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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의 <제주도우다> 2권은 해방의 기쁨이 어떻게 또 다른 억압과 폭력으로 뒤바뀌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일제에서 벗어났다는 환희는 오래가지 못한다. 제주 사람들은 곧바로 미군정 아래에서 친일 경찰의 복귀와 탄압을 마주하고, 해방이 곧 자유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몸으로 겪게 된다. 특히 1947년 3·1절 기념식 장면은 이 작품의 비극을 응축한 순간처럼 느껴진다. 아이가 경찰의 말발굽에 치이고, 그에 항의하던 군중에게 총탄이 날아드는 장면은 너무도 부당하고 참혹해서 읽는 사람마저 울분을 느끼게 만든다. 기념과 추모, 독립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날이 오히려 또 다른 국가폭력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제주 현대사의 비극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후 이어지는 총파업. 도민들은 폭력에 침묵하지 않고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일어선다. 관공서와 학교, 상점까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제주 사람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부당한 권력에 맞서려 했던 주체였음을 보여준다. 양곡대신 미국산 양과자를 뿌리며 부당한 이득을 취하던 미군정과 경찰의 강압적 진압, 구타와 연행, 공포의 확산을 함께 그리며, 결국 그 저항이 더 큰 비극으로 밀려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주민들이 보이는 독특한 자주의식이 돋보인다. 이는 중앙 권력의 지배 없이 스스로 살아가고자 했던 바람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기억과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출륙금지령으로 섬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었던 시간, 제주 전체가 거대한 감옥처럼 기능했던 현실은 제주 사람들의 삶을 고립시키고 억눌러왔다. 그런 역사적 맥락속애서 품게된 독립적인 자주성이 결국은 이런 비극을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한탄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제주에서 있었던 방성칠의 난, 이제수의 난 같은 민란의 역사도 이와같은 흐름속애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민란은 단순한 폭동이 아니라, 오래 곪아온 고통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해 터져나온 집단적인 절규였다. 장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들이 앞장서고, 민중이 그 뒤를 따르며 움직였다는 서사는 제주 사람들의 강인함과 동시에 그들이 얼마나 극한까지 몰렸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민란의 발생 이유와 제주 사람들이 자치 공동체를 꿈꾸었던 배경에는, 섬을 고립시키고 억압해온 역사적 조건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크게 와닿는다. ________ “우리가 총을 못 가진 게 한이우다! 총이 있으면 저 살인자들을 쏘아 죽이고 싶어마씸! 이럴 줄 알았다면 왜놈들한테서 총을 구해놓을 걸 그랬수다. 저놈들은 총이 있고 우린 총이 없으니 저놈들은 함부로 쏘아 죽이고 우린 그냥 당하기만 하는 거 아니우꽈? 우리한테 총만 있다면 저 새끼들이 함부로 저 ***을 못 할 텐데. 에이, 빌어먹을! 저기 부대오름 동굴 같은 디 들어가서 찾아봐사 하쿠다. 왜놈들이 버리고 간 무기가 분명히 있을 거우다!” 다른 청년이 말했다. “명도암오름 기슭 어딘가 무기를 파묻은 디가 있댄 합디다만……” “아니, 이 아이들이 참말로 큰일 날 소릴 하네! 의봉이, 아무리 화나도 그런 위험한 생각 하면 안 된다이! 이 평화로운 목장에 시끄러운 일이 생겨선 안 되여!” “그럼 삼춘은 이대로 남북이 허리 잘린 나라가 되게 내버려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햄수과?”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허 참, 왜놈도 이 정도는 아니었수다. 악독하기가 미국 놈이 더해여마씸!” 제주도우다 2 | 현기영 저 #제주도우다2 #현기영 #창비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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