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 사람의 메시지에 명중됐다
《메신저》는 《공피고아》, 《처신》의 이남훈 작가가 16년간의 저술 경험을 토대로 ‘메시지의 힘’을 통찰한 책이다. 그는 ‘메시지’의 중요함을 알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시대를 이끈다고 말하며, 메시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을 ‘메신저’라고 정의했다.
메신저는 메시지를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알며, 그 능력으로 인해 업에서 인정받고 많은 대중의 지지를 얻고 시대와 역사의 흐름마저 좌우했던 사람들이다.
단 하나의 메시지로 독일 통일의 초석을 마련한 빌리 브란트, 흑인 인권 운동의 비전과 방향을 정립한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개인의 삶을 의미 있는 사연으로 재발견한 오프라 윈프리, 약자의 시선에서 말하는 손석희, 눈높이에 맞는 메시지를 전할 줄 아는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과 같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의미 있게 다룰 줄 아는 메신저라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저자 이남훈 작가는 메신저들이 사용한 메시지 전달의 기술을 T. R. D. 법칙으로 정리했다. Trigger(격발)-Remind(연상)-Diffusion(확산) 과정을 거쳐야 메시지가 상대방의 머리와 가슴에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향기를 퍼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힘’
《메신저》는 크게 세 개의 부로 나누어 메신저들의 메시지 전달 법칙을 알려준다. 1부 <메신저, 트리거의 마술사>들은 ‘격발의 법칙(Trigger)’을 설명한다. 메시지가 상대방의 머리와 가슴에 적중하기 위한 조건과 방법을 알려준다. 2부 <메신저, 리마인드의 달인들>은 ‘연상의 법칙(Remind)’을 분석한다. 메시지의 씨앗을 전하고 수신자가 스스로 꽃을 피우도록 만드는 ‘연상의 힘’을 알려준다. 3부 <메신저, 디퓨전의 혁신가들>은 ‘확산의 법칙(Diffusion)’을 담았다. 격발과 연상으로 전해진 메시지가 스스로 확장하고 확산하기 위해 필요한 메신저의 역할을 제시한다.
1부는 ‘격발의 마술’을 부리는 메신저들이 등장한다. 루스벨트의 대선 전략을 짰던 선거운동본부장은 대화의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그는 무단으로 사용한 사진의 사진작가에게 사과 대신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기부금까지 받아냈다. ‘빼빼로’를 히트시킨 마케터는 ‘다이어트’를 대체할 키워드로 ‘우정’을 지정했고 그의 통찰력 덕분에 ‘빼빼로’는 출시된 지 20년 만에 히트상품이 되었다. 메이지 유신의 화신(化身) 사카모토 료마는 번과 막부의 이름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모두 일본인’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메이지 유신을 이룩했고, 흑인 인권 운동의 아버지 마틴 루터 킹은 참담한 현실을 인내하는 흑인들에게 ‘I have a dream'이라는 한 문장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미국인에게 흑인과 백인이 함께 행복한 세상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처와 리콴유는 메신저 스스로 단호한 명제를 가지고 있어야 메시지도 힘을 갖고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재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비전 제시, 편견을 뛰어넘어 화합의 장을 만들자는 프레임의 확장, 수신자가 부정이 아닌 긍정을 보게 만드는 것이 ‘격발의 마술사’가 되기 위해 메신저가 갖춰야 할 요건이라고 전하고 있다.
2부는 ‘리마인드의 달인’이 된 메신저들이 등장한다. 게티즈버그 연설로 유명한 링컨은 5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게티즈버그를 연설 무대로 정함으로써 대중에게 전쟁의 참상과 희생자들의 정신을 연상시켜 자신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복지 제도를 안착시킨 타케 에를란데르는 세금 징수 확대를 반대하는 국민에게 ‘국가는 국민의 집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가에 내는 세금이 곧 자신의 집에 대한 투자라는 메시지로 국민을 설득했고 오늘날의 스웨덴이 복지 국가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기틀을 마련했다. 브라질의 대통령이었던 룰라는 2016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리우데자네이루가 최하위의 평가를 받자 ‘남미에서 올림픽이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이용해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의 42대 대선에서 조지 부시와 빌 클린턴이 맞붙었을 때 클린턴의 선거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전쟁 영웅’으로 승리가 확실시되는 부시에 맞서 맥락을 비트는 키워드(It’s Economy, stupid!)를 활용해 선거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덩샤오핑은 이념과 계급투쟁으로 대립하는 사람들의 프레임을 바꾸는 메시지를 전해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는 ‘중국식 사회주의’ ‘실사구시파’ 등이 있다.
‘연상의 힘’이 위대한 이유는 메시지가 발아된 상태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의 형태로 전해진 메시지가 상대방의 가슴에서 발아한다는 것이다. 수신자가 메시지를 키워내기 때문에 다른 설득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메시지의 힘이 오래간다.
3부는 확산의 혁신가들이 된 메신저를 살펴볼 수 있다. 메신저와 메신저가 만나 서로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사례로 픽사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등장한다. 픽사는 존 라세터, 애드윈 캣멀이 스티브 잡스라는 메신저를 만나면서 3D 애니메이션의 꽃을 피운 이야기를 다룬다. 지브리는 스즈키 토시오가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나 메신저로서 공명(共鳴)하는 과정과 <원령공주>와 <털 요괴 보로>가 경합을 버릴 때 스즈키 토시오가 <원령공주>를 먼저 진행하도록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전한 메시지가 등장한다. 노르웨이의 생방송 프로그램 <후티그루텐>이 48퍼센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6박 7일(134시간)의 생방송으로 전한 참여의 메시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집트 민주화 혁명의 초석이 된 구글 직원 와엘 고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3일 만에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만들었고, 그의 ‘오프라인 시위’ 제안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서 이집트 혁명은 불이 붙었다. 그가 SNS로 전한 메시지와 운용 방식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메신저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다. 홈쇼핑에서 처음으로 보험을 판매했던 장영재 쇼 호스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심야에 편성된 보험 판매 방송에서 보험의 상품성보다는 방송을 보고 있을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대박을 칠 수 있었다.
격발과 연상의 단계를 거친 메시지도 수많은 메시지의 간섭으로 어느 순간 그 생명을 다할 수 있다. 메신저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확장, 확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메시지를 더해 메시지의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한다.
누구나 메신저가 될 수 있다
생업의 현장에서 꼭 필요한 소통의 기술. 그러나 정작 내 말과 글이 먹힌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련된 논리, 감성 어린 호소가 담긴 말과 글임에도 불구하고 “네 말 잘 알겠는데, 그래도 내 말대로 해”라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반려되는 기획서와 보고서, 안 팔리는 홈쇼핑 상품과 강연 티켓, 안 읽히는 기사와 책은 상대방으로부터 대부분 비슷한 피드백을 받는다. “야마가 없다”, “핵심이 뭐냐?”, “장황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등등. 이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메시지가 없다’는 말이 된다.
저자는 조직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리더, 대중과 교감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신상품을 준비하는 기획자와 개발자, 고객에게 상품의 가치를 알려야 하는 마케터와 유통업자를 비롯한 ‘소통의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메신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업의 의미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상품의 가치를 구성원과 고객에게 반드시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 《메신저》는 메시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수많은 메신저의 사례를 통해 ‘무엇이 메시지가 되는가?’, ‘메시지는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를 살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내 말은 먹히는가’, ‘내 글은 읽히는가’, ‘내 메시지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