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르가 간직한 기억 속으로의 여행!
이곳을 사랑한 예술가들의 삶이 내 모습과 닮았구나!
몽마르트르를 사랑했던 예술가들의 공간 속에서, 그들의 열정과 고뇌의 흔적을 풀어낸 책.
얼핏 봐서는 환락가로 변해버린 듯한 오늘날의 몽마르트르 언덕. 하지만 싸구려 빛깔의 카페는 이제 서서히 빛나기 시작한다. 그 곳에 머물렀던 예술가들로 인하여.
고호, 로트렉, 르누아르…, 그리고 그들이 흠모하고 화폭에 옮겨왔던 쉬잔 발라동, 그녀를 사랑한 에릭 사티, 그리고 그녀의 아들 위트릴로 등등. 몽마르트르 곳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한 시대로부터 따돌림당한 예술가들의 자괴감, 그들의 지루한 삶과 격렬한 희망, 그리고 사랑의 고뇌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 그 자체로서의 동질감이 갑갑한 현실을 낭만적으로 또는 아름다운 시선으로 돌아보게 만든다.
세월은 흘렀어도 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 몽마르트르.
그래서 몽마르트르는 여전히 아름답고 생기로 가득하다. 저자의 발길 따라 펼쳐지는 예술가들의 추억이 나의 감성을 자극하고, 고단한 내 삶을 다시금 사랑하게 해준다.
그들은 왜 몽마르트르를 사랑했을까?
왜 그들은 해질 녘이면 화려하고 우아한 장소를 떠나 몽마르트르로 몰려들었을까? 도시화되어가는 파리와 달리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어서였을까? 극한 외로움에 지쳐 무도회장이나 환락가를 헤매다 모여들었던 것일까?
19세기 중후반의 파리, 오스만 남작의 도시 정비 사업으로 변두리로 쫓겨나게 된 가난한 예술가들은 값싼 잠자리를 찾아 몽마르트르로 모여들었고, 이곳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시를 노래했다.
그리고 지금의 몽마르트르. 비록 예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는 드물지만, 몽마르트르의 하늘과 구불구불 이어진 언덕이 기억하는 그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이야기가 있기에 몽마르트르는 여전히 삶의 숨결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살아 있다. 절망감과 고독, 팽창된 몽상, 삶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몽마르트르. 그렇기에 우리는 몽마르트르 거리에서 내밀하고도 가슴 시린 그들의 삶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시공간의 교차 속에 만나는 몽마르트르의 예술가들
저자와 함께 몽마르트르를 천천히 걸어보자. 발길이 머문 곳에서 우리는 하나하나 옛모습을 그려가며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처음으로 발길이 머문 곳은 메종 로즈. 작은 테이블 네 개 정도의 작은 카페.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 곳에서 르누아르, 로트렉, 드가의 화폭에서 화려한 자태를 보여준 쉬잔 발라동을 만난다. 그녀가 아들인 위트릴로와 살았던 공간이다.
여러 화가의 모델이었지만, 화가가 원하는 시간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만 포즈를 취했던 여자. 당시 매춘과도 같았던 모델을 선택하였고 마침내 프랑스 표현주의 화가로 성공한 예술인. 로트렉 등 여러 화가와의 동거, 그리고 19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모르는 아이를 낳아 평생 키웠던 그녀. 긴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작곡가 에릭 사티와의 짧은 만남. 예술로 서로에 대한 사랑의 번뇌를 버티고 지탱해온 그들. 그리고 “예술은 우리가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한다”고 말했던 쉬잔 발라동. 이제 우리는 몽마르트르의 작은 카페 메종 로즈를 지날 때, 그녀를 추억할 것이다.
메종 로즈에서 이어지는 다음 노정은 라팽 아질이다. 메종 로즈에서 쉬잔 발라동을 떠올렸던 것처럼 라팽 아질에서는 쉬잔 발라동의 아들인 위트릴로를, 이어지는 물랭 루즈에서는 로트렉을, 물랭드 라 갈레트에서 르누아르를, 그리고 고흐가 그린 ‘몽마르트르의 선술집’의 배경이 된 오베르주 드 라 프랑케트로 발길을 옮겨가며 그들의 인생과 예술적 고뇌를 되새겨 본다.
19세기 예술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알랭 들롱과 함께 빠로레 빠로레를 불렀던 달리다의 삶, 브라상스의 시와 함께 하는 몽마르트르의 포도 수확제, 피에르 쥬네 감독의 대표작‘아멜리에’와 마르셀 에메의 소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배경으로서의 몽마르트르를 이야기한다.
이제 몽마르트르에 서면 보일 것이다. 절망과 외로움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위트릴로가, 다정하게 사랑의 피난처로 향하는 조르주 상드와 쇼팽이, 바쁜 걸음으로 어딘가를 서둘러 가는 쉬잔 발라동과 무희들이, 고흐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로트렉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