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평>
현대인이 꼭 알아야 할 건강 상식
좋은 식품이라면 어떠해야 할까요? 일본 식품 전문가들은 네 가지 조건을 듭니다. 맛ㆍ가격ㆍ안전ㆍ신뢰입니다. 즉, 맛이 좋아야 하고, 가격이 적당해야 하며, 안전해야 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좋은 식품이 된다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비교적 명쾌하죠?
그럼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 네 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답변이 다를 수 있겠지요. 일본의 원로 식품 저널리스트인 이소베 쇼사쿠(磯部晶策)는 ‘신뢰’를 듭니다. 신뢰만 확보되어 있다면 다른 조건들은 저절로 해결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믿을 수 있는 식품은 당연히 안전할 것이고, 값이 비싸도 소비자들이 기꺼이 살 것이며, 맛이 좀 없더라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겁니다. 동의할 만한 이야기 아닙니까?
결국 식품에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즉 속임수가 없는 믿을 수 있는 식품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 주변에 넘치는 수많은 가공식품들, 믿을 수 있습니까?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안고 있는 식생활 문제의 본질입니다.
이 책은 언뜻 양념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양념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훨씬 더 심오한 ‘식품 철학’의 담론을 천착하고 있습니다. ‘양념은 음식의 혈액.’ 저자의 독특한 시각입니다. 이 시각으로 저자는 우리네 식생활 구석구석을 비춥니다. 그곳에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비화들이 즐비한데, 태반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이야기들이군요. ‘음식의 혈액’인 양념이 십중팔구 짝퉁이라는 겁니다. 식품이 갖추어야 할 최고의 선(善)인 신뢰가 깨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습니다.
흔히 먹을거리 문제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일반 가공식품이지요. 우리 전통식품은 아직 안전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안일한 사고를 크게 꾸짖습니다. 예컨대 된장이 좋다고 하여 아무것이나 사먹어도 되는 걸까요? 간장이나 고추장은 또 어떻고요. 이 이야기는 식초 편에 이르러 절정을 이룹니다. 신맛을 낸다고 해서 다 좋은 겁니까? 큰코다칠 수 있습니다.
저자가 국민 건강의 파수꾼인 의료인이라는 점도 이 책의 특징입니다. 그동안 식생활 문제에 대한 의료인들의 발언은 단편적이거나 제한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식생활과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지만 학문적으로는 엄연히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이 옳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식품 전문가 뺨치는 저자의 깊은 식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대인의 식생활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식품 시장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잘못됐다는 것은 그곳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 잘못됐다는 뜻이죠. 가장 큰 문제가 믿을 수 없는 식품들이 난무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기만적인 식품들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여러 차례 목격하게 됩니다. 이런 무질서의 책임은 당연히 식품업계에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소비자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깨어 있으면 시장은 절대로 나빠지지 않거든요. 이런 유형의 책들이 많이 읽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고발적인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이 꼭 알아야 할 주옥같은 식품 상식도 즐비합니다. 왜 메주는 반드시 볏짚으로 매야 하는지, 전통된장과 개량된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견과류의 껍질은 왜 딱딱한지, 벌꿀이라는 용어에 담긴 깊은 의미 등을 읽을 때면 홀로 빙그레 웃으며 무릎을 치게 된답니다.
‘백문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이지요. 한 번 읽어보세요. 당신의 생활이 건강해질 겁니다.
- 안병수(《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저자)
박찬영 한의사가 전하는 건강한 양념 이야기
양념이 바로 서야 건강이 보인다!
음식이 몸이라면 양념은 혈액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대인의 먹을거리 문제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각종 첨가물로 범벅이 된 가공식품에서부터 트랜스지방, 농약과 방부제가 마구 뿌려진 수입 농산물 등등 문제가 되는 먹을거리는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거기에 편승해 유기농이며 친환경 식품들의 인기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양념은 어떤가? 주재료는 토종이냐, 유기농이냐, DHA 같은 영양 성분이 들어 있느냐를 따지면서, 거기에 들어가는 양념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무감각하다. 식재료가 음식의 몸이라면 양념은 음식의 혈액이다. 혈액이 깨끗하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지만 혈액이 탁해지거나 오염되면 없던 병도 생기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혈액 역할을 하는 양념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비싸고 질 좋은 유기농 재료를 쓴다 하더라도 건강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식재료의 가치를 떨어뜨림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인류에게 양념이 필요한 이유
원래 인류는 음식을 익혀 먹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 먹었고, 그 속에서 풍부한 미네랄 · 비타민 · 기타 생리활성물질들을 충분히 섭취했다. 주변에서 취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떨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녔다. 하지만 화식을 하게 되면서, 또 한 곳에 정착해 농사를 지으면서 인류의 음식문화는 바뀌게 되었다. 물론 인류의 이런 변화는 많은 이점을 주었다. 음식을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고, 세균이나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큰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렇게 풍부했던 효소와 비타민, 미네랄과 다양한 영양물질들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인류는 그 문제를 미네랄의 결정체인 소금으로 해결했다. 바닷물의 수분을 날려 보내고 얻은 소금(천일염)은 인간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미네랄제이다.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이처럼 소금은 화식과 재배식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인류 최초의 양념이다. 정제소금이 아닌 천연소금은 단지 짠맛을 내는 수단이 아니라 인체의 건강에 없어서는 안 될 ‘약’인 셈이다.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인류가 왜 양념을 먹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소금은 단지 짠맛을 내기 위한 식재료가 아니라 우리 건강에 없어서는 안 될 약이다. 소금뿐만 아니다. 설탕 · 식초 · 기름 등등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물질을 제공해주는 매개체였다.
웬만한 보약보다 좋은 양념
양념은 ‘약념’(藥念)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양념을 약처럼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렇듯 양념은 음식에 있어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요소인데, 안타깝게도 우리 곁에는 도저히 요리에 쓰거나 먹을 수 없는 ‘저질 양념’이 많다. 화학조미료를 첨가한 맛소금, 석유에서 뽑아낸 빙초산, 염산에 콩단백질을 분해하여 만든 산분해간장, 수입 밀가루로 만든 된장, 캐러멜 색소를 입힌 흑설탕, 유기 용매에 담가 기름 성분만 쏙 빼낸 정제 식용유, 옥배유 등의 식용유를 섞은 참기름, 중국산 저질 양념으로 만든 고춧가루, 화학조미료를 바가지로 퍼부어 만든 새우젓까지, 우리가 그동안 자주 먹었던 양념의 실체를 알게 되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양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대량생산되어 가정과 식당, 가공식품공장이나 과자공장 등에서 ‘풍요롭게’ 소비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념은 ‘양념’이라기보다 ‘맛을 내는 공산품’이다. 이 제품들은 잠깐 동안 우리 혀를 만족시킬지 몰라도 우리 몸에는 치명적인 독소를 남긴다.
제대로 만들어진 양념을 먹으면 내 몸의 신진대사에 신바람을 주고 암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을 멀리 떨쳐낼 수 있지만, 잘못된 양념을 자꾸 먹으면 대장에 독소가 차서 시궁창에 쥐 꼬이듯 온갖 병을 다 불러들인다. 몸도 마음도 축 처지고 우울해진다. 양념이 약일진대 이를 하찮게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양념의 엥겔지수를 높이자
마트에서, 인터넷에서, 동네 슈퍼에서 쉽사리 구매하는 설탕 · 식초 · 소금 · 간장 · 고추장 · 드레싱 등 공장제 양념들의 가격은 말할 수 없이 싸다. 가계의 엥겔지수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그 값은 절대 싼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전통적 방법으로 만든 천연양념의 맛과 영양을 다 포기하고 그저 짜고 맵고 달고 신맛을 흉내 낸 공산품에 가깝다. 어찌 생각해보면 그 정도의 용도에는 그 가격조차 비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집의 양념 엥겔지수를 높여야 한다. 식단을 사치스럽고 호화롭게 꾸미자는 얘기가 아니다. 나와 뮳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양념을 제값을 치르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