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리사가 왕을 사랑한 방법
문학은 종종 시간 여행의 한 형태다. 「리사가 왕을 사랑한 방법」은 그 여행이 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14세기 이탈리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서 태어나, 19세기 조지 엘리엇의 손에서 다시 빚어져, 이제 21세기 한국 독자들에게 건너온다. 6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른 이 여정 자체가 이미 매혹적이지 않은가.
조지 엘리엇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 문학의 거장이다. 본명 메리 앤 에반스(Mary Ann Evans)로, 여성 작가로서의 편견을 피하기 위해 남성 필명을 사용했다. 그녀의 대표작 「미들마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은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 방대한 소설들로 유명한 엘리엇이 이 작품에서는 고전적인 서사시 형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장르의 전환, 그것은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요구하는 필연적 선택이었다.
이 서사시는 중세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부유한 상인의 딸 리사는 우연히 마상 시합에 참석한 아라곤의 페드로 왕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계급의 장벽이 있다. 사랑의 병으로 시들어가던 리사는 궁정 음유시인 미누치오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노래를 왕에게 전한다. 감동한 왕은 리사를 직접 방문하고, 그녀의 내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인식한다. 왕은 리사에게 적합한 남편을 주선하고, 그녀는 왕의 인정만으로도 행복을 찾는다.
줄거리만 들으면 단순한 동화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엘리엇이 이 단순한 이야기에 불어넣은 심리적 깊이와 철학적 성찰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정신의 고귀함과 내적 성장에 관한 우화다.
엘리엇은 리사의 사랑을 단순한 로맨틱 감정이 아닌, 일종의 영적 각성으로 그린다. "마치 신성한 의식이 잔디가 깔린 제단 주위나 돌 지붕 아래에서 사랑하고 경배하는 마음에서만 신성함을 이끌어내듯이" 리사의 사랑은 그녀를 고양시키고 변화시킨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사랑, 즉 소유와 충족을 향한 욕망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엄격한 계급 사회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왕이 리사에게 하는 말을 보자: "그렇게 달콤한 처녀는, 자연의 고유한 휘장으로 배열되어, 비록 그녀가 홍수 이래로 계속 팔고 물물교환한 순수한 무역 혈통에서 왔더라도, 어두운 땅에서 태어난 빛나는 보석들의 자급자족적이고 단일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이 구절은 진정한 가치가 외적 조건이 아닌 내적 자질에서 온다는 엘리엇의 휴머니즘적 믿음을 담고 있다.
이 의역본은 원작의 서사시 형식을 현대 한국 독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산문체로 전환했다. 그러나 원작의 시적 아름다움과 음악성은 최대한 보존하려 했다. 특히 미누치오가 부르는 노래 부분은 원작의 운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옮겼다. 또한 중세 시칠리아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자연스럽게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이야기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책에는 또한 작품의 문학적, 역사적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한 '작품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해설은 엘리엇의 생애와 문학적 배경, 작품의 주제의식, 그리고 현대적 의의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특히 엘리엇이 이 작품에서 어떻게 전통적 서사시의 관습을 비틀어 여성의 내면세계를 중심에 놓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19세기 문학사에서 갖는 혁신적 의미가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한다.
이 책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오래된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인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는 자기 전시와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세계에서 리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리사가 경험한 사랑은 소유나 성취가 아닌, 내적 변화와 영적 성장의 과정이다. 그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마음은 선택할 때 자신의 공덕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끌어당기는 그 위대한 공덕을 선택합니다." 이 구절은 사랑의 근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우리는 왜 특정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가? 그것은 종종 우리의 의지나 합리적 판단을 넘어선다. 엘리엇은 사랑의 이런 불가항력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충동이나 욕망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사랑을 정신적 인식과 도덕적 성장의 기회로 본다.
이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내는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는가? 우리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회적 제약 속에서 어떻게 자아를 실현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6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 삶의 중심에 있다.
좋은 책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한다. 「리사가 왕을 사랑한 방법」은 그 명제를 증명하는 작품이다. 엘리엇이 보카치오의 이야기에서 발견한 무언가가 그녀의 시대에 여전히 유효했듯이, 엘리엇이 그려낸 인간 정신의 고투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공명한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6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서, 아마도 당신은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당신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문학의 마법이다. 그리고 「리사가 왕을 사랑한 방법」은 그 마법이 특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작품이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