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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나무, 아르미 상세페이지

떠돌이 나무, 아르미

  • 관심 1
소장
전자책 정가
9,900원
판매가
9,900원
출간 정보
  • 2026.07.01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PDF
  • 82 쪽
  • 3.0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99730755
UCI
-
떠돌이 나무, 아르미

작품 정보

“떠나온 길 끝에서,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나였다.”

공항 창밖으로 낯선 나라의 하늘이 펼쳐지던 순간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취업비자 만료를 겨우 몇 주 앞두고, 우리 가족은 캐나다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여정이었는데도, 막상 그 하늘 아래 서니 가슴 한쪽이 서늘했다.

낯선 땅에서 나는 또 한 번, 인생에서 몇 번이고 반복해 온 그 일을 해야 했다. 처음부터 나를 소개하는 일. 처음부터 다시, 뿌리내리는 일. 비행기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나는 오래된 감각 하나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열두 살 무렵, 낯선 교실 문 앞에 서 있던 감각이었다. 담임선생님 뒤에서 새 반 아이들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서 있던 그 아이의 심장 박동이, 서른몇 살의 내 가슴속에서 똑같이 뛰고 있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몸은 잊지 않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은 늘 그런 식이었다. 목회자의 딸로 태어나 여러 번 이사를 다녔고, 그때마다 나는 전학생이었다. 새 학기, 새 교실, 낯선 얼굴들. 쉬는 시간 고무줄을 할 줄 몰라 혼자 엎드려 있던 아이.

함께 밥 먹을 친구가 없어 컵라면을 끝내 혼자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야 했던 아이. 나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매번 새로운 곳에서 나를 다시 세워야 했다. 그 세움의 방식은 매번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은 늘 혼자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온 시간이 나를 무너뜨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은 내 안에 무언가를 조용히 쌓아가고 있었다. 사람의 표정을 읽는 눈, 마음의 결을 헤아리는 감각,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도 자신을 지탱하는 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힘까지도.

나는 흔들리면서, 자라고 있었다. 옮겨심길 때마다 새로운 땅에 다시 뿌리를 내려야 했던 나무처럼. 뿌리는 매번 얕아 보였지만, 사실은 매번 서서히 내 마음 더 깊은 곳으로 뿌리내리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을 '떠돌이 나무, 아르미'라 지은 것도 그래서다. 나무는 스스로 걸어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삶은 늘 옮겨지고, 뽑히고, 다시 심어지기를 반복했다. 뿌리를 온전히 내렸다고 느낄 틈도 없이 또 다른 땅으로 옮겨가야 했던 시간.
그 안에서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정말 자라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흔들리고만 있는 걸까. 결혼한 지 10여 년이 지나 정착한 새로운 집의 낯선 천장을 올려다보며 그 질문을 몇 번이고 되뇌던 밤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느꼈던 그 모든 순간에도, 나는 분명히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사랑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고, 나 자신을 배우면서.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낯선 나라에서 다시 전학생이 되고, 부부로서 가장 아픈 시간을 통과하고,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게 되기까지 — 그 모든 계절이 지금의 나를 빚어냈다.

'아르미'는 내 이름 '아름'에서 시작된 말이다. ‘아’는 밝고 맑은 빛, ‘르’는 흐름과 성장, ‘미’는 아름다움을 뜻한다. 나는 늘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써 내려가며 깨달았다. 아름다움은 어딘가에 도달해야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며 걸어온 그 모든 길 위에 이미 있었다는 것을.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 목적지가 아니라 걸음걸음이 아름다움이었다는 것을.

결혼 후 나는 직업군인의 아내가 되었고, 2, 3년마다 또다시 짐을 꾸리는 삶을 이어왔다. 신기하게도 지금, 오히려 한곳에 자리를 잡은 지금이 예전보다 적응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곳이 내가 뿌리내려야 할 곳인가, 라는 물음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나에게 말해준다. 나는 떠돌이 나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중요한 것은 장소나 상황이 아니라, 뿌리내리는 그 과정 자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아르미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걸어가고 있는 과정으로서의 나를.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10대의 낯선 교실에서부터, 사랑을 배운 20대, 사랑을 견디며 성장한 30대, 그리고 몸과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된 40대까지. 떠돌던 나무가 결국 어디로 걸어가고 있었는지,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이 책을 펼친 당신에게도, 어쩌면 낯선 교실의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느꼈던 어느 계절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 계절 앞에 이 책을 가만히 놓아두고 싶다.

작가 소개

추아름, 그리고 아르미
'아르미'는 제 이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는 밝고 맑은 빛, '르'는 흐름과 성장, '미'는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아르미는 제게 '밝게 성장하며 아름다움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아름답다'는 말이 좋았습니다.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 아름다움을 전하는 사람, 아름답게 성장하는 사람, 그리고 아름다움이 흐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나의 형용사였을 그 단어가, 저에게는 오래도록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 같은 것이었습니다. 목회자 가정의 딸로 자라며 저 는 여러 번의 이사와 전학을 경험했습니다.
새 학기, 새 교실, 낯선 얼굴들 앞에서 매번 처음부터 저를 소개해야 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고무줄을 할 줄 몰라 혼자 엎드려 있던 아이, 밥을 함께 먹을 친구가 없어 컵라면을 사두고도 혼자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아이가 바로 저였습니다.

그 시간은 분명 외롭고 서툴렀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낯섦과 기다림의 시간은 저에게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힘을 조용히 길러 주고 있었습니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고 느끼던 그 순간들 속에서, 저는 사람들의 표정과 말, 그리고 마음의 결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며 저는 처음으로 저 자신을 향한 믿음을 경험했습니다.

학업에 대한 자신감이 낮았던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가능성을 먼저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상담학을 공부하며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고, 그 시간은 지금의 저를 이루는 중요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그 사람 앞에서, 저는 저 자신도 몰랐던, 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는 또 한 번 새로운 저를 만났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마다, 사실은 엄마인 저도 함께 태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그 후로도 여러 얼굴의 계절을 건네주었습니다. 신앙 안에서 이론이 아닌 삶으로 경험한 행복, 코로나라는 예기치 못한 시간 속에서 오히려 더 자유롭게 여행했던 우리 가족, 그리고 낯선 나라 캐나다에서 또다시 전학생이 되어야 했던 순간들.

그곳에서 저는 혼자 아이들을 돌보고 일하며 제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동시에 사랑이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다름을 품어가는 일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부부로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지나오면서도, 저는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마흔이 되어서는 몸이 저에게 가장 정직한 편지를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늘 건강하다고만 믿어왔던 저의 몸이 처음으로 신호를 보내왔고, 그 신호는 저를 더 깊이 저 자신을 돌보는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삶의 계절들을 하나씩 지나오며, 저는 한 가지 질문을 오래도록 품고 살아왔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하나씩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질문은 저를 제 안에 있는 아름다움으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삶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사랑합니다. 아이와 손을 잡고 걷는 등굣길, 누군가의 진심 어린 한마디, 오래된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 가족과 함께하는 식탁의 온기 같은 순간들 말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한 사건이 아니어도 그 순간들 안에는 언제나 조용한 아름다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름다운 순간과 마음의 결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전학생으로, 혼자였던 아이로 지내며 배운 것들이 지금은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머무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저는 글을 쓰며 성장합니다.

조금 더 사랑스럽게,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차분하게, 조금 더 나답게.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애쓰기보다, 매 순간 조금씩 저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이미 아름다움입니다.

삶이 흘러가는 모든 계절 속에서 저는 아름다움을 모으며, 오늘도 아르미를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리뷰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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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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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의 에세이지만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내용이네요. 30대 40대 변화를 겪으면서 초조해지기도 불언해지기도 하는데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 모습에 덩달아 용기를 내봅니다

    fis***
    202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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