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이에 계시는 ‘냄새나는 예수님’
‘방석집 아들’에서 ‘세상의 끝’ 남아공 선교사로 부름받은 간증과 고백
1. ‘술집 아이’의 수치심을 벗겨 주고 사역자로 부르신 하나님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는 술 가게가 너무나 싫었던 저자는 수치심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내성적인 아이로 자란다. 친구를 집에 데려오기 싫어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없을 정도로 마음이 어둡던 저자는 대학 시절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밝고 건강한 사람으로 변한다.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신학대학원에 들어간 그는, ‘목사는 성경을 평생 연구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공부에 열중한다. 신학대학원에서 히브리어와 헬라어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신대원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일을 하다가 성경을 더 연구하기 위해 유학을 결심한다. 박사 학위 과정 입학 허가를 받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떠나기 전, 기도하다 잠깐 낮잠을 자는데 길을 막으시는 성령님을 만난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선교사로 부르심을 깨닫고 무작정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다.
뜻하지 않은 부르심, 하나님의 특이한 개입을 체험한 저자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소명에 대해, 복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선교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2. 돈으로 굴러가지 않는 선교―ABBA 신학교의 탄생
남아공의 빈민촌에서 노숙자 사역을 하던 저자는 지금까지 몰랐던 또 다른 모습의 예수를 깨닫는다. ‘바르고 온전한’ 신학의 울타리 안에 계신 무균 상태의 예수님이 아니라, 빈곤과 질병과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 사이에 계시는 ‘냄새나는’ 예수님이다.
빈민촌 사역 중에 리더십 양육에 대한 필요를 느낀 그는 현지 선교사님 두 분과 힘을 합해 ABBA(Africa Bible Based Academy) 신학교를 세운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를 때 사용한 아람어 아빠(abba)와도 같은 철자로 이름을 지었다. 현지인 지도자와 목회자를 재교육시키고 목회자 후보생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ABBA는 자체 건물이 없는 이동 신학교다. 즉 가르칠 대상이 있는 곳에 강사들이 찾아가서 지역 교회를 빌려 가르치는 방식이므로 처음부터 건물 없이, 큰돈 없이 시작되었고 운영되고 있다.
ABBA는 특정한 한 사람이 정점에 있는 피라미드형 지배 체제가 아닌 원형의 수평적 공조 체제이기에 선교사들의 공동 사역이 가능하다. 윤번제 학장제로 선교사들이 1~2년 임기로 섬기며, 각 지역 캠퍼스의 교장직을 각자 맡아서 책임지는 시스템이므로 학장이 아니더라도 교장이라는 중책을 지기에 결속력이 있다. 선교사 각자가 고유한 사역을 하면서 교육 사역의 일환으로 참여하는 것이기에 세력 다툼이 없고, 건축비와 건물 유지비가 들지 않으므로 학비를 받지 않아도 운영되는 구조다.
선교의 본질은 사람이라는 사고에서 이러한 구상이 가능했다. 저자는 건물부터 세우는 선교 방식이 바람직한지 재고해 보자고 한다. 선교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 아프리카의 고귀한 인간애 정신, 우분투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함께하면서 저자는 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빈곤과 범죄에 빠진 것은 이들이 저주받은 결과인지 아니면 아프리카를 지배했던 나라들의 범죄의 결과인지 질문을 던진다.
아프리카 땅에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우분투’ 정신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고 현재에도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음을 저자는 본다. 우분투의 문자적 의미는 ‘사람됨’이며 공평, 정의, 자비, 아량, 어울림 등의 개념이 들어 있다. 나그네를 음식으로 대접하고, 공동체의 평화를 깨는 도둑질을 징계하며, 화재로 집을 잃은 사람을 마을 사람들이 돌보아 주고 다시 집을 세워 주는 것 등이 바로 우분투 정신이다.
이 우분투 정신은 한국의 ‘정’, ‘두레’와 유사한 인간애, 인류애이다. 저자는 이 우분투 정신을 기독교 정신으로 재해석하여 현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고귀한 정신으로 재무장할 수 있도록 일깨우는 사역을 해왔다.
4. 추천사
정성구(전 총신대학교 총장, 전 대신대학교 총장) _ 김경열 선교사의 자전적 에세이집 《냄새나는 예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승화시킨 회심과 변화된 삶, 그리고 성령의 지시를 통한 선교로의 부르심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잘 엮였다. 선교는 건물을 짓거나 돈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현지 지도자를 양육하고 깨워서 스스로 교회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그는 증명했다.
김의원(전 총신대학교 총장, 전 백석대학교 부총장) _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일은 돈이 아니라, 그분의 비전에 따라 사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나는 선교와 전도의 의미를 ‘기독교인이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기독교인답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 선교사가 그런 사람이 아닌가 여겨져서 기쁘게 추천서를 쓰게 되었다.
이박행(목사,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 원장) _ 깨어진 항아리처럼 불완전한 존재라도 하나님께 붙들리면 존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삶을 통해 증명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 인생을 통해서 한 인간의 행복을 넘어서서 세상을 사랑으로 아름답게 물들이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박삼종(평화의마을교회 목사, 《박삼종의 교회 생각》 저자) _ 내게 가장 감동 깊었던 장면은 그가 남아프리카 빈민촌에서 거리낌 없이 가난한 에이즈 환자를 따뜻하게 안아 주고 냄새나는 그들의 손을 잡아 주며 그들 가운데 계신 예수님을 그린 장면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바람대로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품게 하는 좋은 책으로 하나님이 사용하실 것을 확신한다.
전준수(남아공 프레토리아한인교회 목사) _ 김경열 선교사는 참으로 섬세하고 진지하면서도 다부진 면모를 가졌다. ABBA 신학교의 성공적 경영과 협력 사역을 보면서 감동했고, 참으로 경제적 선교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의 글은 비록 아프리카 그중에서도 남아공의 구체적 현실에서 나온 이야기 이지만 현재 세계 선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장 구체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라고 할까. 그의 섬세한 눈에 비친 아프리카 이야기는 선교를 진지하게 연구하는 이들에게 보약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