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누구인가? 세계와 더불어 소통하는 한류의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전통과 현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넘나드는 우리 문화의 열 가지 얼굴
한류 드라마와 K-팝 열풍을 넘어, K-컬처 시대까지! 세계인과 공감하는 한류의 저력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는 그 답을 한국 문화의 원형을 이루는 ‘문화유전자’라는 키워드에서 찾고자 한다. 곰삭음, 정, 자연스러움, 공동체, 어울림, 해학, 흥, 예의, 역동성, 끈기 등의 문화유전자는 오랜 옛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며 다양한 형태로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문화 코드들이다. 문화인류학, 철학, 역사학, 문화콘텐츠 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10인의 전문가들과 종횡무진 활발한 글쓰기를 펼쳐온 10인의 파워블로거가 함께 모여 한국인의 문화적 전통과 개성을 꼼꼼히 되짚어보고, 다양한 문화권과 나라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한류(드라마, 영화, 문학, K-팝, 한식 등)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본다.
‘한국문화유전자총서’란?
한국국학진흥원은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한국 문화의 역사적 연속성, 다양한 장르와 영역을 아우르는 사회적 공통성 및 문화적 개성을 깊이 있게 탐색하여 그 의의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문화유전자총서를 기획하였다. 이에 따라 한 문화권 내에서 역사적 전통성과 사회적 공통성, 문화적 개성을 담고 있으면서 습득, 모방, 변용되는 문화적 특성을 일컫는 ‘문화유전자’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매년 ‘한국문화유전자포럼’을 개최하여 시간, 공간, 인간 차원을 아우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총체적 탐색을 시도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문화유전자총서는 문화유전자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흥, 정, 멋, 맛, 결, 얼 등을 포괄하는 한국 문화의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깊이 있게 분석할 계획이다.
한국 문화의 원류 이루는 ‘10대 문화유전자’
전문 연구자와 파워블로거가 펼치는 2인 3각의 퍼즐 맞추기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기획한 <한국문화유전자총서>의 첫 권으로, 한국 문화의 뿌리를 이루는 대표적인 문화유전자 열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한류 드라마에서 시작하여 한국 영화와 최근의 <강남 스타일>과 같은 K-팝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한류 붐은 한국 문화가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한류 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한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삶과 의식에 배어 있는 ‘문화유전자’를 규명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국학진흥원은 전문가 100명과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대표적인 문화유전자가 무엇인지 조사하였고, 그 결과 ‘한국인의 10대 문화유전자’로 ‘곰삭음, 정, 자연스러움, 공동체, 어울림, 해학, 흥, 예의, 역동성, 끈기’가 선정되었다.
이 책은 이 열 가지 주제를 크게 생활문화 영역(1부 한국인, 자연에 기대어 더불어 살다)과 정신문화 영역(2부 한국인, 예를 알고 흥을 즐기다)으로 나누고, 각 주제마다 전문가의 심도 있는 분석과 파워블로거의 생생한 체험이 담긴 글을 함께 엮었다. 총 20명의 필진이 풀어내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의 참모습을 돌아봄으로써, 한국 문화의 ‘오래된 미래’를 새롭게 인식하여 전통을 재음미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 자연에 기대어 더불어 살다
한국인의 생활문화에서 도드라지는 문화유전자는 곰삭음과 정, 자연스러움, 그리고 공동체문화와 어울림이다. 그중 곰삭음과 자연스러움은 한국인들의 생태학적 지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유전자로서 한국인의 의식주 문화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검소한 규모로 인간의 몸을 배려한 주거양식인 한옥과 투박한 막사발, 소박한 한복에서는 자연을 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연주의 생활양식이 돋보이며, 자연이 주는 재료를 충분히 익히고 발효시키는 익힘과 곰삭음에는 자연의 생리를 잘 살리는 음식 문화의 지혜가 담겨 있다.
또한 한국인들은 자연에 기대어 사는 이러한 생태학적 지혜를 타자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학적 정신으로 연결했다.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은 인간과 인간의 어울림으로 이어졌으며, 이 어울림의 정신은 천 조각을 연결하여 만든 조각보나 여러 재료가 어우러진 비빔밥 등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거니와, 서로 미운 정, 고운 정을 나누면서 부대껴 살아가는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라고 하는 공동체의식과 문화를 빚어냈다.
특히 ‘정’은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로서 서구적 의미의 ‘애정’을 뛰어넘으며, 좋은 감정뿐 아니라 나쁜 감정까지도 포괄하는 감정의 총체로서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정서적 유대의 근간을 이룬다.
한국인, 예를 알고 흥을 즐기다
한국인의 정신문화에 스며 있는 문화유전자로는 해학과 흥, 예의, 그리고 역동성과 끈기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인들은 즐겁고 행복한 일뿐만 아니라 슬프고 불행한 사태에 직면해서도 여유와 끈기를 잃지 않았다. 하회탈춤이나 통영오광대에 깃든 해학은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비관하기보다는 정신적 여유를 갖고 비틀어 풍자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또한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는 한글을 창제하고 고려청자를 만드는 등 독창적 문화를 꽃피운 저력인 동시에,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한편 한국인들이 지닌 역동성은 빠른 시대 변화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지나친 조급성으로 불행한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옛 선비들은 ‘예의염치’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삶의 정형을 구현했으니, 예의의 핵심인 선비 정신은 오늘날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문화적 자긍심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한국 문화는 단일한 색조가 아니라 음과 양의 다양한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존재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한국인은 부정적 현실을 정신적 여유로 넘기는 해학과, 심신에 경건한 긴장을 부여하는 예의, 진취적인 역동성과 인내의 시간을 감내하는 끈기를 삶 속에 조화시키며 살아왔다. 이러한 요소들이야말로 한국 역사를 지탱한 대표적인 문화적 기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