 볼 수 있다. 허구영은 ‘황금 그림’ 뒷면에 한 장의 사진을 인화하여 부착해 놓았다. 오잉? 그 사진은 허구영의 목원대 교수작업실 광경을 촬영한 것이 아닌가. 그 사진은 허구영의 회화들에 금박을 입히기 전의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사진을 통해 금박을 입힌 회화의 이전 모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2019년 허구영은 아르코미술관의 개인전에 ‘황금 회화’들을 처음 선보였다. 물론 그는 당시 전시에 황금 회화 이외에 금박을 입힌 붓과 담배꽁초도 전시해 놓았다. 허구영은 당시 전시에 설치된 그의 <벽-작업실(The wall-studio)>(2019)을 촬영한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황 대표는 ㈜ KAR 법인명으로 허구영의 설치작품 <The Wall-My Studio>(2019)를 소장한다.
2022년 1월 25일 우리는 김포시 강화군에 위치한 이기본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그의 스튜디오는 2층 건물의 1층에 위치해 있었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암실도 조성되어 있었다. 암실에는 다양한 약품들도 있었는데, 그것은 모두 컬러사진을 인화할 때 사용되는 약품들이란다. 그리고 암실에는 마치 복사기처럼 생긴 처음 보는 기계도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컬러 확대기였다. 그 기계에는 시안(C), 마젠타(M), 엘로우(Y) 값을 조절할 수 있는 필터도 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아날로그 인화는 네가티브로 기록된 필름을 C, M, Y 값의 필터를 거친 빛을 통과시켜 인화지를 노광시키고, 약품 처리하여 필름에 있는 상을 인화지에 프린트한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이기본의 컬러사진이 컬러사진의 메커니즘을 몸으로 습득하여 탄생한 것임을 알려준다. 따라서 이기본은 아날로그 컬러사진의 특성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특성을 잘 살린 사진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누군가 이기본의 사진 세계를 엿보고자 한다면, 그/녀는 '매체로서의 컬러사진'에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물론 사진 작품은 박식한 지식과 기술만으로 작업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작가에게 자기만의 작품세계, 즉 독특한 감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기본의 사진 작품들을 보고 난 다음 ㈜ KAR 법인명으로 일명 ‘파쓰리’(양파, 대파, 쪽파) 작품 3점을 소장한다. 이기본의 <21863>(2018)과 <21867>(2018) 그리고 <21953>(2019)이 그것이다.
우리는 김포시 강화군의 이기본 작업실에서 충북 옥천으로 향했다. 옥천에 위치한 탁영호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탁 작가의 작업실은 목조로 건축된 2층 단독주택이었다. 물론 그는 그 집에서 거주하면서 작업도 하고 있다. 탁영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였다. 그는 1980년대 초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할 때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가톨릭농민회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을 찾았는데, 그는 고등학교 때 미술부에서 그림을 그렸던 것을 계기로 전단지와 대자보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단다. 당시 그의 단 컷을 본 어느 선배가 그에게 이야기 있는 만화를 그려보라고 제안한다. 그는 1982년 단편만화 『학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만화작업을 시작한다.
탁영호의 작품(만화)들은 대부분 실제 '사건'들을 토대로 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사건들을 극적으로 표현(연출)해 놓았다. 와이? 왜 그는 사건을 극적으로 연출해 놓은 것일까? 만약 당신이 탁영호의 <꽃반지> 앞에 서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나 현실의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리얼리티를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탁영호의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하자면 그는 리얼리티를 허구 속으로 스며들게 하고, 허구가 리얼리티 속에 정착되게 다양한 예술의 특성을 도입했다고 말이다.
탁영호의 <도바리>(2016)와 <꽃반지>(2014)는 펜이 아니라 붓으로 그린 것이다. 그런데 그는 같은 붓이지만 작품의 내용을 고려해 전혀 다른 필치로 작업해 놓았다. 이를테면 그는 <도바리>를 거칠게 표현한 반면, 그는 ‘소녀상’ 이야기인 <꽃반지>를 부드러운 필치로 그려놓았다. 탁영호는 우리에게 신작 <지비>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언 듯 보면 목판화로 보인다. 그런데 그것은 한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섬세하게 그린 그림이란다. 따라서 그의 <지비>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만화와 차이가 있다. 차라리 그의 <지비>는 만화와 회화의 경계에 놓여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우리는 탁영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황 대표는 2층으로 올라가던 중 2층 계단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독특한 작품 <매롱(梅弄)>(2019)을 보고 탁영호에게 판화 작품이냐고 묻는다. 탁영호는 붓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답변한다. 황 대표는 탁영호의 <매롱>을 소장하고, ㈜ KAR 법인명으로 탁영호의 <지비>(2022)를 소장한다.
2022년 2월 5일 갤러리 R은 개관전 『R22』를 개최한다. 우리는 개관전 전에 22명 작가의 작업실을 모두 방문하고자 했지만 2명의 작가 작업실을 방문하지 못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해민 작가와 제주에서 작업하는 이유미 작가가 그들이다. 김해민 작가는 미디어아트를 작업한다. 따라서 그는 작업실에서 자신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보여줄 수 없다면서 동영상을 이멜로 보내주었다. 황 대표는 ㈜ KAR 법인명으로 김해민의 <R.G.B Cocktail-장남과 소녀>(2022)을 소장한다.
그리고 이유미 작가의 작업실은 제주도라는 점에서 개관전을 열리고 있는 시기에 방문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갤러리 R 개관전에 출품한 이유미의 작품들 중에서 한지로 제작한 ‘한지-조각’에 오닉스들을 접목시켜 현무암 위에 설치한 <검은 숲에서>(2022)를 ㈜ KAR 법인명으로 소장했다. 2022년 2월 22일 우리는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제주에서 작업하는 이유미의 작업실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황 대표는 이유미 작업실에서 ‘한지-조각’에 진주들을 접목시켜 현무암 위에 설치한 <나의 고통이...>(2021)를 소장한다.
갤러리 R 개관전 『R22』에는 그동안 작업실을 방문했던 22명 작가의 작품들로 전시되었다. 나는 본문에서 갤러리 R 개관전 『R22』를 시작으로 작년 겨울까지 기획했던 전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나는 갤러리 R이 아닌 인천 차 스튜디오(CHA studio)와 대전 스페이스 테미(space TEMI)에서도 전시를 기획했다. 황 대표는 갤러리 R의 기획전들에 출품된 작품들 중에서도 적잖은 작품을 소장한다. 따라서 나는 갤러리 R에서 그동안 전시했던 26명 작가의 작품들을 소장한 황 대표의 소장품 이미지들도 이곳에 제공하고자 한다.
황 대표는 갤러리 R의 소장품들을 창고에 ‘생매장(보관)’시키기보다 일상공간에서 살아 숨 쉴 수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는 갤러리 R 개관전이 한창 열리고 있던 2월 15일 갤러리 R 소장품들 중에서 류제비의 <명상 II>(2020)와 최상흠의 <무제(UNTITLED)>(2021) 시리즈 3점을 황 대표의 형님 집에 그리고 최상흠의 <무제(UNTITLED)>(2021) 시리즈 1점을 황 대표의 누님 집에 설치해 놓았다.
갤러리 R 개관전 『R22』는 2월 5일 오픈하여 3월 6일까지 전시되었다. 나는 개관전이 끝난 3월 10일 황 대표 집에 소장품 일부를 운송하여 설치했다. 그리고 3월 14일 갤러리 R의 소장품인 26.5인치 블루캔버스에 담은 하봉호의 애니메이션 <달밤의 사자>(2022)를 합정동 신한은행 고객 접견실에 설치해 놓았다. 또한 나는 11월 10일 갤러리 R의 소장품 일부를 평창에 있는 황 대표 형님 별장에 설치해 놓았다. 나는 이곳에 황 대표 집과 황 대표의 형님 평창 별장에 설치된 작품들 사진들을 제공해 놓는다. 나는 에필로그에서 갤러리 R의 소장품 전시인 『R26/184』에 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