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다루는 타이포그래피는 그림과 함께 지면의 표정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예전에 모 회사의 편집장이 신입 직원 선발을 위해 면접 볼 때에 포트폴리오 결과물의 타이포그래피가 좋으면 90점의 평가점수를 주었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타이포그래피는 그만큼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이다. 특히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어렵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의 시각적인 활용법”을 말한다. 글자는 2가지의 역할을 한다. 하나는 ‘의미 전달’의 영양학적인 측면이다. 또 하나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처럼 시각적이고 미각적인 측면이다. 타이포그래피는 후자이다.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은 음식 섭취와 같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사람들이 먹어야 영양을 섭취하는데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독자들이 읽지 않으면 의미 전달을 할 수가 없다. 이 경우에 필요한 것이 글을 맛있고 멋있게 요리하는 요리사가 타이포그래피다.
타이포그래피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글자 짓기’ 즉 그리는 타이포그래피이다. 또 하나는 ‘글자 부리기’즉 활용하는 타이포그래피이다. 그리는 타이포그래피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전문적인 폰트 디자이너들이 담당한다. 현재 한글 폰트는 수천 종, 영문 폰트는 수만 종이 만들어져 있다. 일반 디자이너들은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폰트를 활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더욱 필요한 것은 부리는 타이포그래피이다. 한글을 활용하는 디자인을 하려면 이 책의 1장은 필수적으로 통달해야 한다. 2장은 응용이므로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의 요소는 의미전달이 빠르고 쉬워서 만국 공용어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인의 선진국인 서양의 그림 구성 방법이 우리에게도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한글은 구조가 다르고 유학에서도 공부할 수 없으므로 영문 타이포그래피를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올바르게 접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만 사용할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우리가 스스로 방법론을 도출하여 적용해야 한다. 20년 이상 부리는 타이포그래피에 매달려온 필자의 이 책이 그러한 한글 타이포그래피 문제를 도와줄 것이다.
책 내용 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자.
글자의 시각적인 표현을 말하는 타이포그래피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서체는 점의 요소이며 수많은 서체 중에서 서체를 잘 선택하는 방법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글자의 크기도 점의 요소이며 책과 독자와의 대화에서 목소리의 크기와 같다. 또한 지면에 뿌려진 글자는 크기에 따라서 부드럽고 거친 질감을 만들어낸다.
글자의 변형도 점의 요소이며 동적 또는 정적인 표현을 만들어낸다.
자간은 선의 요소이며 "붙지 않을 정도로 바짝 당겨서" 표현한다. 한글 표현에서 가장 까다로운 요소이며 디자이너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어간도 선의 요소이며 행간보다 좁아야 한다. 기본 어간은 한글이 3분각, 영문은 반각이다.
행장도 선의 요소이며 5~12cm 길이 정도로 구성한다.
행간 또는 행송은 면의 구성요소이며 한글은 반각, 영문은 5분각이 기본이지만 요즈음은 좀 더 넓게 전각과 반각으로 각각 적용하기도 한다.
문장의 정렬도 면의 구성요소이며 양측정렬은 장문의 이성적인 내용에, 좌측정렬은 장문의 감성적인 내용에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좌측과 우측정렬 그리고 중앙 정렬은 단문의 감성적인 내용에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