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숫자로 설명하기 쉽다. 전차는 주포 구경과 장갑, 전투기는 최고속도와 레이더, 미사일은 사거리, 함정은 배수량과 미사일 수를 비교하면 금세 순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전투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같은 전차라도 어떤 지형에서 운용되는지, 어떤 탄약을 사용하는지, 승무원이 얼마나 숙련되어 있는지, 정찰자산과 지휘통제체계가 얼마나 잘 연결되는지에 따라 전장에서의 의미가 달라진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라도 정비와 부품 공급이 따라오지 않아 출격하지 못하면 전력이 될 수 없다. 장거리 미사일도 표적을 찾고 식별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센서와 네트워크가 없으면 공개된 최대사거리를 실제 전투력으로 바꾸기 어렵다.
『대한민국 밀리터리 지식 가이드』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최고속도가 더 빠른 전투기가 반드시 더 강한 것은 아닐까?
왜 같은 120mm 전차포를 사용하는 K2와 Abrams, Leopard 2의 운용방식은 서로 다를까?
K9 자주포가 세계 여러 국가에서 선택된 이유는 단순히 사거리가 길기 때문일까?
천무와 HIMARS는 비슷한 무기처럼 보이는데 왜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질까?
스텔스기는 정말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가?
드론 때문에 전차는 사라질 것인가?
방공미사일은 사거리와 요격고도만 비교하면 되는가?
북한의 미사일과 전차 성능에 관한 수많은 숫자 가운데 어디까지가 확인된 사실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330개의 토픽으로 나누어 하나씩 풀어간다.
제1부에서는 최고속도, 사거리, 탑재량, 레이더 탐지거리처럼 무기 제원표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숫자를 읽는 방법부터 시작한다. 이어 전차·전투기·포병·함정·잠수함·방공체계를 비교할 때 무엇을 함께 보아야 하는지 기본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대한민국의 지상전력에서는 K2, K1 계열, K21, K808, K9, K10, 천무를 살펴보고 미국·독일·프랑스·일본·러시아·중국의 무기와 비교한다. 공군과 미사일·방공 분야에서는 KF-21의 개발과 양산, AESA 레이더와 무장, F-35A·F-15K·FA-50, 현무 계열, 해성, 천궁-II, L-SAM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를 연결해서 설명한다.
해군 분야에서는 세종대왕급과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충남급 호위함, 장보고급·손원일급·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을 살펴본다. 북한군 분야에서는 대규모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장사정포, 방사포, 탄도·순항미사일, 핵무기 관련 공개정보와 남북 전력 비교에서 빠지기 쉬운 조건들을 짚는다.
세계 주요 무기체계도 폭넓게 다룬다. Abrams, Leopard 2, Leclerc, Challenger 3, Merkava, Type 10, T-90M 등 전차부터 F-22, F-35, F-15EX, Rafale, Typhoon, Gripen E, J-20, Su-57 등 전투기, Tomahawk·PrSM·Iskander 등 정밀타격체계, Patriot·THAAD·SAMP/T·이스라엘 다층방공망, Ford급·Nimitz급·Queen Elizabeth급·Fujian 항공모함, Arleigh Burke급·Type 055·Maya급, Virginia급·Columbia급·Type 212CD·Taigei급 잠수함까지 이어진다.
소총과 기관총, 광학장비, 특수부대와 개인전투체계도 별도의 영역으로 구성했다. 대한민국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707특수임무단, 해군 UDT/SEAL을 비롯해 미국 Delta Force와 Navy SEAL·DEVGRU, 영국 SAS·SBS, 이스라엘 특수부대 등을 각각의 역사와 임무에 맞게 살펴본다.
드론과 전자전 분야에서는 MQ-9, Bayraktar TB2, Shahed, Lancet, Switchblade와 FPV 드론에서 시작해 광섬유 드론, 군집드론, RF·GNSS 재밍, 대드론 기관포·미사일·레이저·고출력 마이크로파, AESA와 저주파 레이더, 전자지원·전자공격·전자방호, 스텔스와 탐지기술의 경쟁까지 연결한다.
현대전의 실제 사례를 통해서는 무기 한 종류의 성능보다 체계 전체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한다. 걸프전의 Abrams, 우크라이나전의 전차·대전차미사일·지뢰·드론·포병, 이스라엘의 다층방공망, Patriot, Shahed 공격, 홍해의 미사일·드론전, 값싼 공격수단과 비싼 요격체계 사이의 경제성, 전자전과 탄약 생산능력을 함께 살펴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K-방산을 단순한 수출 성공담으로 다루지 않는다. K2·K9·천무·FA-50·천궁-II가 해외에서 선택되는 과정과 생산능력, 납기, 현지생산, 기술협력, 후속군수지원과 MRO를 살펴보고,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성장과 기업의 계보, 한미동맹, 일본과의 안보협력, 북한 문제, K-방산 협력국, KF-21과 인도네시아 공동개발까지 연결한다.
이 책이 지향하는 것은 ‘어느 무기가 세계 최강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공개된 군사정보를 스스로 읽고, 숫자와 홍보문구의 함정을 피하며, 서로 다른 무기와 군대가 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밀리터리 애호가에게는 이미 알고 있는 무기를 더 깊게 읽는 방법을, 군사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는 복잡한 무기와 현대전을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입문 지도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