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으로만 생을 타전하다
다른 몸, 다른 생각, 다른 삶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오철수의 시에세이
운명을 사랑하고 삶을 예술화하라!
지금의 나를 넘어 나를 창조한다!
니체 사상과 삶노래의 만남을 통해서 본
우리시대의 양생의 예술!
오철수 시인의 이 저작은 시와 니체의 사상을 접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삶에 대한 사랑을 힘 있게 설파하고 있다. 우리는 우울을 조장하고 불안을 양산하면서 삶의 생성능력을 곳곳에서 파괴하는 ‘인지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이 시대를 돌파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자기보존을 넘어 ‘자기를 넘어가는’ 삶의 힘을 우리의 몸속으로부터 끌어올려야 한다고 그 방향타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열린 미래를 향해 삶을 자율적으로 형성하는 삶의 예술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운명을 사랑하는 동시에 삶을 예술적으로 형성해 나가자고 주장하는 이 책은 불안과 우울로 무기력에 빠져 있는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강장제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임을 확신한다.
- 이성혁(문학평론가)
『시로 읽는 니체』 간단한 소개
제3회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오철수 시인이 이시영, 기형도, 강수니, 조문경, 서은, 최영미, 월트 휘트먼 등 현대 시인들의 시 83편과 니체 철학의 접목을 시도한 『시로 읽는 니체』를 펴냈다. 저자가 시와 니체 철학의 만남 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우리들의 삶이 좌절과 허무를 넘어 어떻게 자기긍정의 예술을 향해 갈 수 있는가이다. 풀과 나무, 아이들, 재래시장, 한겨울 단칸방의 실로폰 소리 등, 시가 그려낸 풍경 속에서 저자는 허무가 억누르지 못하는 엄연한 생명력을 읽어내고, 그것을 니체의 “삶에 대한 사랑”과 연결 짓는다. 삶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란 소소한 행복에 연연하거나, 주입된 도덕의 틀에 갇힌 삶이 아니라 우리가 자기 자신을 넘어설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사유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저자 오철수의 시인이면서 철학자이기도 한 면모를 드러낸다. 이 책은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거나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사유로 독자를 이끈다.
『시로 읽는 니체』 출간의 의의
이 책은 잃어버린 생명력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사회가 강요하는 각종 의무와 눈앞에 닥친 생계 문제에 연연하며 보이지 않는 감옥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그 감옥 속에는 매스미디어가 선전하는 소소한 행복의 말들이 넘쳐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이란 저자의 표현처럼 ‘비눗방울’과 같아서 쉽게 터져 버리며 쉽게 공허해진다. 저자는 어린 시절 쥐불놀이의 기억 속에서, 스스로를 제약하지 않고 마음껏 생을 살았던 스스로의 모습을 상기한다. “먹청빛 하늘에 그리는 그 불꽃! 멋진 불꽃을 쏘아 올리기 위해 그 추운 날 밭으로 나아가 깡통을 돌리던 나!” 그리고 저자는 묻는다 : 쥐불놀이에 심취하며 기뻐 날뛰던 멋진 나는 어디로 갔을까? 『시로 읽는 니체』는 시인들의 노래와 니체 철학에 기대, “불꽃을 던지고 기뻐 춤추는 아이”가 가졌던 본연의 생명력을 우리 삶으로 다시 회복시키려는 여정이다.
불안과 허무가 만연한 인지자본주의 시대, 어떻게 다시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
우리들은 오늘날 육체뿐 아니라 욕망과 영혼, 꿈마저도 착취의 대상이 되는 인지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 노동하라, 꿈을 좇으라고 말하지만, 실업, 노동의 불안정화, 양극화 등 우울하고 허무한 현실의 그림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청소년 및 청년층의 높은 자살률, 세계를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냉소적인 시각이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그래서 허무와 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삶,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이 책의 문제의식이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온다.
저자는 삶은 본래 그런 것이라는 겸허한 인정, 극도로 허무한 상황에서 다시 삶과 마주하게 된다는 개인적 체험에 기초한 성찰을 통해 허무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또 매일 매일의 일상처럼, 허무하거나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삶이라는 눈으로 다시 바라보자고 말하며, 생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이미지들로 삶을 채우자고 말한다. 영혼을 착취당하지 않고 함께 삶을 기쁘게 살아나가자는 저자의 제안은 삶에 대한 안내서처럼 읽히기도 한다.
니체의 철학이 타전하는 생의 메시지
때때로 철학은 삶과는 동떨어진, 현실과는 거리가 먼 접근하기 어려운 세계로 여겨진다. 이 책을 통해 그런 편견은 단번에 사라진다. 친숙한 일상을 그린 시(詩)들과 혼자 읽기에는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니체의 인용문들은, 그 둘을 한데 아우른 저자의 뛰어난 연출로 한 편의 무용극을 보는 듯하다. 저자의 도움으로 독자는 철학을 독해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된다. 삶 위에 초월적으로, 혹은 삶 밖에 객관적인 양 삶을 굽어보는 철학이 아니라, 철학은 직접적으로 우리 삶과 함께 호흡하는 어떤 것이 된다. 특히 대표적인 생(生)철학자인 니체의 인용문들은 새로운 시간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생명체로서 우리 자신을 아낌없이 불태우자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과 공명하면서 보다 강력한 울림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