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동화(童話)는 동화(動話)입니다.
- 김은숙 작가의 동화 밖으로 나온 동화, 『초대받은 꽃반디』!!
대한민국문학상, 소천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한 김은숙 작가가 동화 밖으로 나온 동화집 『초대받은 꽃반디』를 출간하였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연세대 문과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1972년 아동문학사상에 「하얀 조개의 꿈」이 추천되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꽈리불』, 『낙엽 한 장만한 바람』, 『숲 속의 시계방』, 『아홉글자 이름의 집』, 『우주로 날아간 뒤주왕자』, 『끝순이네 새 식구』, 『이야기를 파는 가게』, 『생각이 새콤달콤』 등과 다시 쓴 고전 『금오신화』, 『춘향전』, 『임진록』, 『조웅전』 등이 있다.
이번에 펴낸 새 동화집에는 총 11편의 동화 밖으로 나온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동화책 속에서는 산이 얘기하고 물이 얘기하고 꽃이 얘기하고 반디가 얘기를 한다.
우리는 얼핏 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많이 보고 산다. 아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보이지 않는 것들 덕분에 살 수 있다. 다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여주는 결과를 보고 아하, 하고 수긍을 하는 것이다. 땅 속 깊은 데서 올라오는 물이 그렇고 날마다 먹는 수많은 먹거리들이 그렇고, 사람들이 입는 알록달록한 옷들이 그렇고, 무엇보다 부모님의 사랑이 그러하지 않은가. 또한 우리는 보이는 것도 다 보지 못하고 들리는 것도 다 듣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다.
일생 얼마나 새 소리를 들을까? 나뭇잎과 단 몇 분이라도 마주 하고 얘기를 나눌까? 사람만이 얘기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는 것일까?
저자는, 자신의 동화가 ‘공원의 벤치’가 되었으면 소망한다. 세상 모든 과거. 현재. 미래의 어린이들이 가끔은 그곳에 앉아 시원한 상상샤워를 하면서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작은버섯이 비가 오면 자신을 부풀려 또래들에게 우산이 되어주듯이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 아름다운 동화집 『초대받은 꽃반디』가 어린이들은 물론 많은 어른들에게 읽혀졌으면 희망한다.
저자 김은숙이 들려주는 동화 밖으로 나온 동화
일생, 얼마나 새소리를 듣나요
1)...어느 봄날, 목동의 양천공원에 갔더니 물결무늬가 다 닳아 없어진 폐타이어에 색색의 팬지가 곱단히 앉아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미소를 알아채고 다가가 마주하며 함께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씩씩 팔을 휘두르며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새 보고 웃고 하늘 보고 웃고 사람 보고도 웃는 팬지를 보고, 또 팬지에게 아늑한 집이 되어준 폐타이어 핑키를 보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핑키와 팬지」 이야기입니다.
2)...담쟁이벽이 있고 작은 꽃밭이 있는 집, 그 집에서 자기 영토를 만들어가던 지렁이 랑이에게 어느날, 침입자가 나타났습니다. 랑이는 장미 피스에게 영토를 빼앗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부터 랑이와 피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고 이어 꽃밭 식구 모두와의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관계는 관심을 불러오고 관심은 사랑을 키워주었습니다. 장미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도록 랑이는 입이 헐도록 흙을 포슬하게 해주었습니다. 이윽고 여왕의 대관식, 랑이는 대관식에서 여왕의 꽃잎 드레스를 선물로 받고 황홀해 했습니다. ‘여왕을 만났어요’, 「랑이, 여왕을 만나다」는 이 세상이 살맛나도록 아름다운 관계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소망하며 쓴 이야기입니다.
3)...어린 시절, 여름날 밤, 마을을 조금 벗어나 개울 숲에 가면 어김없이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고운 춤사위, 보석처럼 투명한 불빛에 취해 밤의 무섬도 잊고 개울숲에 앉아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지금은 우리네 개울과 숲이 손을 많이 타서 전에처럼 반딧불이를 많이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혹 이담에 반딧불이를 아주 볼수 없을 때가 오면 어쩌나. 가슴으로 아름다운 반딧불이를 볼 수 있도록 반딧불이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찾아보고 그 진실 속에 우리들의 따뜻한 모습이 비쳐지도록 얘기를 지었습니다. 「초대받은 꽃반디」.
4)....어느 해던가, 참 많이 가물었습니다. 하늘에서 비를 주지 않아 밭에 심은 채소들이 모두 시들고 마당의 국화대궁이 버들가지처럼 늘어졌습니다. 초롱에 물을 담아 상추와 쑥갓, 치커리, 근대, 국화에 물을 뿌려주었습니다. 채소들이 살아나고 국화대궁이 다시 꼿꼿해졌습니다. 물을 다 주고 집안으로 설핏 물초롱을 돌아보았습니다. 생각이 물초롱 안 물에 닿고 이어 땅 속 깊은 웅덩이, 웅덩이 안의 수수많은 물방울들에게로 옮겨갔습니다. 물방울 하나에 백만개의 물의 요정들이 모여 와그와그 보그보그 떠든다지요. 긴 여행 끝에 모여든 물방울들이 오늘도 우리를 목마르지 않게 해줍니다. 무심히 마시던 물방울 하나의 생명력도 그러하네요. 「두레박 속의 우물」.
5)....임금이 꽃으로 만든 왕관을 쓰고 다스리는 나라가 있습니다. 「빨간 왕관의 나라 하얀 왕관의 나라」, 어느 날 두 나라 임금과 백성은 상대방 나라의 꽃을 얻어다 심고 색색의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의논을 했습니다. 나라를 합치자고. 백성들이 강에 다리를 놓고 임금은 함께 쓸 새 왕관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썼던 꽃관을 강물에 던졌습니다. 이집트의 나일강은 청나일과 백나일 둘로 흐르다가 나중에 합해져 비옥한 나일강 삼각주를 만듭니다. 우리도 너와나, 둘이 하나 되어 더 큰 복락을 얻을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서로의 좋은 점을 나누며 더 따숩고 비옥하게 살수 있기를.